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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미러에 맺힌 빗물이여, 안녕

비도 오고 그래서 아이디어 생각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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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아이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을 수상한 ‘비도 오고 그래서’ 팀(왼쪽부터 정회영, 남지원, 박재형 연구원)

비가 쏟아지는 날, 사이드미러에 맺힌 빗방울 때문에 차선 변경이 힘들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론 발수 코팅이나 애프터 마켓 액세서리 등이 작은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보긴 힘들다. 현대·기아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비도 오고 그래서’ 팀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빗물 제거 시스템 ‘Must 비 Clean’을 개발했다. 위트 있는 이름을 가진 이 기술을 좀 더 들여다보자.


압축공기로 빗물을 날리다

와이퍼의 힘을 이용해 공기를 압축하는 모습

와이퍼 왕복운동으로 생성된 압축공기가 사이드미러에 발사되는 모습

이 시스템은 압축공기로 빗물을 제거한다. 그렇다면 빗물을 제거할 강한 바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공기는 크게 공조 시스템과 배기 시스템에서 생성된다. 하지만 공조 시스템의 경우 풍압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도어 글라스에 맺힌 물방울을 제거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사이드미러까지 닿기에는 힘이 약한 것이다.

결국 자동차 안에서 별도의 공기 흐름을 만들어내야 했다. 연구원들은 비 오는 날 쉼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에 주목했다. 엔진룸 안에 에어탱크를 설치한 후 와이퍼의 운동 에너지로 인해 발생한 공기를 모아, 그 공기를 사이드미러에 쏘는 것이다. 도어 글라스의 빗방울은 공조 시스템에서, 사이드미러의 빗방울은 와이퍼에 쌓인 압축공기로 제거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Must 비 Clean’ 빗물 제거 시스템을 만든 연구원들에게 물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빗물 제거 시스템 ‘Must 비 Clean’은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CAR LIFE’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추가 동력원 없이 빗물을 제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호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도어 글라스에 맺힌 빗물을 제거하면 김 서림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와이퍼의 운동 에너지로 압축공기를 모으면 정작 와이퍼의 힘이 약해지진 않을까?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많은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남양연구소를 찾아 ‘비도 오고 그래서’ 팀 연구원들을 만났다.


바람을 쓰기로 하다

샤시제어개발팀 박재형 연구원에게 압축공기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결과물만 봤을 땐 간단해 보이지만, 엔진룸 안에 와이퍼 모터를 활용한 공기 압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준비 기간과 비용은 얼마나 소요됐나? 

준비는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총 4개월 걸렸다. 최종 출품작에 사용된 제작 비용은 5만원 정도. 양산품에 적용된다 해도 원가 상승 걱정은 거의 없다. 물론 연구비는 200만 원 정도 들었다. 최적화된 사양을 찾기까지 온갖 사양의 밸브, 압력탱크, 노즐, 에어 덕트를 시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Must 비 Clean’은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힘으로 카울탑(엔진룸 상단 공간)에 있는 에어탱크에 압축공기를 모으고, 사이드미러까지 연결된 호스로 공기를 발사해 사이드미러의 물기를 제거한다

사이드미러의 빗물을 없애는 데 와이퍼 모터의 왕복운동 에너지를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처음엔 자동차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사이드미러의 물기를 제거할 생각이었지만 풍압이 문제였다. 사이드미러는 구조가 세밀하고, 주차 시 접혀야 하므로 공기를 전달하는 호스를 매우 작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얇은 호스로는 사이드미러까지 충분한 공기를 보낼 수 없는 게 문제였다.

결국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결론에 닿았다. 물론 공기 압축기를 별도로 설치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그건 아이디어라 할 수 없었다. 추가 동력원 없이 이미 자동차에 존재하는 힘을 활용할 방법을 찾던 중, 비 오는 날 꼭 사용해야 하는 와이퍼를 떠올렸다. 와이퍼가 움직이는 힘은 필요 이상으로 강력하기 때문에 남는 힘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Must 비 Clean’은 사이드미러에는 와이퍼의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압축공기를, 도어 글라스에는 공조 시스템을 통한 공기를 사용한다

와이퍼 왕복운동으로 얻어진 압축공기를 사이드미러 외에 도어 글라스까지 보낼 생각은 없었나? 

물론 압축공기는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 후방카메라로 보내면 카메라 렌즈에 맺힌 물방울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드미러의 경우, 주행 중에는 빗물이 거의 맺히지 않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빗물을 제거해도 충분하다. 

반면 도어 글라스는 주행 중 계속 빗물이 맺히는 곳이라 순간의 강력한 풍압보다 지속적으로 바람을 공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도어 글라스 외부의 빗물 제거를 위해 와이퍼의 압축공기가 아닌 공조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한 이유다.


문제는 없을까?

총합성능개발1팀 정회영 연구원에게 빗물 제거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물었다

에어탱크에 모인 압축공기는 주기적으로 발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져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든 압력탱크에는 안전밸브가 있어 일정 압력 이상이 되면 기계적으로 압력을 배출한다. 버스를 탈 때 가끔 ‘푸슝’ 하면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지 않나? 그것도 가득 차오른 가스를 저절로 빼는 과정이다. 우리도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이 안전밸브를 이용해 공기 압력이 차고 빠지는 걸 자동으로 반복하도록 설계했다. 이후 중간 점검 과정에서 공기를 수동으로 배출할 수 있는 압축공기 발사 버튼을 만들었는데,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시각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버튼을 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자동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이드미러에 압축공기를 발사할 수 있는 버튼 옆에는 압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이지가 있다

와이퍼를 공기 압축 시스템과 연계하면 정작 와이퍼의 힘이 약해지지 않을까? 

사이드미러의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적정한 바람의 압력은 2~3bar 정도. 5bar 이상이 되면 와이퍼에 큰 저항이 걸려 속도가 느려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앞서 설명한 안전밸브를 이용하면 된다. 에어탱크 압력이 5bar가 넘어가면 공기를 배출해 와이퍼 구동 저항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할 수 있다. 

와이퍼에서 발생하는 압축공기의 양은 에어탱크 개수와 크기가 좌우한다

현재는 와이퍼를 작동하고 4분마다 한 번씩 압축공기를 발사할 수 있다. 혹시 압축공기를 발사하는 간격을 줄일 수 있나? 

에어탱크 용량 문제다. 우리가 제품을 만들 때는 카울탑 패널에 넣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에어탱크를 찾다 보니 자전거용 탱크를 사용해야 했다. 아무래도 압력을 모으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에어탱크 용량을 늘리거나, 에어탱크 2개를 병렬로 연결하면 압력 충전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도어 글라스는 공조 시스템을 활용해 공기를 내보낸다. 그러면 공조 효율이 떨어지거나 날씨에 따라 김이 서리는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 서림은 외부와 유리창의 온도 차이, 그리고 습도에 따라 발생한다. 유리창에 계속해서 차가운 바람을 쏘면 실내에 김이 서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공조 시스템 온도를 조절하면 쉽게 성에를 제거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배터리시스템설계팀 남지원 연구원에게 개발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물었다

압축공기를 다루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물리학이나 유체역학 같은 이론 공부도 많이 해야 했을 것 같다. 

그렇다. 이론 공부가 필요해 유튜브나 책 등을 많이 활용했다. 하지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실제 연구 시 겪었던 시행착오였다. 일례로 노즐 끝이 좁아질수록 압력이 강해진다는 이론을 이용해 실험을 했는데, 공조 시스템의 풍압이 워낙 약해 이론이 적용되지 않았다. 덕트(공기나 기타 유체가 흐르는 통로 및 구조물) 크기를 바꿔가며 시도해본 결과 노즐의 직경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실감했다.

도어 글라스 에어덕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개발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도어 글라스 쪽 에어덕트 설계가 가장 어려웠다. 바람을 손실 없이 도어 글라스로 빼야 했는데 이 과정이 지난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공조 시스템의 경우 풍량은 충분하지만, 풍압이 약해 도어 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손실이 너무 많았다. 결국 공업용 점토인 시바툴로 여러 번 시제품을 만든 끝에 가장 알맞은 직경을 찾아냈다. 3D 프린터로 완성된 에어덕트를 만들어냈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꼈다. 

양산 가능성은 있나? 된다면 어떤 과정을 거칠까? 

원가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양산 가능성은 충분한 걸로 보인다. 다만 갓 아이디어를 제출한 단계기 때문에 실제 차량에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머지 않은 미래에 양산차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도 오고 그래서’ 팀은 앞으로도 운전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아이디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있나? 

여성 운전자를 위한 아이디어에 도전하고 싶다. 처음 브레인 스토밍 단계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중 하나였는데,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 운전자를 위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안전하게 밟을 수 있는 툴을 만들어 보고 싶다. 아직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발전시키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 


글. 박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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