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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험로 주행 모드에 감춰진 기술

국산차 최초의 험로 주행 모드를 갖춘 대형 SUV 팰리세이드. 험로 주행 모드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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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는 새로운 역사를 펼쳐나갈 8인승 대형 SUV입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가 마침내 세상에 나왔습니다.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강인한 디자인과 8명이 타도 넉넉한 실내 공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동급에서 처음 선보인 첨단 지능형 주행안전 장비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자식 기어 선택 버튼 옆에 있는, 동그란 장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더군요. 바로 통합 주행 모드 조절 장치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험로 주행 모드(Multi Terrain Control)’ 스위치입니다.

험로 주행 모드는 노면 상황에 따라 안정적인 접지력을 확보해주는 기술입니다

SUV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마 익숙할 수도 있을 겁니다. 험로 주행 모드는 노면 상황에 따라 자동차를 움직이는 여러 장치의 기능을 바꾸어 어떤 길에서도 쉽게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통과하기 힘든 길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랜드로버나 지프 등 해외 SUV 전문 브랜드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입니다. 

험로 주행 모드는 생각보다 많은 장비의 제어 방법을 바꾸고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술이기도 합니다. 팰리세이드의 험로 주행 모드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현대차그룹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물론, 국산차에서도 최초로 선보이는 장비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달리고 돌고 멈추기 위해서는 타이어가 항상 노면을 붙잡고 달려야 합니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노면에 붙어 있는 타이어를 통해 ‘달리고, 돌고, 멈추는’ 움직임을 완성합니다. 엄청난 출력과 화려한 외관을 가졌다고 해도 타이어가 헛도는 순간, 자동차는 제어력을 잃어버린 커다란 기계에 불과합니다. 그 때문에 미끄러운 곳에서도 타이어가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동력을 제어하는 TCS(Traction Control System)가 존재합니다. 

TCS는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내는 동안 네 바퀴의 회전수를 측정합니다. 각 바퀴의 회전수 차이가 클 경우 엔진 출력을 떨어트리고, 다른 바퀴보다 너무 빨리 도는 탓에 헛도는 바퀴에는 브레이크를 걸어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진흙이나 눈, 모래 등 노면을 구성하는 재질이나 습도에 따라 접지력이 아예 달라지는 경우 아무래도 TCS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따금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험로 주행 모드 기능이 필요한 겁니다.

팰리세이드는 험로 주행 모드에 HTRAC까지 더해 험로에서의 탈출 성능을 높였습니다

이런 시스템 중에 최초로 세상에 나온 것이 랜드로버가 2005년 선보인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입니다. 오프로드에서 힘차게 달리는 농업용 자동차를 만들던 랜드로버의 역사는 오프로드용 SUV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전문 SUV 브랜드로 발돋움하며 오프로드에서 자동차 스스로 지형을 판단하고 차를 조작한다는 개념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이 태어났습니다. 

깊은 진흙이 이어진 길에서는 기어를 몇 단에 넣으며 가속 페달을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모래가 깊게 쌓인 해변에서 빠져나올 때 사륜구동 시스템은 어떻게 조작해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차가 직접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후 2011년, 미국의 SUV 특화 브랜드 지프에서도 다양한 주행 모드가 포함된 셀렉 터레인(Selec-Terrain)이 나왔습니다. 모두 엔진의 출력 조절, 변속기의 단수 선택과 트랙션 컨트롤의 브레이크 등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팰리세이드에 쓰인 험로 주행 모드는 여기에 능동적으로 앞뒤 동력을 나누는 사륜구동 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까지 더해 험로에서의 탈출 성능을 높여줍니다.

팰리세이드는 눈, 모래, 진흙 모드의 세 가지 험로 주행 모드를 제공합니다

팰리세이드의 험로 주행 모드는 눈(Snow), 모래(Sand)와 진흙(Mud) 모드로 나뉩니다. 여기에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마트 모드를 더해 총 일곱 가지의 주행 모드를 제공합니다. 험로 주행 모드를 살펴보려면 우선 각각의 노면 특성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눈 모드에서는 힘이 부드럽게 나올 수 있도록 조절합니다

눈길에서는 노면의 마찰력이 낮아 접지력이 크게 줄어드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이 움직입니다. 우선 엔진의 토크가 부드럽게 나올 수 있도록 제어 방식이 바뀝니다. 같은 깊이로 가속 페달을 밟더라도 회전수를 천천히 올려 지나치게 많은 힘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또 변속기도 1단이 아닌 2단에서 출발하는 것은 물론, 가능한 높은 단을 사용하도록 빠르게 기어를 올려 조심스럽게 출력이 전달되도록 합니다. 저단에서의 강한 힘은 미끄러운 눈길에서 오히려 더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HTRAC은 일반 도로 주행 때보다 뒷바퀴로 더 많은 동력을 보내 네 바퀴의 접지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눈 모드는 아스팔트보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다양한 노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에 젖은 자갈이 깔린 곳이나 풀로 덮인 언덕 등 마찰력이 낮은 곳이라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모래 모드에서는 차의 모든 성능을 끌어 올려 험로 탈출 능력을 극대화합니다

두 번째는 모래 모드입니다. 입자가 작고 고운 모래 위에서는 바퀴가 헛돌기 쉬운 데다, 바퀴가 헛돌면서 앞에 턱을 만들기 때문에 한 번 빠지면 탈출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출발할 때는 가속 페달을 매우 부드럽게 밟아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일단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속도가 떨어지거나 너무 강한 힘을 내서 모래 속으로 파고들지 않도록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모래 모드는 엔진의 출력은 눈 모드처럼 부드럽게 나오게 하지만, 2단이 아닌 1단에서 출발해 가능한 변속 시기를 늦춰 충분한 힘을 갖도록 합니다. 또한 앞뒤 바퀴에 50:50 비율에 가깝게 동력을 나누어 최대한 접지력을 찾도록 돕고,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감지해 제동하는 TCS도 민감하게 작동하게 해 빠른 탈출을 돕습니다.

진흙 모드는 강한 힘을 네 바퀴에 고르게 나눠 보내 탈출 능력을 높입니다

세 번째는 진흙 모드입니다. 진흙은 모래보다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거친 입자로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 모래와는 사뭇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모래 모드처럼 기어 단수를 올리는 변속 타이밍를 늦춰 가능한 낮은 단을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엔진 출력을 높여 낮은 회전수에서도 큰 힘을 발휘해 차를 힘차게 앞으로 밀어냅니다. 

진흙 모드는 모래 모드보다는 소극적으로, 눈 모드보다는 적극적으로 앞뒤 동력을 나누고, 차를 앞으로 밀어내는 뒤쪽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민감하게 감지합니다. 이와 함께 브레이크를 통한 트랙션 컨트롤도 강하게 작동합니다. 스티어링 휠을 꺾을 때는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네 바퀴로 가는 토크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지만, 진흙 모드나 모래 모드에서는 이런 제한을 줄여 항상 네 바퀴가 힘있게 차를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운전자는 그저 험로 주행 모드를 선택하고 부드럽게 페달만 조작하면 됩니다

사실 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각 모드에 따라 차의 여러 부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통합 주행 모드 스위치를 눌러 험로 주행 모드로 바꾼 뒤 도로 상황에 따라 세 가지 모드 중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내가 어떤 모드를 선택했는지 디스플레이 모니터로 확인하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작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려 방향만 정하면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처리할 겁니다. 운전자가 머릿속으로 복잡하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셈입니다.

팰리세이드의 험로 주행 모드. 가족의 안전을 위한 기술입니다

물론 아무리 발전한 기술이라도 물리 법칙과 거친 자연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전문가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팰리세이드의 험로 주행 모드 기능은 조금 더 쉽게 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 타는 대형 SUV라면 더 필요한 장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당초 자동차의 많은 기술은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차를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요.


글. 이동희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을 맡았다.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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