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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불친절한 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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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이런 말을 남겼다. “가게 안의 공간은 사장님의 공간이 아니다. 손님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이다”라고. 백번 맞는 말이다.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시 찾아오게 만들어야 가게가 유지되며 이는 가게 사장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분명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안일한 생각은 고객이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가게로 만들어 버린다. KBO리그 구단들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6시즌 8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높아진 야구 인기를 실감했으나 지난 2019시즌 약 729만 관중에 그치며 흥행이 주춤했다. 올 시즌엔 코로나19로 장기간 무관중 사태가 이어지며 관중 수 집계가 무의미해졌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도 800만 관중 회복에 성공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호에서는 관중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인 ‘팬들이 외면하는 야구장 시설’을 다뤄봤다.


에디터 박소정 사진 두산 베어스


#야구장에 왜 가요?


상품을 파는 매장이 부실한 관리와 불친절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고객들은 아무리 갖고 싶은 물건이 있더라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더라도 그 매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또한, 판매자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실망하며 다른 대체재를 찾아 떠날 것이다. 특히나 요즘 시대에는 인터넷 쇼핑이나 TV홈쇼핑, 소셜 커머스 등 다른 구매 채널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가 더욱더 사라지고 있다.


야구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즐거움을 기대하며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낙후된 구장 시설, 악취, 들끓는 날벌레 등의 요소들로 불쾌한 경험을 했다면 야구장을 재방문할 의사가 있을까? 응원하는 팀이 대승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굳이 다시 야구장을 방문해 똑같은 불쾌감을 경험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매년 상승한 비싼 입장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야구장을 찾았지만, 그에 합당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면 야구장을 다시 찾아갈 이유가 없다. 차라리 입장권을 살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고 집에서 편하게 관람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팬이 늘어날 것이다.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랜선 응원이나 야구 중계 스트리머들이 늘어나 나름대로 현장감을 느끼는 방법이 많이 생겼다. 팬들도 야구장 밖에서 재밌게 관전하는 방법을 찾아 야구를 즐기고 있다. 직관을 대체할 방법들이 많은데 야구장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팬들이 다시 찾아줄 것을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야구장, 너 좀 너무해!


팬들이 야구장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기가 끝난 뒤 다른 팬들과 몰려 이용하기 불편한 교통, 비나 햇빛 등 날씨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부분들이 우선 제쳐두자.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불편한, 즉, ‘팬들에게 불친절한 야구장 시설’이다.


KBO리그 구장 중 가장 대표적인 잠실야구장을 예로 들어보자. 덧붙여 앞으로 제기하는 문제점들이 비단 잠실야구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타 구장에도 해당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잠실야구장은 완공된 지 약 40년이 지나다 보니 시설 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야구장 곳곳 누수 문제다. 팬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벽면과 천장 일부에 균열이 생겨 비 오는 날 빗물이 샐 때가 있다. 화장실 수도관도 노후로 물이 새 바닥이 흥건하게 젖는 일이 잦다. 화장실 오수 누수는 악취로 이어져 팬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한편 잠실야구장 배수 시설은 우수한 편이다. 배수는 그라운드 관리와 경기 진행에도 직결되는 만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서울시가 특별히 신경 써왔다. 지난 2014년 장마철에 익사이팅 존이 물에 잠겨버리는 대참사가 난 적은 있지만, 이는 익사이팅 존을 신설하면서 배수를 미처 고려하지 못해 발생한 아쉬운 사례였다. 이후 즉각 개선됐다. 그라운드 배수에 문제를 보이는 대표적인 야구장은 KT 위즈의 홈 경기장인 수원KT위즈파크다. 유독 타 야구장과 비교해 우천 시 그라운드 사정으로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잦다. 오래된 수원 야구장 증·개축 방식으로 인한 배수 시설 확충의 한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몸이 불편한 팬을 위한 시설이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제1 매표소에 장애인 전용 창구, 엘리베이터, 휠체어석 등 나름의 장애인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목발을 짚고 잠실야구장을 찾은 적이 있다는 이모(26·서울 송파구) 씨는 “다리를 다쳤지만, 친구들과의 약속을 깰 수 없어 잠실야구장을 찾았는데 힘든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경험했던 어려운 점들을 묻자 “원정팀인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려고 3루 좌석을 예매했는데 3루 출입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친구들이 부축해줘 언덕을 겨우 올라갔다. 검표 직원에게 물으니 1루 출입구에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3루로 오려면 다시 높은 언덕을 넘어오거나 중앙테이블 구역을 지나가야 한다고 했다. 중앙테이블 구역을 목발을 짚고 지나갔다면 다른 팬들이 야구 경기보다 저를 더 구경했을 것”이라며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이어 “잠깐 다리를 다쳐서 목발을 짚고 갔을 때도 힘들고 난처했는데 휠체어나 목발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3루 원정 팬들이 잠실야구장을 이용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외국인 팬들을 위한 안내 시설 부족이다. 잠실야구장 외부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좌석과 편의시설 안내가 한글로만 적혀있다. 최근 몇 년간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외국인 팬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한국인 팬과 동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출입구나 좌석을 찾지 못해 고생한다. 안내판을 보고 입구를 찾으려고 해도 부족한 설명 때문에 쉽지 않다. 잠실야구장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김모(24·서울 관악구) 씨는 “외국인 팬들이 출입구나 본인이 예매한 좌석 위치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매 경기 2, 3명씩은 경험했는데 다른 구역 근무자들이 안내한 수를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야구장 내에 캔이나 유리병이 반입금지인데 이를 외국인 팬들에게 손짓으로 겨우 설명하는 근무자도 있었다. 외국인 팬들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일본어, 중국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로 된 안내 문구를 병기해 놓으면 더욱 외국인 친화적인 야구장이 되고 출입구 입장 시간 지체도 해소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O리그에 대한 외국인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요즘, 관중 입장 재개 시 더 늘어날 외국인 팬들을 위한 외국어 안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야구장 내에 얼마 없는 벤치에 앉아있거나 의무실에서 마련한 간이 의자에 앉아서 안정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팬을 위한 의무실을 따로 운영하는 타 구단 야구장과 달리 잠실야구장에는 선수단 의무실에서 팬들의 응급상황도 같이 처리하고 있어 불편한 점이 있다. 만약 파울볼에 맞은 응급환자와 경기 중 다친 선수가 동시에 발생한다면 자칫 의무실이 혼잡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 또 의무실이 원정팀 라커룸과 타자 대기석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환자 이동 시 원정팀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야구장 안전 요원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한편 SK 와이번스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팬들을 위한 의무실을 따로 마련해 편의를 제공한다.


팬들을 위한 주차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일부 야구장도 있다. 최대 수용인원이 몇 만 명에 달하는 야구장에 주차공간은 최대 수용인원의 10% 안팎이라는 것은 분명 문제다. 주차장 대지 확보가 제한적이라면 공유 가능한 인근 주차장을 최대한 확보해 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KT의 경우 주차장 사전예약제를 시행함과 더불어 주변 장안구청 주차장과 도로변 일부 구역에 주차 가능 공간을 확보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잠실야구장에만 국한된 것들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가 사용하는 고척스카이돔은 돔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우천 시 천장 곳곳에 빗물이 새는 경우가 발생해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신축 당시 너무 좁은 좌석 간격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일부 좌석은 철거돼 어느 정도 개선된 상태다. 고척스카이돔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은 외야 펜스 구조인데 지난 7월 16일 NC 다이노스 노진혁이 친 홈런 타구가 안전펜스 밑으로 들어가면서 인정 2루타로 판정된 사례가 있다. 그 이전에도 LG 로베르토 라모스의 홈런 타구가 비슷한 상황에서 인정 2루타인지 판독에 들어갔다가 결국 홈런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펜스 구조물이 잘못 설치돼 경기에 지장을 준 것인데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은 연속으로 논란이 일자 보수공사를 마쳤다. 잘못된 야구장 시설로 경기 내용에 악영향을 미치면 이 또한 팬들이 야구장을 외면하는 원인이 된다. 구단 관계자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열악한 야구장 시설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사용하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는 선수들이 경기 중 부상하는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했다. KT 강백호는 작년 6월 사직야구장에서 수비 도중 펜스에 튀어나온 철에 손바닥을 찔려 많은 피를 쏟으며 상처를 입어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수술을 받았다. 그 이전에 삼성 심창민도 불펜 문에 있는 날카로운 부분에 손바닥을 찔려 다쳤다. 사직야구장 외에도 과거 몇몇 야구장에서 수비수들이 수비 도중 충격 흡수가 제대로 안 되는 외야 펜스에 부딪혀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2013년 ‘안전펜스’가 전체적으로 도입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다소 해소됐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야구장 시설 개선에 노력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을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았고,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면 사전에 적극적으로 야구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친절한 야구장이 되자


코로나19로 인해 KBO리그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요즘, 각 구단과 야구 관련 단체들이 야구장을 찾아주는 팬들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팬들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코로나19 이후 다시 야구장을 방문할 팬들에게 이전보다 더 나은 서비스와 야구장 시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팬의 입장으로 야구장을 샅샅이 둘러본 뒤 개선해야 할 사항을 찾아봐야 한다. 성인 남녀, 초·중·고 학생에서부터 노인, 어린이, 장애인, 외국인 등 다양한 팬들의 입장이 돼서 야구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찾아보자. 내부 관계자로서 익숙하고 간단해 무의식적으로 지나쳤던 부분들이 외부 방문자인 팬의 입장에선 어렵고 불편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팬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쉽게 문제점을 찾고 개선할 수 있는 사항들도 많다. 잠실야구장 내야석 시야를 가리는 굵은 철제 난간을 탁 트인 강화유리로 바꾼 사례나 삼성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관중석을 지그재그 구조로 설계해 팬들의 시야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단 팬의 입장에서만 불편함을 찾으려 한다면 반쪽짜리 개선이 될 수 있다. 구단 관계자, 선수단, 심판진, 외부 관계자, 용역 직원, 아르바이트생 등 야구장에 출입하는 모두가 야구장의 고객이라고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 과거 잠실야구장 내 원정 응원단 대기실이 없어 원정 치어리더가 화장실에서 식사하고 의상을 갈아입는다는 점이 언론에 소개됐다. 이에 잠실야구장은 2017시즌부터 원정응원단 대기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원정 응원단은 응원 장비 보관이나 의상 갈아입기, 식사 등을 예전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할 수 있게 됐다. 야구장 내의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원정 응원단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했다. 이는 원정 응원단의 더욱 열정적인 응원에 도움을 줬고, 야구장을 찾은 원정 팬들도 즐겁게 야구를 관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선 방법이 원정 응원단 대기실 마련과 같이 간단한 방법이 있지만, 구장 신축 수준으로 장기간 시간을 두고 대공사를 진행해야 할 경우가 있다. 경기장 노후에 따른 누수, 배수 문제나 엘리베이터 설치와 같은 새로운 시설 확충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에 삼성과 KIA 타이거즈 등은 구장 신축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또는 한 구단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고 타 구단이나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잠실야구장을 함께 쓰고 있는 LG와 두산의 사례가 있다. 두 구단의 협의 외에 서울시의 협조가 있어야 온전히 문제 개선을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잠실야구장의 여러 부분에서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쉽게 개선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보단 팬들을 위해서라도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예산확보와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코로나19로 인해 각 구단은 팬들의 소중함을, 팬들은 야구장 직관의 즐거움을 마음 깊이 되새기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을 가졌다. 분명 언젠간 코로나19가 잠잠해져 팬들이 야구장을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 각 구단이 ‘팬들을 위해 이렇게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많이 방문해주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구단 관계자와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논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타 구단에서 운영하는 팬을 위한 모범적인 사례들이 있다면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것도 좋다. 타 팀 야구장에 원정 응원을 하러 갔다가 우리 팀 야구장에도 이런 시설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부러워하는 팬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선수들의 훈련 및 경기 중 안전사고 예방과 경기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야구장 내부 문제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제거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야구장 시설 때문에 선수가 다치거나 경기가 엉망이 된다면 결국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야구장으로 남게 될 테니까 말이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4호(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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