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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BK의 시선] 사이드암 투수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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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투수 3명이 KBO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수상자인 정우영을 비롯해 신재영과 이재학까지 사이드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투수에 비해 오랜 기간 꾸준히 활약하지 못한 점도 주목해봐야 한다. 이재학은 신인왕 수상 당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부터 5년간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신재영 역시 마찬가지다. 3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과 15승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해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5점대로 치솟는다. 이처럼 사이드암 투수가 롱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김병현 위원은 기본기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에디터 신철민 사진 키움 히어로즈


#자신만의 색을 찾기


정우영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제구력과 빠른 속구를 던지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신인왕 역시 그의 몫이었다. 올해도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과 KT 위즈 이강준 등이 사이드암으로서 신인왕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사이드암 투수는 매년 등장해 왔다. 그러나 김병현 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눈에 띄는 사이드암은 없어. 그나마 눈여겨봤던 사이드암은 한화 이글스 신정락이나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 정도?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에 있는 김대우도 괜찮았고. 특히 정락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쉬워. 나랑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서 더 애착이 간 것도 있고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정말 좋았거든. 그런데 제구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밸런스를 잃어버렸어.”


제구력은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타자와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절대적인 무기는 아니다. 본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제구력을 갖춰야 하는데, 장점을 버리면서 제구에 집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불펜 사이드암이었던 롯데 조웅천 불펜 코치는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타자들을 상대했다. 반면 김병현 위원의 경우, 제구력보다는 빠른 속구와 각이 큰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 임창용 역시 150km/h를 넘나드는 속구가 주무기였다.


제구력은 공을 던지면서 자연스레 터득해야 한다는 게 BK의 의견이다. “제구는 공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는 거야.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해. 그런데 요즘은 그 시간을 너무 앞당기려고 하다 보니 투수들이 다 똑같아졌어. 마운드에 섰을 때 위압감은 전혀 없고 얌전한 느낌이야. 그저 그런 투수가 돼버린 거지”라며 제구에 집착해 장점을 잃은 후배들을 안타까워했다.

#기술의 발전이 다가 아냐 


2010년대 들어 KBO리그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NC 다이노스가 KBO 구단 최초로 데이터 팀을 구성한 게 시작이었다. 국내에 세이버메트릭스가 도입되면서 데이터 야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각 구단은 트랙맨 장비를 비롯해 랩소도(Rapsodo, 기존 구단에서 활용하는 트랙맨과 같은 투타 정보를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휴대가 가능한 이동식 트랙맨), 블라스트 모션(Blast Motion, 배트의 그립에 장착해 배트 스피드를 측정하는 기계)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래킹 장비가 상용화되면서 선수들의 운동 환경은 효율성을 지향하고 과학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만큼 스타성 있는 선수들은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타자 쪽은 이정후나 강백호 등이 미래로 평가받고 있지만 투수는 이영하를 제외하고 전무한 실정이다. 


BK는 소프트웨어는 발전했지만 하드웨어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술은 눈에 띄게 발전했지. 우리 때만 해도 발사각이라든가 공의 회전수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 팬들도 야구를 보는 눈이 높아졌지만 막상 스타플레이어는 없어. 타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데 투수는 심각해. 특히 한현희를 빼면 꾸준히 던지는 사이드암이 없어.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해. 선수들의 체격은 커졌지만 내구성은 오히려 예전보다 약해진 거 같아. 발전된 기술을 활용할 몸이 아니라는 거지.”


아마추어의 투구수 제한 규칙에 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마추어 때부터 관리하는 건 찬성해. 과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던졌으니까. 그런데 투구수 제한이 생긴 이후에 좋은 투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고민해 볼 문제야. 뛰어난 재능을 가져도 그걸 보여줄 기회가 없어졌잖아. 그러다 보니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도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거야. 그렇다고 투구수 제한을 없애자는 건 절대 아니야. 다만 틀 안에 무조건 맞추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거고 개인마다 몸 상태도 다르잖아. 특히 공을 던지는 감각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어.”


#지도자도 변해야


학생야구 때부터 사이드암이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이드암은 선발투수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지도자들의 선입견이 이유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당연시됐고 프로에서도 사이드암 선발투수는 드물어졌다. “사이드암이 선발투수를 못 하는 건 흔히 투구 폼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그냥 준비가 안 된 거야. 사이드암은 공의 변화가 심해서 잠깐 던지는 게 더 위력적이거든. 그래서 지도자들도 길게 던지는 것보다 짧고 강하게 던지는 걸 선호해. 어릴 때부터 그렇게 훈련을 해왔으니 프로에서 별수 있나”라며 지도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선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의 무기를 보여주지 않고 3회까지는 막을 수 있어야 해. 4회부터 본격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거고 체력이 뒷받침돼야 7회 이상을 막을 수 있어”라며 경험 부족과 체력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사이드암 출신 지도자가 없어서 그렇다는 건 핑계야.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원리는 똑같거든. 지도자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도자들이 선수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 예를 들어 팔 높이가 달라졌으면 확인을 해보는 거지. 구속을 올리려고 팔을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사이드암은 팔이 올라가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야. 특히 어린 친구일수록 본인이 아픈 걸 참고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해. 아플 때는 무리하지 않고 쉴 수 있게 해야지. 아플 때 던져봤자 안 좋은 습관만 생기거든. 반대로 몸 상태가 좋을 때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병행해서 체력과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줘야 해. 이걸 정확히 판단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야.”


#충실한 기본기


김병현 위원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드암 후배들에게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종을 다양하게 던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시작으로 “사이드암은 슬라이더와 싱커만 잘 던져도 충분해. 체인지업, 포크볼, 커브 등 다른 변화구를 연습할 시간에 슬라이더와 싱커를 연마했으면 좋겠어. 이 두 구종만 완벽해도 충분히 타자를 압도할 수 있어. 스로잉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 똑같은 팔 스윙에서 속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손목의 사용법이 달라져야지 스로잉이 달라지면 프로에서는 금방 파악하고 공략 당해.”


최근 KBO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러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들을 위한 러닝 프로그램이 별도로 존재할 만큼 러닝은 기본이다. BK 역시 달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러닝을 강조하면 ‘꼰대’라고 하는데 운동선수에게 러닝은 기본이야. 요즘 야구는 레저니, 레포츠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솔직히 화가 나.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에서만 러닝이 중요한 게 아냐. 러닝을 하고 안 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는 거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아니야. 하루에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은 뛰어. 개인 훈련 시간에 뛰기 때문에 잘 모르는 거지.”


운동할 때와 쉴 때를 정확하게 구분해 운동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 복귀해 팔이 높아진 것도 의도한 게 아니야. 좋지 않은 몸 상태에서 공을 던지려고 발악한 거지. 아플 때 쉬지 않고 공을 계속 던지니까 몸이 망가져서 어쩔 수 없었어. 아플 때는 무조건 쉬는 게 답이야.”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어. 각 팀의 에이스 투수를 보면 연습 때 거의 공을 안 던져. 그게 자만심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이미 몸이 완성됐기 때문에 상대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거든. 나도 감각을 찾았다고 느낀 다음부터는 팔을 아끼려고 캐치볼도 안 했어. 던지는 감각을 터득한 다음에 몸 관리를 해야 해. 감각이 없는데 몸을 아끼는 건 잘못된 거야.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야구를 잘하고 싶으면 몸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공을 던져보고 뛰어야 해. 그럼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0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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