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BK의 시선] 가을야구 공포증? 야구는 자신감 있는 애가 잘해

조회수 2020. 3. 10. 12: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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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경기가량의 시범경기를 치른 후 144게임의 정규시즌 뒤 상위 5개 팀이 최대 19경기 동안 가을의 주인공을 가리는 KBO리그. 팬들이 봤을 때는 그저 모두 똑같은 야구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 선수가 체감하는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그렇기에 시범경기에서 날아다니다 정규시즌에 침묵하는 선수, 정규시즌에 팀을 이끌었으나 포스트시즌에 팀의 발목을 잡는 선수, 가을만 찾아오면 스타로 돌변하는 선수가 존재한다. 이번 ‘BK의 시선’에서는 김병현 위원의 시각을 통해 선수들이 느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에 대해 바라본다.


에디터 최홍서 사진 키움 히어로즈

#시범경기만 잘한다고? 자기 진짜 실력 모르는 것


시범경기는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모든 팀이 참가하며 하나의 시즌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작게는 선수 개인부터 크게는 팀 차원까지 정규시즌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만, 역설적으로 정규시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겨진다. 시범경기 팀 순위와 정규시즌 팀 순위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9년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번의 우승을 차지했으나, 정작 정규시즌 우승은 0회에 그쳐 ‘봄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팬들 사이에서 시범경기 성적은 무시해도 된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BK도 시범경기가 정말 정규시즌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김병현 위원은 KBO리그의 경우 아예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말한다. 2군에 말소되는 것이 매우 쉬운 KBO리그의 구조가 바로 그 이유다. 베테랑도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 신인 및 준 주전 선수는 눈도장을 받기 위해 본인 실력의 120%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주전이 정해져 있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사뭇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한편 시범경기의 기세를 정규시즌에 이어가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BK는 “자신의 실력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본인에 대해 잘 아는 선수는 시범경기에서도 정규시즌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정규시즌에서 부담을 느끼며 제 실력을 못 낸다는 것이다.


정규시즌과 달리 여러 가지를 시험하는 성격이 강한 것도 성적의 괴리에 한몫한다. 김 위원은 시범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다 정규시즌 들어 침묵하는 선수에 대해, 상대의 수준이 다른 점도 있다고 전했다. “어쨌든 시범경기는 각 팀의 베스트 멤버가 경기에 나서는 게 아니잖아. 에이스 투수도 3이닝만 던지게 했다가 다음 경기에는 5이닝을 던지고, 이런 식으로 점점 늘려가며 상태를 점검하는 연습경기야. 그래서 주전이 아닌 선수와 붙어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정규시즌에 나오는 주전에게는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지. 베스트 멤버랑 붙었을 때의 성적이 진짜 자기 실력 아닐까? 자신이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기량 차이에서 한계를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감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김병현 위원은 시범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보다 캠프 동안 기본기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봤다. “기본기가 탄탄한 친구가 잘해. 시범경기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문제도 같아. 모두가 똑같이 영향을 받고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거잖아? 누구는 불리하고 누구는 유리하다고 볼 수 없어, 그 전에 미리 준비를 잘해야지.”


#컨디션 관리? 몸으로 느끼는 수밖에


수준차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팀당 열 경기 남짓에 불과한 시범경기와는 달리, 정규시즌은 장장 7개월에 걸쳐 144경기를 소화하는 대장정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라고 해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결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매년 시즌 초반 훌륭한 성적을 거두다가 여름부터 부진에 늪에 빠져 조용히 2군으로 사라지는 선수가 허다하다.


김병현 위원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며 온몸으로 느끼는 게 답이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신인은 144경기를 버틸만한 노하우가 정립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누군가 이를 가르쳐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배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한두 게임 부진하면 곧바로 2군에 말소될 수 있는 것이 KBO리그다. 때문에 매 게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1군 엔트리에서 버티는 게 우선이다.


“1군에서 1~2년 정도 뛰어본 선수는 본인만의 관리법을 확실히 갖고 있어. 봄을 지나 더운 날을 겪고, 가을 날씨에 경기를 뛰면서 ‘이때는 힘들다’라는 게 몸에 새겨지거든. 하지만 루키는 그런 게 없으니 하루빨리 본인의 루틴을 만드는 게 첫 번째 과제야.”


정규시즌을 나는 법은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은 데뷔 1년 차부터 빅리그에서 마무리로 활약했던 BK. 이런 괴물 같은 그도 데뷔 첫해에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김병현 위원은 자신의 데뷔 시즌에 대해 “딱히 불안하거나 어려운 것은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다만 출장 경기랑 소화 이닝이 늘어나다 보니까 몸이 조금 타이트해지는 것을 느꼈어. 그래서 무조건 치료받고 스트레칭 자주 하고 쉬면서 컨디션 관리를 했지. 다음 시즌에는 경험을 토대로 몸 관리를 조금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 3년 차부터는 익숙해지니까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게 수월해졌지.”


#가을야구? 자기 할 일만 하기!


144경기 동안 높은 승률을 기록한 상위 다섯 팀이 치르게 되는 가을야구.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깜짝 활약을 펼치며 ‘가을남자’로 부상하는 반면, 정규시즌 승리에 꾸준히 기여했던 선수가 끝을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져 ‘가을바보’로 전락하기도 한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가을사나이’ 박정권은 포스트시즌 통산 OPS가 정규시즌 통산보다 무려 1할 이상 높다. (정규시즌 통산 OPS .807/ 포스트시즌 통산 OPS .926),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4점대 중반 평균자책점의 평범한 투수가 돼 팀의 우승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단기전과 장기 레이스가 다르다고 해도 이런 차이는 가볍게 넘어가기 어렵다. 대체 어떤 요인이 작용하길래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김병현 위원은 ‘집중력’의 정도가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 여부를 가른다고 봤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되면 모든 팀은 평소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하게 돼. 투수는 중압감을 이겨내야 하는 자리야. 솔직히 정규시즌은 한 경기는 수많은 게임 중 하나일 뿐이잖아. 그래서 마음 편히 경기를 할 수도 있지만, 포스트시즌은 달라. 그래서 눈앞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중요해.”


요컨대, 정규시즌 1위 팀을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끔 만드는 비결은 자신감이다. “상황이 어찌 됐든 가을야구 준비를 잘 해놓고 승리의 확신이 있다면 그 팀이 이기게 돼. 이길 거라는 마음을 가진 팀이 이긴다는 거야.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팀이라도 ‘아, 불안한데?’라는 생각을 가지면 패배할 수 있어. 하위 라운드에서 올라왔더라도 ‘흐름을 탔기 때문에 이길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있으면 또 그 팀이 이길 수 있는 거고.”


결국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모두 잘하는 선수의 비결은 같았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어떤 경기도 위축되지 않는다. “가을야구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선수는 원래 자기가 하던 걸 똑같이 하면 되는 거야. 상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남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순간, 그건 그 상대방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자기 할 일만 하고 잘할 수 있는 거에 신경을 쓰라고 말하고 싶어.”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7호(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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