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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Monthly] 바이아웃, KBO리그에 부는 새로운 패러다임?

조회수 2020. 3. 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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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KBO리그의 FA 시장은 올겨울보다 더 싸늘했다. 대형 선수에게 서슴없이 지갑을 열던 구단들은 외부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에서 내부 선수 육성을 통한 발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는 올해 대형 FA 후보로 꼽혔던 안치홍에게 직격탄이 됐다. 물론 FA를 앞두고 부진에 빠진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세간의 기대치에 비해 너무도 추운 겨울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1월 6일, 그는 롯데 자이언츠와 2+2년 최대 56억 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번 계약이 놀라운 것은 그가 KIA 타이거즈를 떠났다는 사실도 있지만 KBO리그 최초 ‘바이아웃 계약’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1+1년’, ‘2+1년’ 등 실계약 기간에 옵션을 더한 경우는 자주 봐왔다. 그러나 아직 한구 프로야구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바이이웃. 그 의미는 무엇이고 앞으로 KBO리그 FA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이번 ‘더그아웃 먼슬리’를 통해 살펴보자.


에디터 최윤식 사진 롯데 자이언츠

#바이아웃이 뭔데?


앞서 잠시 이야기했듯 안치홍은 2019시즌이 끝나고 지속적인 구애를 보낸 롯데와 2+2년 최대 56억 원을 보장받는 계약에 사인했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장된 기간인 2년 동안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6억이다. (계약금 20억 원, 연봉 2억 9,000만 원, 옵션 5억 원, 바이아웃 1억 원) 실계약인 2년이 끝난 후 나머지 옵션 기간인 2년을 더 롯데와 함께할 시 추가로 최대 31억을 손에 쥘 수 있다.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해보자. 도대체 바이아웃은 무엇일까? 바이아웃은 프로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도다. 프로축구에서의 바이아웃은 계약을 맺을 때 금액을 정해 놓고 이 이상을 지불하는 구단이 있으면 소속 팀과의 협의가 없어도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조항이다. 야구에서는 의미가 살짝 다르다. 야구의 경우 기간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시 구단이 선수에게 줘야 하는 금액을 일컫는 것으로 사용한다. 일종의 퇴사 인센티브인 셈이다.


KBO에서는 드문 사례인 탓에 언론에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많은 이가 ‘옵트아웃’과 혼동을 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해외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옵트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된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FA 시장에 나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인 7년 2억 4,5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스트라스버그의 기존 계약은 2017년에 체결한 7년 1억 7,500만 달러다. 2023년까지 워싱턴에 소속된 그가 3시즌 만에 FA를 선언한 데는 계약 조건에 3시즌이 끝난 후 옵트아웃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넣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이아웃과 옵트아웃의 차이가 발생한다. 바이아웃은 구단과 협의한 기간이 끝난 후 발생하는 것이지만 옵트아웃은 계약 기간 도중 FA가 가능하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주도권이다. 옵트아웃은 선수 개인의 선택이다. 반면 안치홍의 바이아웃은 본인에게만 선택권이 있지 않다. 롯데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년이 끝난 뒤 선수와 구단이 상호 간의 협의를 통해 연장 연부를 정한다.


또 생각해볼 것은 ‘클럽 옵션’과 ‘뮤추얼 옵션’이다. 클럽 옵션은 권한이 구단에 있다. 만일 이번 계약이 클럽 옵션이었으면 2년 뒤 안치홍은 팀의 선택에 의해 행선지가 달라질 것이다. 때문에 2년 옵션은 상호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뮤추얼 옵션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KBO의 규약, 혼돈을 불러올 수도


안치홍의 롯데행은 2년 후 리그에 혼돈을 불러올 수도 있다. 만일 그와 팀이 2년의 추가 연장을 택한다면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롯데를 떠났을 때 문제는 발생한다. ‘실계약은 2년이었으니까 구단이랑 헤어지면 다시 FA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KBO의 규정상 FA 권한을 재취득하려면 4년을 채워야 한다. 그중 절반만 충족하게 되면 안치홍은 FA가 아닌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FA와 자유계약선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쉽게 분류하면 4년을 채운 자와 아닌 자가 될 것이다. 자유계약선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KBO 규약에 따르면 1. 계약이 이의의 유보 없이 해지됐거나 규약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다고 인정된 선수, 2. 보류 기간에 소속구단이 보류권을 상실했거나 포기한 선수, 3. 제31조 제3항에 따라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 선수, 4. 기타 KBO 규약에 의해 자유계약선수로 신분이 변경된 선수를 의미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다년 계약이 불가하다는 거다. FA 재취득에 맞춰 보통 4년이라는 그렇게 길지 않는 기간에 도장을 찍는 게 관례인 KBO이지만 30대에 접어들어야 FA자격을 얻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1년과 4년의 갭은 더 크게 느껴진다. 10년 이상을 헌신한 끝에 받는 안정된 시간과 큰 금액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FA 신분에만 해당한다. 안치홍이 2년을 끝으로 바이아웃을 통해 팀을 떠나면 그는 1년짜리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계약금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가 두 시즌을 좋은 성적으로 마쳤을 때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번 계약이 롯데의 우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장된 2년 동안 안치홍의 나이는 만 30세~31세로 에이징 커브가 시작되긴 이른 나이다. 이 시기 동안 2019시즌이 아닌 파워가 폭발했던 2018시즌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롯데는 쏠쏠하게 그를 사용할 수 있다. 안치홍 역시 활약 여부에 따라 남은 옵션을 채우는 것도, 1년이지만 계약금을 보장받고 타 팀으로 이적도 가능하다. 보상 규정도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만약 그가 최고의 활약과 함께 팀을 옮기게 된다면 KBO에서는 이례적으로 계약금을 받고 이적한 자유계약 선수가 될 것이다. 이 모든 사항은 오롯이 그의 성적에 달렸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


앞서 전한 내용을 비롯해 롯데가 안치홍을 위해 배려해 준 사항이 있다면 연봉이다. KBO 규약 제73조에 따르면 연봉 3억 원 이상의 선수가 2군에 출장하게 되면 감액을 하게 된다. 그래서 롯데는 안치홍 연봉을 3억 원 이하인 2억 9,000만 원에 맞추는 대신 계약금의 비중을 높였다. (2019시즌 안치홍의 연봉은 5억 원이다.) 이번 안치홍과 롯데의 선택은 상호 보완적으로 괜찮은 계약이었다. 다만 위험의 정도는 선수 본인에게 쏠린 점은 아쉽다.


FA 재취득 기간 4년이라는 조항이 걸림돌이다. 메이저리그 경우 여러 자유계약 신분이 있지만 기간과 조건 상관없이 모두 자유롭게 팀을 옮기고 계약을 따낸다. 이렇게 시장이 활발해진다면 선수들은 FA 한파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2019시즌이 끝나고 KBO리그는 회의를 통해 FA 등급제 도입안을 발표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재취득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보상 규정이다. 이번에 발표한 FA 등급제에서도 보상은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재취득 기간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보상 규정이 역시 사라져야 한다. 만일 전자만 없어진다면 영입하는 구단의 리스크가 터무니없이 많다. 그렇다고 보상 규정까지 폐지되면 MLB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리그 특성상 선수를 보내는 구단의 혜택이 적다. 결국 여러 이해관계가 겹쳐 있는 것이다. 이적, 기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보상 규정에 상응하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FA 제도가 KBO리그에 정착한 지도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년 동안 제도가 계속 한 곳에만 있지는 않았다. 지속적으로 개선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이에 따라 차츰 발전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다. 이번 안치홍의 이적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는 바이아웃이라는 새 지평에 다가갔다. 이에 따라 KBO는 본 계약에 맞춰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프로야구의 재미는 시즌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스토브리그에서 펼쳐지는 선수와 구단 혹은 구단들끼리의 지략싸움 역시 프로야구 팬으로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다. 제도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KBO가 바이아웃을 통해 또 어떤 개선안을 제시할지 주목해보자.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7호(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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