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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Dive] 우리 팀 입덕할래? - 한화 이글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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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들에게 이번 시즌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 3위에 오르며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후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꿨지만,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래서일까,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단장 교체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으며, 올해 뛰어난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 듀오와 발 빠르게 재계약을 마쳤다. 2차 드래프트에선 약점을 채워줄 수 있는 알짜 자원들을 수혈했고, 깜짝 놀랄 만한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오프 시즌을 뜨겁게 달궜다. 이에 힘입어 독수리군단은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20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한화 이글스다.


에디터 이찬우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


1986년 KBO리그 최초 신생팀 타이틀을 달고 창단한 한화의 전신 빙그레 이글스. 당시 장종훈 등을 필두로 한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함께 리그 판도를 뒤흔들며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불과 창단 3년 차인 1988년부터 1992년까지 4번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독수리들의 위용은 무시무시했다. 1999년에는 첫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0세기 마지막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고, 2000년대 중반까지도 우승권을 위협할 만한 팀으로 손꼽혔다. 구단 출범 이래 꾸준히 강자로 군림해온 만큼 올드팬들의 기억 속엔 언제든 상위권을 기대할 수 있는 다크호스 이미지로 각인됐다.


하지만 그 이후로 부진을 거듭했다. 2007년까지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비행하던 독수리군단이었지만, 다음 가을야구까지 그토록 오래 걸릴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얇은 선수층과 주전들의 노쇠화로 날개가 꺾였고, 10년간 하위권에 머물며 기나긴 암흑기를 거쳤다. 어이없는 수비 실책 장면들로 조롱을 듣기도 했다. 굳건히 지켜왔던 팀 컬러가 바뀌어버린 건 당연지사. 강팀이었던 한화는 새로 유입된 팬들에게 약골로 자리 잡게 됐고, 놀림거리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예나 지금이나 이글스파크의 관중석은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열정으로 뜨겁다는 점이다.


팀이 잘하건 못하건 팬들은 팀의 승패에 따라 함께 울고 웃는다. 우는 날이 많아지고 ‘보살팬’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안타 하나에도 환호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이들이다. 언제나 경기장에 끝까지 남아 육성으로 ‘최강 한화’를 외치고, ‘한화라서 행복하다’고 노래하는 멋진 팬들이야말로 이글스의 최대 자랑거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응원해온 팀의 성공을 함께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쥔 작년이 그랬듯 말이다. 절치부심하며 내년을 준비 중인 독수리군단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보자.


#중독 주의! 마리한화


10년의 암흑기에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여준 팬들. 이글스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한화에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바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마약 같은 중독성이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한 점씩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습, 또 이따금 극적인 역전으로 명승부를 연출해내며 내일 경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러한 한화 야구에 빠진 이들은 기존 팬들만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을 휩쓴 ‘마리한화’ 열풍은 야구를 보지 않던 신규 팬까지 대거 끌어들이기에 이르렀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되는 날도 있었지만, 야구 초심자에겐 이보다 눈길을 끄는 팀은 없었을 터. 그 누구든 마지막까지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이글스의 매력에 빠지기 일쑤였다. 이에 힘입어 2015년 21번의 홈경기 티켓을 완판하며 팀 내 한 시즌 매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청률 순위 역시 상단에 오르는 건 당연했다. 관중석에는 갓 입덕한 2~30대 젊은 팬들이 늘어갔다. 비밀번호를 이어가던 팀 성적도 막지 못한, 아이러니하면서도 실로 놀라운 현상이었다.


암흑기를 끊어낸 2018년에도 마리한화는 이어졌다. 당시 총 득점과 실점을 기반으로 하는 피타고리안 승률은 8위에 머물렀지만, 그들은 최다 역전승과 끝내기 승리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찬스에서의 무서운 집중력과 철벽 불펜의 활약으로 약속의 9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이제는 명백한 팀 컬러로 자리 잡은 중독적인 야구. 한화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응원만큼 뜨거운 팬사랑


한화의 홈경기가 있는 날. 어김없이 관중석이 빼곡히 채워지고, 남녀노소 심지어 외국인까지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킨 또 다른 이들이 있었으니, 응원 로봇 ‘팬봇(Fanbot)'이 그 주인공이다. 존재 자체로도 신기한 팬봇은 그 이상의 특별한 임무를 수행했다. 야구장에 오지 못해 방송으로 지켜보는 팬들로부터 간절한 응원을 전달받아 선수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띄워줬다. 먼발치서 지켜보는 이들까지 하나 되게 하는 구단의 멋진 아이디어였다.


비록 이제 팬봇은 볼 수 없지만, 최고의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한화의 마음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그 중심엔 네 살배기 아기 독수리 마스코트 ‘수리’가 있다. 한껏 귀여운 매력을 어필할 뿐 아니라, 팬과 팀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리가 직접 운영하는 구단 인스타그램은 타 팀에서 볼 수 없는 친밀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특유의 깜찍한 말투로 한화를 사랑하는 형‧누나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팀 내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를 공유해 친근감을 유도한다. 각종 홈경기 이벤트,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MD 상품, 공식 유튜브 채널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으니, 팬과의 활발한 소통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선수들도 팬과의 교감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팬 감사 이벤트 날이면 직접 나서서 커피와 간식을 나눠주고 셀카를 찍는다. 동경하는 선수들에게 역조공을 받으며 그들의 감사를 느낄 수 있다니, 팬심이 깊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때론 재미를 선물하기 위해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선수들이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가 전광판에 등장해 신선한 충격과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아이돌 노래에 맞춰 어색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선수들의 따뜻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화다. 매일 저녁을 기대하게 하는 중독적인 야구도, 매 경기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내년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뛸 것이다.


#국보급 투수들의 요람


한화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 바로 한국 야구사에 손꼽는 투수들이 태어난 팀이다. 30여 년 전 빙그레 시절부터 줄곧 독수리군단의 에이스가 곧 국내 최고의 투수였다. 통산 기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역대 투수들의 WAR(Win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Top 10에 이글스 선수들이 무려 세 명이나 포진해 있다. 그 중 선동열에 이어 전체 2, 3위에 오른 이들이 한화의 영구결번 송진우와 정민철이다.


21번 ‘송골매’ 송진우는 무려 43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간 자기관리의 달인이자 기록의 사나이다. 긴 시간 선수로서 경쟁력을 유지한 만큼 경기 출장, 홀드, 선발승 등 많은 영역에서 다수의 최고령 기록을 보유 중이다. 특히 210승과 3,003이닝 소화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다. 2위가 161승과 2,394.2이닝이니 상당한 격차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 그 2위의 주인공마저 이글스의 23번 ‘90년대 최고 투수’ 정민철이다. 당시 대부분 투수 기록의 타이틀 홀더였던 그는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글스의 손꼽히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대전 아이돌’이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각종 코치직과 단장을 역임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한 명은 누굴까. 바로 한화의 현 감독인 한용덕이다. 앞선 두 선수에 가려져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해 팀 레전드 반열에 오른 대단한 선수였다. ‘대성불패’라는 별명과 2000 시드니 올림픽 한일전 완투승으로 회자하는 구대성도 이글스가 자랑하는 스타다. 2012년에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도 했다. 충청도가 고향인 만큼 한화에서 커리어를 마치길 원했고, 이글스는 잠깐이나마 국민 영웅을 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는 류현진이 이들의 명맥을 잇는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세계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우리 팀에서 배출한 별들의 빛나는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한화팬들이다. 참, 유독 뛰어난 투수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타자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한 시대를 풍미한 홈런왕 장종훈과 역대 최고의 우타자 반열에 오른 ‘한화의 심장’ 김태균도 있어 스타군단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다음을 이어갈 젊은 독수리는 과연 누구일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

11월 23일, 야구계가 슬픔에 잠겼다.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는 젊은 선수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다. 겨우 스물한 살의 나이였다. 촉망받는 유망주이자 소중한 가족을 잃은 한화의 먹먹함은 더 컸다. 구단 관계자와 팬들은 한마음으로 그를 추모했고, 눈물을 흘렸다.


온통 주황 유니폼을 입은 사진으로 가득한 그의 SNS. 누구보다 팀과 팬에 대한 애정이 큰 선수였다. 다음 시즌에도 뜨거운 응원과 함께 한화가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길, 또 그 모습을 보며 고인이 하늘에서도 행복할 수 있길 바란다. 김성훈, 그의 이름은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5호(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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