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나에게 사귀자고 말하지 않았을까?

조회수 2019. 6. 16.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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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횟수는 점점 늘어가는데, 아침 저녁으로 서로 연락도 하는데.. 대체 왜 사귀자고 안할까? 그들의 변은 이렇다.

데이트 횟수는 점점 늘어가는데, 아침 저녁으로 서로 연락도 하는데, 주말에는 꼭 둘이 만나는데…. 대체 왜 사귀자고 안할까? 그들의 변은 이렇다.

미적지근한 온도 만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기 전에 생각나서 괜히 배시시 웃고.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자석처럼 끌려야 하는데, 그런 엄청난 호감이 없었다. 분명 ‘요즘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람’, ‘주말에 같이 영화 보고 쇼핑하는 사람’은 맞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갈 만한 동력이 없었기에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이 ‘괜찮은’ 마음이 문제였다. 각자 할 일 하고 남는 시간에 만났기 때문에 둘 다 무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마음을 표현하면 그때 생각해봐야지’라는 미적지근한 마음에 불이 붙지 않아 끝내 사귀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한희준(회사원)


여지를 두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사귄다는 건 상호 합의 하에 독점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거다. 그 옛날 김종서 형님이 노래했던 ‘아름다운 구속’, 딱 그거다. 문제는 그 ‘구속’이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데 있다. ‘혹시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여지를 두고 싶은 마음. 이 사람에게 구속되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차단된다고 생각하니 결정을 좀 미루고 싶었다. 그때는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좀 더 곱씹어보니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더 여지를 두고 싶었던 것 같다. 김연호(카페 운영)


너무 빠른 진도 한때 금요일 밤 마다 놀러다닌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 술과 밤이 있기에 첫 눈에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 진도를 쭉 쭉 뽑는 일이 왕왕 있었다. 분명 낮에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해도 꽤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첫 단추가 ‘밤과 술’이어서 그런지 관계에서도 많은 것을 생략하게 됐다. 마음을 얻지 않아도 이미 몸을 나눴기 때문일까. 상대가 ‘우리 무슨 사이야?’ 라고 물으면 ‘그냥 서로 좋은 사이’라는 드립을 치는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 이렇게 만나도 ‘참사랑’으로 진화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그랬다. 유지훈(영어 강사)


내 머리속 계산기 이거 어디가서 얘기하면 욕 먹는 거 안다. 그래도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보겠다. 어떤 사람을 만날 땐 앞뒤 안 재고 꼭 쟁취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냥 그 사람만 보여서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반면 자꾸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관계도 있다. 누구를 만나면서, 또 다른 누군가도 짬짬이 만나는 뭐 그런 상황. 이 사람은 이런 점이 좋지만 저런 점이 아쉽고, 저 사람은 저런 점이 좋지만 이런 점이 아쉽고. 머리속에서 나도 모르게 엑셀을 켜고 합산을 하고 있는 거다. 사귄 다음에 이러면 ‘양다리’가 되지만 난 아직 사귀지 않았으니까.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잠깐 둘러보고 다시 올게요” 정도의 느낌이라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 최준일(UI 디자이너)


내 안목에 대한 불신 내 지난 경험들을 돌이켜봤을 때 나는 사람 보는 눈이 확실히 없는 것 같다.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공감 능력 제로의 소시오패스 의심자도 있었고 되게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누구보다 속 깊고 따뜻한 사람인 경우도 있었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꽂히는 사람들 마다 끝이 안 좋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너 누구 만나기 전에 우리 먼저 보여줘”라고 말할 정도.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겁이 많아진다. 정말 괜찮은 사람 맞나? 내가 지금 잘 보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쉽게 ‘사귀자’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박승훈(IT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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