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남자 배우는?

조회수 2019. 6. 14. 1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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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박정민, 임시완, 류준열, 이제훈. 지금 가장 뜨거운 남자 배우들의 얼굴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도경수, 박정민, 임시완, 류준열, 이제훈. 지금 가장 뜨거운 남자 배우들의 얼굴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첫 번째는 도경수다. 도경수는, 콧등을 기준으로 양 얼굴을 맞댄다면 양쪽이 정확히 포개질 것처럼 반듯하게 생겼다.

출처: 지큐코리아

도경수는 반듯하게 생겼다. 눈썹은 짙고 단정하며 까만 눈동자가 동그랗게 들어찬 눈은 선명하다. 부드러운 콧대 아래 인중이 또렷하고, 입술은 도톰하다. 콧등을 기준으로 양 얼굴을 맞댄다면 양쪽이 정확히 포개질 것처럼 반듯한 생김. 흔히 ‘천의 얼굴’로 수식되는 배우의 얼굴이라기엔 지나치게 모범적인 인상이다. 도경수의 이런 가지런함을 흔드는 건 다름 아닌 눈빛이다. 영화 데뷔작인 <카트>(2014)의 부지영 감독, <7호실>(2017)에서 합을 맞춘 배우 신하균 모두 도경수의 “눈빛이 좋았다”고 말한다.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2018)을 기획한 소재현 PD는 아예 그가 “눈빛을 타고났다”고 했다. <카트>에서 성마른 분노를 담고 있던 그의 눈동자는 <순정>(2015)에서 애달픔과 구슬픔으로, <7호실>에서 쓸쓸함과 처연함으로, <신과함께> 시리즈(2017, 2018)에서는 불안과 혼란, <스윙키즈>(2018)에 와서는 비애와 천진함으로 색을 바꿔왔다. 이때 도경수의 흐트러짐 없는 이목구비는 변화무쌍한 눈빛과 대조를 이루며 내면 연기를 더욱 농밀하게 하는 밑바탕이 된다.


지난해 개봉한 <스윙키즈>에서도 도경수의 눈은 빛났다. 전쟁 포로로 거제수용소에 머물게 된 북한군 로기수는 슬픔과 분노에 가득 찬 청년이지만 우연히 알게 된 탭댄스를 출 때만은 환희로 가득하다. <스윙키즈>에서 도경수의 눈빛 연기가 특히 돋보이는 것은 그가 슬픔과 기쁨, 환희와 절망 같은 양극단의 감정을 탭댄스의 스텝만큼이나 재빨리 연결해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다. 눈동자를 떨어뜨리고, 고개를 돌리는 작은 몸짓 하나로 감정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스윙키즈> 연기의 중심은 역시 눈빛이 아닌 몸짓이다. 로기수는 EXO(엑소)의 ‘디오’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많이 드러난 캐릭터로, ‘춤꾼’ 도경수는 탭댄스 안에 억압과 울분, 해방과 자유를 온전히 담아 표현한다. <스윙키즈>의 안무를 맡은 이란영 안무가는 한 인터뷰에서 도경수의 춤을 “연기가 아니라 탭이 정말 좋아서 추는 춤”이라고 평가했는데 관객 역시 그 풍성한 즐거움을, 로기수의 해방감과 자유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꼭 춤이 아니더라도 도경수는 몸을 ‘연기 언어’로 쓸 줄 아는 배우다. 시합 중 사고로 실명한 유도선수를 연기한 영화 <형>(2016)에서 눈동자를 텅 비운 도경수는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 더듬대며 서툴게 나아가는 몸짓으로, 또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크게 웃는 미소로 절망과 우애를 표현해낸다. 아린 첫사랑을 추억하는 <순정>에서는 여름 태양 아래 까맣게 그을린 몸 자체로 ‘청춘’을 고스란히 말하고 있기도 하다.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눈빛이 도드라지지만 도경수의 연기는 민첩하기보다 부드러운 쪽에 가깝다. 감정을 쏟는 대신 삼키는 쪽을, 큰 동작으로 인상을 남기기보다 전체 동작의 흐름을 잇는 방식으로 연기하기 때문이다. 함께 작업한 배우와 감독은 물론 관객까지 ‘눈빛’을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 건 아마 눈빛을 남기고 나머지는 비우는, 완급 조절에 능한 연기 방식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도경수 스스로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듯이 말이다. <스윙키즈>가 개봉한 지난해 연말은 극장 성수기답게 <마약왕> <PMC: 더 벙커>까지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들이 격돌했다. 그리고 두 영화에서 주연 송강호와 하정우는 한국영화 남성 캐릭터 특유의 ‘선 굵고 뜨거운’ 연기를 토해냈다. 반면 도경수는 연기 경험 중 가장 큰 폭으로 스크린을 활보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스윙키즈>에서조차 비교적 차분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배우 도경수의 매력이다. 감정을 분출하지 않고 품고 있기에 관객 스스로가 그 인물을 탐구하게 하는 힘. 한국영화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는 또 다른 결로 연기를 잘하는 그만의 비결. 도경수는 언젠가 멜로와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언젠가부터 가장 흔한 한국영화 장르가 된 스릴러에서 그의 눈빛이 어떤 색으로 번뜩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눈엔 이미 마른 냉기가 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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