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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인강강사가 5억 빚 갚고서 기술 창업에 뛰어든 이유

조회수 2021. 4. 12.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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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차세대 엑스레이 개발로 친환경 공기 청정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

가장인 자신에게 남은 집안의 빚 5억, 그리고 학부생 때부터 이어져 온 여러 번의 창업 실패.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연구원과 1인 스타트업 대표, 학원 강사까지 쓰리잡을 뛰며 2년 만에 모든 빚을 갚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어썸레이의 김세훈 대표인데요.


그는 박사 졸업 후 채용이 100% 보장된 대기업에 입사하기로 약속하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지만,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분야를 더 깊게 파고들고 싶다는 자신감으로 장학금을 전부 토해내면서까지 엑스레이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을 창업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도전하기 힘든 제조업과 IT가 결합한 산업에 뛰어들어 최근 환경부의 그린뉴딜 유망기업에도 선정된 어썸레이의 대표 김세훈 님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 인터뷰

Q. 어썸레이는 어떤 회사인가요?


안녕하세요, 어썸한 엑스레이를 만드는 어썸레이의 대표 김세훈입니다. 저희는 엑스레이 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여러 엑스레이 종류 중에, 하나의 스마트 튜브로 다양한 파장의 엑스레이를 방출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부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개발한 차세대 엑스레이 광원을 응용해 건물 내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모두 잡는 스마트 공기정화장치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저희 제품의 저감효율 데이터를 측정해보면 바이러스를 30분 안에 74.5% 제거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정도입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날로 심해지면서 실내 환기가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는 만큼,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공기 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나요?


IMF를 겪으면서 집 앞으로 쌓여있는 빚이 5억 원이 좀 넘었던 것 같아요. 학부 때부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야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벤처 붐이 불어서 너도나도 회사를 만들 때, '나도 한번 만들어보자, 제대로 땡겨보자'라는 마음으로 98년에 첫 번째 창업을 했었죠. 


확실히 의도가 순수하지 않으니까 끝이 좋지 않더라고요. 대학원 면접을 볼 때 교수님이 창업하다가 실패하면 오는 게 대학원이냐며 '팩폭'을 날리셨었어요.


Q. 그럼 첫 번째 창업 실패 이후에 대학원에 진학하신 건가요?


네. 대학원에서는 전공으로 엑스레이로 다양한 재료의 구조를 분석하는 일을 선택했어요. 정말로 돈이 없어서 S전자에서 산학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계속 받았는데, 박사 졸업을 하면 그쪽에 취업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서 배치 면접을 보러 갔었죠. 


당시 회사의 임원분들께서 "전공이 아닌 일을 시켜도 할 수 있겠느냐" 묻더라고요. "아니요"라고 하면 바로 나와야 하니까 박사 과정은 전공에 상관없이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해서 선발은 됐는데, 졸업이 다가올수록 연구와 전혀 관계없는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 결국, 회사에 가서 장기간에 빚을 갚느냐 아니면 이때까지 받은 장학금을 전부 다 뱉고 빚을 조금 더 늘리고 이걸 더 공격적으로 갚느냐였는데, 후자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1인 기술컨설팅 기업을 창업했었어요. 이름을 김랩이라고 지었고요. 그때는 쓰리잡을 뛰었습니다. 1인 스타트업 일을 하고, 학교에서 논문을 쓰고, 학원가에서 강의를 열심히 했었죠.

학원 강사 시절의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

Q. 쓰리잡이라니, 정말 상상이 가지 않네요. 그때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2년 정도의 시간 안에 그 부채를 다 해결하고 한번 사업이라는 걸 제대로 배워봐야겠다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고등학교 친구들이 스타트업을 한번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회사는 인공지능 기반 교육 플랫폼 회사였는데요.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네가 말을 제일 잘하니까 영업, 전략, 투자 이런 걸 맡아라" 전 컴퓨터 전공도 아니니까 그 일을 4년간 맡았죠. 회사도 키우고, 해외 진출도 해봤어요.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밑바탕이 되었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다음에야 어썸레이를 시작한 거네요. 이후에 또다시 창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회사에서 얻은 엄청나게 큰 교훈이자 그만두고 새로운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모 영어교육회사에서의 경험이에요. 


저희 제품을 판매해야 되는 자리에 늘 저 혼자 갔었거든요. 영업하러 간 회사의 회장님, 본부장님이 모두 계시는 데서 영업을 하는데, 되더라고요. '역시 내가 말발이 좋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그 후에는 조금 더 큰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KT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 때 저희 콘텐츠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또 저 혼자 갔죠. 


근데 이번에는 음성인식 박사 두 분, 인공지능 박사 두 분, 교육학 박사 두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어요. 이게 한계구나,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진짜 큰물에서는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스멀스멀 들었던 생각이 '엑스레이면 내가 이 사람들 다 이길 수 있는데, 내 진짜 전공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였어요. 그때가 어썸레이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가 됐습니다.

Q. 처음부터 엑스레이라는 소재에 확신이 있었던 건가요?


그냥 막연하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해야지'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 내가 재료 관련된 회사를 세우게 된다면 어떠냐는 고민은 계속해봤었던 것 같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이후로는 연구실 선후배들한테 계속 밥도 사주고 술을 먹이면서 나랑 일하자고 그랬어요. 


그러던 와중에 엑스레이 업계에서 차세대 엑스레이 소재는 탄소나노튜브라는 얘기가 들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마침 저희 연구실 이름이 탄소나노재료설계 연구실이었거든요. 제가 딱 봤더니 엑스레이를 만드는 분들은 기계나 전자 전공을 하신 분들이 대부분인데, 소재 단위에서 패러다임이 바뀌니까 도입을 못 하시는 거예요. 


분명 탄소나노튜브라는 재료를 전공한 사람도 있고, 엑스레이 기계를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이 두 개를 다 전공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한 6개월 동안은 저 혼자서 재료 얻고 테스트하고 시제품 만드는 일을 했어요.

Q. 의외로 제조업과 IT 산업 사이에 간극이 컸던 것이군요? 기기 개발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IT 기업을 했으니까 예전에는 제조업 사장님들이 제조업이 사업이지 IT가 무슨 사업이냐 이런 말씀을 하시면 '꼰대처럼 왜 저러나?' 이런 생각을 엄청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제조업을 해보니까 IT가 편한 것임을 알게 됐죠.


기기 개발을 하면서 느꼈던 게 머리 좋은 사람들만 모이면 아이디어 논문 특허는 엄청 나오는데 제품이 안 나와요. 기계 깎을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진공 뽑을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거든요.

Q. 그 격차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실제로 직접 기계를 다루고 제작할 줄 아는 분을 영입하려고 처음부터 엄청 노력을 했어요. 제가 직접 지방으로 내려가서 모셔오기도 하고요. 영입한 분 중 한 분은 부산에 사시던 기술자분이었는데요. 원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을 두고 서울로 올라오시게 하는 게 사실은 더 큰 도전이었죠.


그 환갑의 나이에 제품 개발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부품을 만들어주셨는데 전원을 걸었더니 엑스레이가 짠하고 나오는 거예요. 연구소 아니면 대기업에 있었던 지금의 공동창업자들한테 "시제품 나왔다, 회사 그만둘 준비 해라"라고 얘기했고요. 그렇게 해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Q. 시제품을 만든 다음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업계에서는 불을 켰다고 표현하거든요. 시제품을 처음 만든 다음에는 기술 장벽 실현 가능성 시장분석을 했어요. 이걸 어디에 쓸 건지, 어디에 팔 수 있는지 등등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본 거죠.

Q. 이미 대규모 제조업 회사가 자리를 잡은 시장이어서 스타트업이 파고들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기반을 다졌나요?


사실 처음에는 미세먼지 분야에 대한 생각은 없었습니다. 기계 위 정전기를 제거하는 장치를 만들었는데요. 그 제품을 팔아야 하는 대상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더라고요.


그런 대기업들은 "일단 기계 넣어라", "1년 기다려봐라"라고 하는 게 보통이거든요. 기다림의 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드니 이건 도저히 스타트업이 접근할 시장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저희 나름대로는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계속했었어요. 저희 기계의 핵심 원리가 공기 중의 입자에 엑스레이를 쬐어서 이온화시키는 거니까 '오염물질에 쏘면 똑같이 잡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당시 모기향을 피워서 미세먼지 잡는 테스트를 했었습니다. 근데 엄청 잘 잡히더라고요. 


Q. 어썸레이가 개발하는 제품은 어떻게 다른가요?


바깥에 보면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회사들은 많아요. 미세먼지를 없애는 회사들이 많지 않고 대부분은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가 힘든 것처럼 건물 공조 장치에다 필터를 끼우면 미세먼지가 차단이 되지만, 공기도 안 들어옵니다.


그런데 저희는 공기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기에 건물 쪽으로 시장을 뚫어보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Q. 개발한 제품을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그때 저희가 미디어에 조금씩 노출이 됐었어요. 저희한테는 되게 은인 같은 분이 계시는데, 코트라 전체 건물의 공기청정기 발주를 총괄하시는 분이에요. 기존의 공기청정기가 너무 싫으셨던 거예요. 


제 인터뷰를 보시고 바로 연락 주셔서 한 달 안에 설치까지 완료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는 이제 정말 스타트업 마인드로 준비했죠. "예" 하고 한 달 동안 밤새웠어요. 당일에 완성하고, 들고 가서 설치한 거예요. 


저희도 되게 궁금했거든요. '이게 실제 건물에 넣었을 때도 잘될까?' 진짜 미세먼지 수치가 뚝 떨어지는 거예요. 설치된 층과 설치 안 된 층이 너무 명확하게 차이가 나고요. '아, 이거 너무 멋지다'라고 느꼈어요.

Q. 그때부터 실내 환기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으셨군요.


첫 번째 설치를 마치고 민간 쪽의 타깃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관리회사로 잡았어요.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돈을 버는 방법을 밸류 애드라고 하는데, 건물을 산 뒤 용도를 변경해서 가치를 올리는 거예요.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리모델링을 하면 건물 가격이 오르고 임대료가 오른다고 하더라고요. 


그중에 아주 중요한 하나의 축이 실내 환기예요. 재미있는 게 '공기청정기 놓으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공기청정기는 1,000대를 놔도 건물 설비로 인정을 안 해줍니다. 


그런데 저희는 건물 내 공조 장치에 직접 설치하는 거니까 설비로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시장을 넓게 봐야 되니까 미세먼지 말고도 세균과 바이러스 제거도 생각했고요. 코로나바이러스 실험은 너무 위험해서 승인이 어렵지만요.

환경부의 그린 뉴딜 유망기업 1호로 선정된 어썸레이

Q. 2020년 10월에는 환경부의 그린 뉴딜 유망기업 1호로 선정되기도 하셨잖아요.


기술을 가진 환경기업을 키우겠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있고 거기서 아주 중요한 한 축이 실내 환기예요. 작년에 추경 예산이 편성되면서 환경부의 새로운 큰 과제가 생긴 건데요. 기술을 가진 환경기업을 키우겠다, 때가 왔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친환경 기술이나 신기술 지원은 손해 보는 사람이 없어요. 저희는 돈을 벌고, 정부 같은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거고, 사람들은 좋은 환경에서 사는 거고요. 패자가 없는 거예요.

Q.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일에 도전하는 분들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기술을 가지고 아이템까지는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비즈니스 모델로까지 만들려면 기술만 준비해서는 안 됩니다. <말문트인 과학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과학 하는 사람으로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얘기를 재밌게 풀어낸 책이거든요.


내가 가진 기술을 쉽게 남들에게 설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거고요. 그걸 알아야지만 투자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물건을 팔 수가 있고요.

Q. 앞으로 어썸레이를 어떤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제가 이 회사를 처음 만들었을 때, 명함 뒷면에다가 "We make it a better place"라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Heal the World'의 가사 한 줄을 썼었어요. 


제가 지금은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이전에는 "언제쯤 집중을 하실 겁니까?"라는 이야기도 엄청 많이 들었어요. 학교에도 있으면서 학원 강사도 했었고 창업도 했고 말아도 먹었으니까요. 갈 곳을 못 찾아서 그랬다기보다는 그 모든 경험이 전부 다 합쳐져서 어썸레이라는 이 장소에서 꽃을 피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막연한 꿈이었지만 미세먼지나 세균, 바이러스 같은 분야들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게 되면서 ‘진짜로 사람들한테 무언가 좋은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업이 되는구나, 투자금 그리고 정부 지원금을 떳떳하게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 뛰어나갈 준비가 된 것 같은데요. 이 기반을 바탕으로 더 좋은 환경,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전직 인강강사가 5억 빚 갚고 기술 창업에 뛰어든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5억 빚을 지고도 연구원, 스타트업 대표, 학원 강사까지 쓰리잡을 거쳐 빚을 청산하고,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스마트 환기장치를 만드는 데 몰두 중인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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