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 리더가 들려주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조회수 2021. 3. 1.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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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면 주인공 도산(남주혁 분)의 아버지 성환(김원해 분)이 인재(강한나 분)의 회사가 개발한 무인 경비 시스템 때문에 자신과 같은 경비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인재에게 질타를 날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의 위기론을 드라마라는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순간이었죠.


현실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기 어렵습니다. 기술을 통한 인력 감축은 드라마에서처럼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고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이죠. 속도 면에서 양상은 다르나, 어쨌든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으로 계속해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의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지금의 이 흐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에 대한 균형감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싶어 사짜 소리 듣던 시절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해 현재는 네이버 AI 연구소의 책임 리더가 된 하정우 님에게 EO가 들어보았습니다.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네이버 AI 연구소를 리딩하고 있는 하정우라고 합니다. 네이버 AI 연구소는 2~3년 후 세계를 바꿀 만한 혁신적인 연구에 집중하는 전사적인 차원의 연구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딥마인드 공식 홈페이지

Q. 이사님은 어떻게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되셨나요?


제가 2006년에 머신러닝 쪽으로 대학원 입학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인공지능을 한다고 하면 사짜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어요. 머신러닝이라고 하면 그나마 좀 나았고요. AI의 겨울에 가까운 시대였죠.


그런데 제가 졸업할 때가 되니까 갑자기 딥러닝이 핫해지더라고요. 그때는 S사와 네이버 랩스만 딥러닝을 열심히 파고 있었고요. 그 흐름을 타고 제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네이버를 택했는데요. 들어오고 나서 이듬해에 바로 알파고가 터졌어요. 약간 인생은 타이밍, 운칠기삼이라고 할 수 있죠.

(왼쪽부터) EO 김태용 대표,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Q. 대학원 시절에 머신러닝을 연구하시면서 '이게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꾸겠구나'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실제 세상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바뀌고 있나요, 아니면 오히려 느린가요?


제가 학위를 하던 시절에는 특정 문제는 잘 해결하지만, 머신러닝을 비슷한 듯 다른 문제에 적용하면 안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2010년대 초중반으로 넘어오면서 딥러닝의 시대가 도래했고, 2015년에는 이미지넷(ImageNet)*을 맞추는 모델이 처음으로 사람을 이겼어요.

* 시각적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연구에 사용하도록 설계된 대형 시각적 데이터베이스


나아가 2018년 정도에는 사람보다 질의응답을 더 잘하는 모델이 나왔어요. 특정한 목적 없이 주고받는 대화를 자유 대화라고 하죠. 저는 이런 심심이 류의 대화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최근 나온 GPT-3*를 보니 가능성이 조금 보이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오픈AI에서 딥러닝을 활용해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하는 자동 회귀 언어 모델

출처: 연합뉴스

Q. 작년에 재미있었던 뉴스 중 하나가 인공지능 컬링 로봇이 국가대표 컬링팀을 이겼다고 하더라고요. 스포츠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의 벽이 깨졌음을 느꼈어요.


특정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잘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특정 인공지능이 컬링같이 특정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폭이 넓어지면 소위 말하는 '강인공지능'이 탄생하는 거죠.


인공지능이 아직은 그러지 못해요. 비슷한 것은 잘해도 다른 건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 발전해 나가야 해요. 또 한 가지 지점은 인공지능계에서는 일반화라는 용어를 쓰는데요. 이 일반화의 정확도나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야 해요. 업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EO 김태용 대표,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Q. 최근에 태어난 아기들은 디지털 기기에 말을 걸었을 때 응답을 안 하면 되게 이상하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재직 중이신 네이버에서 개발하는 인공지능에는 어떤 재미있고 신기한 기능이 있을까요? '이런 것도 돼?'라고 생각될 만큼요.


여기 이 스피커가 네이버에서 2020년 6월에 새롭게 출시한 스피커입니다. 클락이라고 하는데요. "헤이 클로바*, 오늘 날씨"라고 했을 때 날씨가 좋으면 동그라미가 나오고, 비가 오면 'ㅠㅠ'가 나와요. 그뿐만 아니라 네이버 스포츠 야구 중계를 바로 들을 수도 있는데요. 심지어 양쪽 팀 중 누가 이기고 있는지까지 알려줄 수 있는 정도예요.

* 네이버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사실 이런 건 예전부터 됐는데요. 그보다 최신이라고 하면 스마트 ARS Ai Call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Ai Call은 말 그대로 AI로 ARS를 하는 시스템이에요. 카드 회사 같은 데 전화해보면 아시겠지만, 보통 몇 분씩 대기해야 하잖아요. Ai Call이 이런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어요.


그리고 보통 들어오는 질문들이 대부분 일반적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AI가 잘 대답해줄 수 있어요. 실생활의 예시로 들면, 어떤 업장이 있으면 사장이든, 종업원이든 손님들에게 서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전화 응대를 하면서 생기는 서비스 퀄리티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형태죠.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인터뷰

Q. 이사님이 과거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시대에는 빅데이터를 가진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래서 특정 기술은 우리가 직접 개발하면서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어떤 이야기인지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행히 AI 기술의 기본 철학은 공유와 공개인데요. 지금처럼 AI 기술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리눅스가 그랬듯이 그 두 개 덕분이죠. 전 세계의 많은 분이 여기에 공헌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미지는 RGB 픽셀로 표현되는 거니까 전 세계 어디서든 공유될 수 있는데, 음성은 해당 국가의 언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제한적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테스트 베드로서 중요한 나라인 건 맞지만, 시장의 크기는 그리 큰 편이라고 할 수 없고요.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에 관한 모든 부분을 전부 잠식했을 때, 과연 그들이 우리나라 사용자를 위해 얼마만큼 지원해 줄 거냐 하면 약간 회의적이에요. 이런 부분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내재화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출처: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또 다른 결의 거시적인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현 정부에서 디지털 뉴딜을 혁신 성장을 위한 기조로 삼고, 공공 데이터 댐 같은 것을 구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정부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댐 사업에 극찬성주의자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미 이미지넷이나 MS 코코같이 공개된 데이터가 많은데, 굳이 정부에서 돈을 들여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느냐고 말씀하세요. 그런 데이터들 사실 좋긴 하죠. 근데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에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중간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국가에서 만들어주면 AI 저변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데이터를 통해서 개별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데이터 품질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아요. 아무래도 크라우드 소싱* 기반이다 보니까 품질 관리·검증이 문제시되고 있어요. 확실히 검수 절차를 더 엄격하게 하거나 이를 위한 전문가를 더 많이 확보하는 형태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기업 활동 일부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또, 신뢰 가능한 AI 관점에서 봤을 때, 데이터의 편향성을 더 면밀하게 체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도로 사진만 열심히 찍으면 지방에 있는 도로에서는 인식률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심지어 한번은 AI가 천동설이 맞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거죠.


물론, 편향성이 아예 안 생길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화되게끔 데이터 구축을 잘해야 한다는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서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EO 김태용 대표,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Q. 2019년에 열린 테크 미츠 스타트업이라는 스타트업 기술 컨퍼런스 같은 행사를 보면 인공지능이 장내 아나운서를 대체하더라고요. 이렇게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체되는 일자리가 있으면 새롭게 생겨나는 기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둘 수 있을까요?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일입니다. 사람보다 훨씬 잘할 수 있습니다. 그에 관한 일자리는 아무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죠.


반대로 AI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좀 더 창의적인 가치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자리는 계속 생겨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요.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말과 관련된 직업은 거의 다 사라졌죠. 하지만 자동차가 나옴으로써 운전사라는 직업이 새로 생겼고, 물류가 훨씬 혁신적으로 발달했잖아요.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도구로 더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길 수 있어요. 다만, 개인 한 명 한 명으로 보면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심각한 문제이니 그분들이 새로운 일자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정부나 사회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왼쪽부터) EO 김태용 대표,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Q. 인공지능 관련 학원이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그런데 국비를 통해 일반인분들을 많이 지원하는데도 업계에서는 인력이 그렇게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구인이 어렵나요?


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맞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특히나 역량 있고 일을 잘하는 분들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편이에요. 인공지능 관련해서 새롭게 역량을 쌓으시는 분들이 좀 더 양질의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역량을 쌓아서 오시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죠.

(왼쪽부터) EO 김태용 대표,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Q. 인공지능 분야로 커리어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 같은 것을 전수해 주신다면요?


인공지능 분야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공개와 공유가 기본 철학이기 때문에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 자료로 출발하시길 바라는데, 자료는 많아도 혼자 학습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어제 맞았던 게 오늘 틀릴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고, 너무 많은 연구 결과들이 새롭게 나오거든요.


그러니 혼자서 공부하고 연구하시기보다는 온라인이 됐든, 오프라인이 됐든, 커뮤니티 혹은 세미나 같은 데 참석하셔서 집단지성을 활용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본인도 그 집단지성에 기여하고요.


다른 사이드로 보면, 절대적인 수로 보았을 때 AI 연구자만큼이나 AI 모델로 좋은 엔진과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AI를 잘 아는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 앱 개발자분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요. 그러니 지금 개발자이시라면 AI를 공부함으로써 역량을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왼쪽부터) EO 김태용 대표, 네이버 AI 연구소 하정우 책임 리더

Q. 끝으로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된 네이버 AI 연구소의 비전을 이야기해주신다면요?


결국, 글로벌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을 텐데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당연히 컨텐츠와 서비스겠죠. 그 두 가지가 중요하고, 기저에서 그것들을 서포트하는 것이 AI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개된 AI 기술을 가져다가 커스터마이징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네이버가 기술 내재화를 생각하는 이유는 기술 내재화를 통해 다른 곳보다 1, 2년 더 먼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 자체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나아가면 직접적인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 공헌 관점에서 풀어야 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잠시 언급한 데이터 편향성 같은 것들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서 기업으로서 사회 전체에 기여하게끔 노력할 예정입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0월 공개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네이버 AI 연구소 리더의 인공지능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네이버 AI 연구소의 책임 리더 하정우 님이 들려주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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