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나와 대통령의 벨트를 만든 서울대생 이야기

조회수 2021. 1. 27.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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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벨트로 웨어러블 시장을 놀라게 한, 웰트 노혜강 공동창업자 겸 이사

정신없이 외출을 준비하는 날이면 종종 목걸이, 시계, 블루투스 이어폰을 차지 않고 나가 아차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벨트는 사람들, 특히나 남자들이 외출을 하기 전에 절대 잊지 않는 아이템일 겁니다. 핏에 맞지 않게 한없이 흘러내리는 바지를 움켜쥐고 밖을 나서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웰트의 노혜강 공동창업자 겸 이사는 이런 벨트만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필수성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창업을 했습니다. CES(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세계가전전시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사내 벤처로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다 못해 대통령의 선물로까지 선택된 스마트벨트를 개발하는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웰트 노혜강 이사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웰트를 공동 창업한 노혜강이라고 합니다. 웰트는 웨어러블을 만드는 모든 기업의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고민은 바로 사용자의 45%가 일주일만 지나면 웨어러블을 벗어버린다는 것이었는데요. 저희는 사람들의 습관을 해치지 않고 되레 스며든다는 벨트의 장점에서 착안해 스마트 벨트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2019년을 기준으로 웰트의 매출 80%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에서는 NBC가 베스트 컨슈머 제품으로 선정하면서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만난 2018년 국빈만찬 때도 저희 제품이 선물로 제공되면서 브랜딩할 좋은 기회를 얻었었죠.


또한, 2020년 CES에서는 신기술(낙상위험 평가)이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누적 투자 금액으로는 총 30억 원을 유치했고, 조만간 추가 시리즈 투자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웰트 노혜강 이사 인터뷰

Q. 웰트가 첫 번째 창업이신가요?


아닙니다. 약 10년 전 즈음에 웰트의 공동 창업자인 강성지 대표와 같이 첫 번째 창업을 했었는데요. 그때는 헬스케어와 게임이 융합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게임은 안 시켜도 사람들이 스스로 하니까 ‘게임 요소를 헬스케어에 입히면 사람들이 건강관리를 스스로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죠. 걷기를 유도해서 살을 빼게 하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던 건데, 결과는 실패였어요. 사람들이 걷지 않더라고요. 


몇 년 뒤에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가 나왔는데요. 그게 바로 '포켓몬 고'였습니다. 한창 <포켓몬 고>가 인기였을 때, 주어진 위치에 걸어가서 미션을 해결하면 살이 빠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잖아요. 그걸 보고서 저희는 '우리는 포켓몬 같은 콘텐츠가 없었구나'라고 생각했었죠.


근데 포켓몬 고조차도 초반 상승세를 제외하면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활성 사용자 수)와 DAU(Daily Active Users, 일간 활성 사용자 수)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포켓몬조차도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려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사업을 한다면 사람들의 습관을 해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요.


그 상태로 당시 저희 창업 팀은 해체되었습니다.

Q. 팀을 해체한 다음에 어떻게 삼성전자에 들어가게 되신 건가요?


저는 경영학과를 나와서 원래 개발을 전혀 몰랐는데요. 제가 뭔가 바꾸고 싶어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게 답답하더라고요. 그런데 IT를 좋아하다 보니 개발을 해야겠다는 욕심은 계속 있었습니다.


마침 창업을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할 때, 삼성에서 '이재용 키즈'를 키운다는 기사가 뜬 거예요. 인문대생을 개발자로 만드는 취지의 'SCSA(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라는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1기로 운 좋게 들어가서 개발자로 환골탈태하는 훈련을 6개월 정도 거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때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로 특채 입사를 했었는데요. 당시가 기어 시리즈가 막 나올 때였는데, 웨어러블이 신기하더라고요. 그 신기한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삼성, 애플, 샤오미 등 온갖 기업이 참여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리텐션이라는 고민을 다 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문하면 결과가 이렇게 나옵니다. 1위는 기기를 충전하고 나서 외출할 때 다시 착용하는 것을 까먹어서이고요. 2위는 이걸 착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서예요.


그 점에서 저희는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는 걸음 수만을 측정할 수 있는 게 에러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건강 관리를 하면 몸무게도 재보고, 식습관도 조절해 보는데 말이죠. 이후 고민 끝에 스마트 벨트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고요.

(왼쪽부터) 웰트를 공동 창업한 강성지, 노혜강

Q. 지금까지 웰트가 성장해 온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요.


처음에 사내 벤처라는 좋은 기회를 만나서 스마트 벨트라는 아이템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망친 프로토타입이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진짜 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요. 2016년에는 거의 완성본에 가까운 프로토타입을 CES에 출품했었죠.


그때 컨셉을 공개하니까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 거예요. '삼성이 제대로 된 웨어러블을 만들었다'라는 식의 기사도 나니까 임원, 경영진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고요. 그런데 삼성에서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기 때문에 2016년 중순에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하게 되었습니다.


독립한 후에 정말 빠르게 양산화 작업을 거쳤어요. 저희는 제품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확신했거든요. 그 마음 그대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로도 펀딩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화로 약 1억 원 정도 모금하는 데 그쳤는데, 저희가 기대한 수준에는 못 미쳤어요.


그러고 나서 무슨 문제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돌이켜 보니 저희가 첫 번째 창업 때 했던 실수를 또 반복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기능이 있으니 당신은 이 벨트를 차야 해'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 사용자들을 바꾸려고 했던 겁니다.


기능적인 어필보다는 브랜딩이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보기로 했고, 초반에 빈폴을 시작으로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시작했습니다.


효과는 좋았습니다. 브랜딩을 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99달러(한화 약 11만 원)인 저희 제품을 보고 비싸다고 했는데요. 빈폴에 이어 듀퐁과 콜라보한 제품을 300달러(한화 약 34만 원)에 내놨더니 싸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지점이 고객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인 거 같아요. 고객이 저희 제품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건 기능 그 자체보다는 브랜드, 디자인, 품질이었던 거죠.

Q. 리텐션 측면에서 웰트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나요? 다른 웨어러블과 비교했을 때의 메리트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존 손목형 웨어러블의 리텐션은 일주일 후에 45%로 떨어지면, 저희 웰트는 70% 이상을 유지합니다. 아주 압도적인 지속 사용률을 보이고 있죠. 배터리 용량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없고 센서 정도만 부착되어 있어서 한 번 충전하면 두 달 이상 사용할 수 있어요.


허리를 둘러싸는 웨어러블이다 보니 운동량과 식습관의 결과치인 허리둘레를 측정할 수도 있어요. 허리둘레가 늘어나면 운동량을 조절하라거나 식습관을 개선하라는 등 여러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줄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웰트가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웰트에게는 벨트 개발 및 판매 그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인데요. 저희는 제품을 통해 앉은 시간, 걸음 수, 이동 거리 등 많은 양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데요. 그 데이터를 론칭 1년 반 만에 1,000만 세트 이상 쌓아둔 상태예요.


향후에는 이를 활용해 보험사와 연동한 상품 혹은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건강 리스크를 예측하는 서비스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인정받아서 2018년 12월에 24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4월 공개된 <삼성전자를 나와 전세계에서 팔리는 스마트벨트를 만들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벨트로 웨어러블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웰트의 노혜강 이사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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