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자산가의 인생 마지막 투자 이야기

조회수 2021. 1. 25.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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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회사를 코스닥에 올리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10년 넘게 활약 중인,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주식 시장에 상장한다는 건 회사로서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어 돈이 모여도 될 만큼 회사 기반에 충분한 신뢰가 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권도균 대표님은 그 상장을 자신이 세운 회사로 2번이나 경험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 성공적인 기업가의 삶을 살아왔는데요.


그러던 중, 더는 돈을 버는 데 삶을 바치지 않겠다며 2010년부터는 후배 창업가들을 서포트하는 멋진 터전인 프라이머를 세웠습니다. 이제 프라이머는 명실상부 한국 창업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투자자로 변신해서 10년 넘게 한국 스타트업 씬을 위해 뛰고 있는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님을 함께 만나보시죠.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권도균이라고 합니다. 저는 과거에 이니텍과 이니시스를 포함해서 다섯 개의 회사를 창업하고, 그중 두 개를 코스닥에 상장시켰습니다. 2008년에 모든 회사를 매각했고요.


현재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멘토링으로 창업가들을 돕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는 스타일쉐어, 마이리얼트립, 아이디어스, 호갱노노, 세탁특공대, 숨고 등이 있습니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Q.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하셨나요?


저는 조금 소심하고, 너드 같은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업할 거라고 기대했던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어요. 스스로도 사업할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요.


창업하기 전에는 데이콤이라는 회사에 다녔는데요. 그 회사에 다니면서 인터넷을 조금 일찍 알게 됐어요.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4~5년 전에 알았으니 다른 사람보다 조금 빨랐죠. 당시에 저는 인터넷 분야 중에서도 전자 지불 기술과 암호 기술을 갖고 있었어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가 창업한 첫 번째 회사 이니텍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가 창업했고, 이니텍과 함께 주식 시장에 상장된 회사 이니시스

Q. 그 기술을 통해 창업의 세계에 뛰어드신 건가요?


네, 제가 35살에 창업했는데, 그때 데이콤이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통신 회사로 업종을 바꿨어요. 그래서 컴퓨터 관련 연구팀이 점점 줄고 있었죠. 저는 마지막으로 남은 컴퓨터 관련 연구팀에 속해 있었는데요. 제가 창업하기 전 마지막 해에 그 연구팀마저 없어지는 타이밍이 왔어요.


저는 다른 곳으로 이직할 바에는 창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진 기술을 주도적으로, 제 방식으로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니텍이라는 회사를 1997년에 창업했어요. 이니텍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뱅킹이나 인터넷 트레이딩 같은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초기에 금융기관이나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많이 판매됐어요.


1997년에 생긴 이니텍은 창립 5년 만인 2001년에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첫 창업 때 저는 시장에서 전자 지불 전문가로 알려졌어요. 어떤 분들은 저에게 '당신은 전자 지불 전문가인데, 왜 전자 지불 기술로 창업을 안 하냐. 당신의 보안 기술은 관심 없다. 전자 지불 기술을 가지고 회사를 독립하면 투자해주겠다'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죠.


그렇게 20억 원을 투자받아서 1998년에 이니시스를 창업했습니다. 이니시스를 만든 지 얼마 안 돼서 우리나라 전자상거래가 매우 활성화됐어요. 덕분에 또 창업 이후 5년 만인 2002년에 코스닥에 상장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인터뷰

Q. 그러다 어떻게 두 회사를 매각하신 건가요?


제가 이니시스를 매각할 때 직원이 1,000명 가까이 있었습니다. 매출 몇억 원, 직원 몇천 명 등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이니시스가 대기업이 될 수 있었죠. 그 상황을 보면서 저는 '이렇게 큰 회사를 경영하려고 회사를 창업했나?'라고 생각했어요.


좀 아쉬웠어요. 작은 회사를 경영할 때는 제가 직접 무언가를 시도해보면서 만드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저는 자꾸 뒷방으로 밀리는 거예요.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즐거움은 직원들의 것이고요. 저는 직접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회사를 그냥 관리만 하게 된 거죠.


자연히 일이 점점 재미없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일에 흥미를 잃어가던 어느 날, 뉴욕에 있는 사모펀드 회사가 이니시스를 인수하겠다고 했어요. 신뢰할 만한 회사였고, 조건도 좋았어요. 매각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매각했죠.

Q. 매각하고 나서 어떻게 프라이머를 만들게 되신 건가요?


매각 후 1년은 그냥 쉬었습니다. 사업을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근데 매각하면서 결심한 게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더는 돈을 버는 데 인생을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어요.


결정을 내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저는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었어요. 후배 창업가들을 돕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프라이머를 설립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2009년 말부터 준비해서 2010년에 프라이머를 만들었어요.

강연 중인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Q. 프라이머는 어떤 방향성을 가진 액셀러레이터인가요?


공식적으로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고 얘기하는데요. 프라이머의 진짜 속성은 사람들이 서로 배우고, 핏이 맞으면 당기고 밀면서 창업가들끼리 돕는 네트워크, 생태계를 만드는 겁니다. 다른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사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창업가에게 창업할 때 액셀러레이터를 꼭 거치라고 권하는데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못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초기 창업가 옆에는 하려는 사업의 길이 진짜 맞는 길이라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토론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 역할을 액셀러레이터가 하는 걸 테고요.


저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과정을 거쳐서 누구나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할 수 있다고 믿어요. 평범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수준의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배울 수 있다고 보고요.


어디 가면 그 증거가 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10년간 프라이머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후배 창업가들을 도우면서 믿음이 더 생겼어요.

프라이머클럽 7기 세탁물 수거배달 서비스 '세탁특공대'

Q.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작년에 언택트라는 흐름에 따라 떠오른 회사 중 세탁특공대 같은 회사가 프라이머의 포트폴리오로 있는데요. 그다지 핫하지는 않은 세탁이라는 영역에 뛰어든 회사에 투자하신 것을 비롯해서 투자와 혁신에 대한 대표님의 견해와 기조가 궁금합니다.


프라이머가 세탁특공대에 투자할 때, 투자 회사들을 보면 대체로 트렌디한, 기술 쪽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었어요. 사실 세탁은 그에 비해 재미없는 분야이긴 하죠. 뻔하게 느껴진다는 건데, 왜 뻔하게 느껴지냐면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이에요.


혁신을 일으킨 사람도 없다는 말일 테고요. 조금만 바꿔도 굉장히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음에도 말이죠. 물론, 너무 뻔하다는 말인즉슨 그간 누군가 많이 도전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걸 혁신으로 승화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분야가 성공하지 못한 채로 그저 뻔한 거로 남은 거겠죠. 세탁특공대는 그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세탁 같은 흔한 분야에서의 혁신을 비롯해서 저는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해놓은 목표에 집중해서 계속 만들어 가면 불가능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입증해내면 사람들은 그때서야 혁신이라는 단어를 꺼낼 뿐인 거예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가 쓴 저서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Q. 스타트업이라면 어떤 마인드셋을 가져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보시나요?


스타트업들이 로켓을 만들자고 하잖아요. 그 비유가 좋은 것 같아요. 로켓을 만들려면 제일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게 지구 중력을 뚫고 나가는 일이에요. 지구 중력은 우리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죠. 먹고살아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문제인 거죠.


그 현실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본능적인 두려움과 우리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 두려움을 이겨내고 비전을 선택해야 로켓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봐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Q. 그에 반해 개인적으로 생각하시기에 한국의 창업가들에게 아쉬운 구석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나라 창업가들에게서 조로 현상이 발생하는 거 같아요. 그 이유로 창업가의 야심이 조금 작다든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죠. 그중에 야심은 큰데, 성장이 중단되는 상황에 놓인 창업가들이 특히나 빨리 늙는 거 같아요.


어떤 회사가 아직 작아서 코스닥에도 상장하지 못했다고 쳐볼게요. 그런 회사의 창업가를 만나다 보면 벌써 인생과 창업을 다 경험한 노인처럼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그들을 가만히 보면 겸손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아직 작고 배워야 하며, 갈 길이 멀다고 느끼는 태도를 놓치는 순간 성장이 멈추는 것 같아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Q. 대표님이 여기에 오기까지도 겸손함이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보시나요?


맞아요.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회사를 망하지 않도록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겸손한 태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은 대부분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내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으면 길이 보여요. 교만의 계단을 올라갔다가 한두 계단 내려오면 또 길이 보이고요.


그런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내렸던 결정 하나하나가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었다고 생각해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인터뷰

Q. 마지막으로 선배 창업가로서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조금 더 부탁드릴게요.


제가 우리 프라이머 클럽 팀들에게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창업의 목적이 각기 다르겠으나, 공통으로 나중에 성공해서 엑싯한 이후에 돈과 시간으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하겠다는 목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요. 그 자유를 얻은 사람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항상 돈이라는 기준으로 모든 것을 저울질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것보다 돈이 더 가치 있는 사회는 자꾸 부패하고 퇴락해질 수밖에 없고, 돈보다 가치 있는 게 더 많은 사회는 점점 발전하고 더 좋아진다고 믿어요.


이 관점에서 우리 창업자들에게 돈 벌고 명예를 얻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까지도 생각하면서 창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 창업가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모아서 힘을 키우고, 그 힘으로 이 사회를 변혁하는 것이 프라이머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제가 창업가들이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이유예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9월 공개된 <기업 상장,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봐요>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2개 회사를 코스닥에 올리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10년 넘게 활약 중인 프라이머의 대표 권도균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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