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 때문에 삼성전자 퇴사한 서울대 박사 이야기

조회수 2021. 1. 10. 14: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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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양치질에 스마트함과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치아 건강은 어렸을 때부터 관리가 필수입니다. 한번 망가지면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니와, 교정이나 임플란트 등 일종의 '복구' 작업을 하는 데 비용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육자 입장에서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가장 힘들면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이 양치질입니다.


키튼플래닛은 이 어렵디어려운 양치질 교육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행복한 현재와 미래를 선사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양치질을 하도록 돕는 스마트 칫솔과 AR 애플리케이션 브러쉬몬스터를 서비스하는 키튼플래닛의 대표 최종호 님을 EO가 만나고 왔습니다.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회사의 서비스도 함께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디지털 덴탈케어 스타트업 키튼플래닛의 대표 최종호입니다. 키튼플래닛의 첫 번째 아이템은 브러쉬몬스터라는 어린이 구강 관리 서비스인데요. 서비스는 크게 스마트 칫솔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스마트 칫솔이 꼭 없더라도 아이들의 양치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선공개했는데요. 다행히 반응이 너무 좋아서 한 달 만에 양치 앱 중 1위를 했습니다.


이후 하드웨어 개발에 6개월을 더 투자해서 스마트 칫솔을 출시했고, 현재 18개국에 수출하고 있어요. 2019년에는 브러쉬몬스터로만 10억 정도의 매출을 올렸네요.

Q. 창업 전에는 어떤 커리어를 가져가고 계셨나요?


저는 학부와 석사 과정을 밟을 때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다 산업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사는 수학이 아닌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로 갔죠. 입학해서는 서울대병원과 같이 뇌 질환 환자들의 뇌 이상 부위를 판단하고 분석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박사를 마칠 때 즈음에는 교수 쪽으로 갈지 산업체 쪽으로 갈지 고민했는데요. 제 인생을 수학에서 고객으로 조금 더 가까워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서 삼성전자에 입사했어요. 헬스케어 쪽을 조금 더 연구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거라 사내에서 S 헬스나 갤럭시 기어 핏의 헬스케어 모듈을 개발하고 기획했었죠.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인터뷰

Q. 그런데 어떤 계기로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게 되신 건가요?


애초부터 삼성전자를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도 마흔 정도까지만 회사에 다니고, 그 후로는 막연히 다른 형태의 삶을 꿈꾸고 있었는데요.


제품에 기여하며 보낸 회사에서의 3년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스타트업을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임시조직'이라고 정의하는데, 그 정의가 너무 멋있었습니다.


사실 가설을 만들고 증명하는 행위가 수학의 전부거든요. 그래서 '원래 나는 가설검증으로 하는 사람이니 스타트업을 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분사 창업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는 지금 창업을 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Q.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왜 덴탈케어를 선택하신 건가요?


학교에서 공부할 때, 뇌 공학은 헬스케어에서 분석하기 가장 어려운 데이터였는데요. 회사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도 R&D(연구개발)적인 성격이 너무 강했어요. 열심히 기획하고 개발해도 사람들이 잘 안 쓰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려고 했습니다. 리텐션이 좋고, 일상생활에서 쓸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거죠. 그 조건에 부합하는 헬스케어 영역으로 덴탈케어가 떠올랐어요. 양치질은 누구나 사회적으로 의무감을 갖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잖아요.

증강현실 기술에 기반한 키튼플래닛의 덴탈케어 서비스 '브러쉬 몬스터'

Q. 키튼플래닛은 덴탈케어 중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덴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어떻게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해 나가셨나요?


저희가 가지고 있던 증강현실이나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로 덴탈케어 분야에서 시급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는데요. 아이들이 양치질을 너무 싫어하고 잘 못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어요.


그러고 나서 대한민국의 화장실 환경을 쭉 봤더니 수납장에 거울이 붙어 있는 등 아이들이 발판을 딛고 올라가도 거울이 안 보이는 겁니다. 아이들이 양치를 싫어하고 잘 못 하는 이유가 어떻게 보면 거울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에 대한 솔루션은 지금까지 모두 동영상이었는데, 효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죠.


저희는 동영상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증강현실 방식으로 아이들의 양치 교육을 하면 더 효과적일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 따라 하는 거예요. 어린이집에서 베타 테스트를 했을 때, 5세 아이들이 동영상 교육으로는 10명 중 2명만 따라 했는데요. 증강현실로는 10명 모두 따라 하더라고요.


100%라는 확률로 가설이 검증됐으니 발전시킬 만한 가능성이 있다 싶은 게 당연했어요. 자연스럽게 키튼플래닛의 첫 번째 아이템은 어린이 양치 교육 서비스가 됐죠.

키튼플래닛의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브러쉬 몬스터'의 주요 캐릭터들

Q.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흥미로운 에피소드랄 것이 있을까요?


브러쉬몬스터에는 아이들이 양치를 하고 나면 매일 다른 캐릭터를 하나씩 수집할 수 있는 게임적인 기능과 그 캐릭터와 같이 셀피를 찍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아이들이 실수로 계정을 삭제해서 100일 넘게 모은 캐릭터가 사라지는 경우가 생겨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부모님들께서 저희에게 아이가 캐릭터가 없어진 게 슬퍼서 2시간째 울고 있다고 전화나 이메일로 다급하게 연락하세요. 저희 서버에는 계정 정보가 다 저장되어 있으니 복구를 해드리면 아이가 다시 브러쉬몬스터를 잘 사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곤 하고요.

키튼플래닛이 스마트 칫솔 형태로 출시한 하드웨어 제품

Q. 키튼플래닛의 제품이 덴탈케어 서비스계에서는 확실히 새롭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덴탈케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되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콜게이트는 화학 물질을 통해서, 필립스는 보유하고 있는 모터 기술을 활용하죠.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라는 조금 색다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다만, 최근에 저희가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이 시장 안에서 확장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오히려 디지털 덴탈케어 시장 자체를 확장하는 게 저희의 또 다른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콜라보 비즈니스를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자 합니다. 저희 기술이 들어간 다른 회사의 스마트 칫솔도 출시를 준비 중이고요.

키튼플래닛 최종호 대표

Q.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는데, 다른 사람에게도 창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사업을 한다는 것이 희로애락에 대한 폭넓은 경험이라면, 창업은 그냥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취업을 했었고, 지금은 창업을 했지만, 회사가 M&A되어서 엑싯을 하면 다시 취업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취업과 창업에서 하는 경험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제가 어딘가에 다시 입사하면 창업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창업을 주저할 필요가 없는 거죠. 게다가 '단군 이래 창업하기 제일 좋을 때다', '우리는 지금 산업이 완전히 재편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같은 말도 있듯 투자금의 규모를 떠나서 무언가 새롭게 해보기에 좋은 환경이 계속해서 조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만 해도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았거든요. 창업자들이 삼성전자 출신 직원들이다 보니까 다 수원에 살고 있어서 서울에 사무실 공간을 구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창업 팀 멤버들 집 주변에서 운영되고 있는 창업진흥원의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사무실뿐만 아니라 사업과 창업 자체에 관한 팁도 많이 얻었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가 창업하기에 충분히 좋은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죠.

* 본 아티클은 2020년 3월 공개된 <일상에서 발견한 스마트한 사업의 기회>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서울대, 삼성전자를 거쳐 아이들이 재밌게 양치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키튼플래닛의 대표 최종호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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