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4캔 만원'보다 더 혁신적인 국산 수제 맥주 이야기

조회수 2020. 12. 15.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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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성수동 좋아하시나요? 최근 2, 3년간 성수동은 서울에서 가장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는데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성수동에 간다면 꼭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해외에 가면 있는 로컬 브루어리처럼 한국적인 요소와 세련됨을 더해 다양한 맥주를 판매하며 좋은 경험을 주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인데요.


법도 개정하고, 배달도 하고, 수제맥주에 대한 수요도 이전보다 늘어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맥주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김태경 님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경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2016년에 성수동에서 작은 맥줏집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성수, 잠실, 건대, 송도, 이천, 이태원 6개 정도의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고, 맥주 배달 사업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B2B, B2C 가리지 않고 맥주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하고 있는 회사라고 보시면 돼요.

(왼쪽부터)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와 EO 태용 대표

Q.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맥주에 대해서 알아보고, 맛도 보면서 창업을 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크래프트 맥주 접하게 된 건 2010년에 MBA 유학을 하러 가서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맥주 종류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어요.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한 50 ~ 100종 정도의 맥주가 있는 지금과 달리 수입 맥주는 몇 종류뿐이었던 때였죠.


해외에 가서 너무 놀랐던 게 맥주 종류가 진짜 수백 가지인 겁니다. 그때부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패키지 뒤를 딱 봤더니 차로 10분 거리에 양조장이 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그런 곳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는데, 나중에 제가 찾아갔던 양조장을 세봤더니 2015년까지 한 150군데 정도를 갔더라고요.


그러다 2016년 초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됐는데요. 원래는 한국에서 법적으로 수제맥주를 유통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 법이 풀린 게 계기였습니다.

출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론칭한 직후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빠르게 성장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근 5년간 수제맥주 시장은 어땠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습니다. 2015년에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이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법을 풀어주셨고요. 그전까지 하우스맥주라 불렸던 수제맥주가 수제맥주 이름 그대로 유통할 수 있게 되어서 시장이 갑자기 커졌죠.


그래서 2016~2018년 사이에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수제맥주 회사들이 생겼습니다. 이 회사 간의 진짜 진검승부는 사실 올해부터였는데요. 세금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이전까지는 종가세라는 제도에 의해 맥주 가격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었는데요. 2020년부터는 맥주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식이 되었어요. 어마어마한 변화였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인터뷰

Q.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격에 따라서 세금을 부과하면 큰 회사가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단위 제품당 생산원가가 싸니까 세금을 비교적 덜 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세는 72%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원가 100원이 올라가면 실제 가격은 100원보다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이 방식이 아니라면 큰 회사와 작은 회사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요.


그럼 종가세로 따졌을 때 맥주 업계에서 가장 유리한 회사는 어디일까요? 버드와이즈, 하이네켄 같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들은 본국보다 한국에서 더 싸게 제품을 팔아요. 아사히만 해도 일본보다 한국이 저렴해요.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에요. 수입 맥주는 외국에서 만들어서 배 타고 와야 하니까 운송비를 포함해 여러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비싸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잖아요. 오히려 성수동에서 파는 맥주가 더 비싼 것에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게 다 세금 때문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이 시장이 왜곡되어 있다고 보고, 여러 차례 규제 개선 요청을 해서 결국 법이 개정됐죠.

(왼쪽부터)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와 EO 태용 대표

Q.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법이 바뀌는 것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비용 부담이 줄어드나요?


가격은 저희가 아니라 점주분들이 결정하는 거라서 정확히 얼마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법 개정 이전에는 잔 사이즈에 따라 다르긴 해도 수제맥주가 한 잔에 6,000~8,000원 정도였습니다. 종량세를 적용하면 여기서 가격이 한 1,500~3,000원씩 내려가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출시한 수제맥주 (출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그냥 맛있으니까 더 비싼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이제 배달 사업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2019년 7월에 관련 법이 하나 풀렸습니다. 치킨집에서 생맥주를 페트병에 포장해 주는 등 생맥주 포장이 불법이었어요. 전국의 모든 치킨집에서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불법인 게 말이 되나요.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나 국세청에 건의를 많이 했습니다. 꼭 저희 때문만은 아니고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을 비롯해 여러 군데가 연합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더니 당국에서 정말 풀어주었어요. 현재는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경우에 한해 합법적으로 맥주 배달을 할 수 있어요. 그에 맞춰 저희도 작년 9월 첫 배달 점포를 냈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인터뷰

Q. 배달 사업을 하며 갖고 있던 가설은 무엇이었고, 실제로는 어떤 분들이 많이 주문하시는지 등 성과가 궁금합니다.


아주 명확한 답이 있습니다. 1인 가구인데요. 현재 논현동을 중심으로 강남권만 커버하고 있는데, 재구매율이 28%로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대략 3명 중 1명은 다시 시켜 먹는다는 뜻이니까요. 만족도도 되게 높아요. 주 고객이 1인 가구라서 치킨 반 마리에 맥주 2캔, 이런 메뉴의 인기가 높습니다.


나타나는 현상이 이렇다 보니 사내 조사를 해봤더니 직원 중에도 1인 가구가 많더라고요. 대부분 집에서 조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고기, 생선, 치킨, 맥주 뭐든 다 시켜 먹으니까요. 심지어 가스레인지를 마지막으로 켜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저는 결혼을 해서 와이프나 장모님이 밥을 해주시곤 해서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들에게는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나가는 것조차 귀찮은 거예요.


저희는 그분들이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서 손 끊어지게 맥주를 사 오는 불편함을 배달로 덜어주는 거죠. 거기에 약간의 치킨이나 피자 같은 간단한 음식을 함께 배달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서 주류 쪽을 타깃으로 잡고 있고요.

(왼쪽부터)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와 EO 태용 대표

Q. 배달이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로서는 좀 더 맛있고 다양한 맥주를 먹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네요.


그렇죠.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은 다양성인데. 지난 80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맥주 회사가 두 개밖에 없었습니다. OB, 하이트인데, 둘 다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회사예요.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2차 세계 대전 즈음에 독일식 모델을 벤치마킹해서 지은 양조장에서 만들던 일본식 라거만 계속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두 가지 회사의 맥주로는 훨씬 더 다양한 종류를 원하시는 요즘 MZ 세대를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일 텐데요. 매대에 한계가 있다 보니 35~40종류 정도 진열된 편의점도 채널로서 한계가 있습니다. 구색을 그 이상으로 늘리기에는 매대 구조상 어렵고요.


그런데 저희는 냉장고만 좀 크게 들여놓고 배달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100종이든, 200종이든 다양성 측면에서 편의점을 압도할 수 있어요.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까지 있기 때문에 다른 유통 채널과의 경쟁에서 꽤 승산이 있다고 봐요.

출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여러모로 기회가 많네요. 어느 정도 사이즈의 기회라고 보고 계시나요?


따로 수치화해 본 적은 없는데, 현재 한국의 전체 맥주 시장 중 79%가 국산 맥주, 20% 정도가 수입 맥주, 그리고 1% 가 수제맥주예요. 미국의 경우에는 80%가 대형사의 맥주이고, 20%가 수제맥주죠. 그 맥락에서 저희는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도 전체 시장 중 10%까지는 커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앞서 말씀하신 대로 다양한 경쟁업체가 이 기회를 보고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데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도 어메지이브루잉컴퍼니가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요?


저희는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점포들을 통해 첫째로 고객 반응을 즉각 수집할 수 있어요. 둘째로 제조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신제품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볼 수 있고요.


사실 맥줏집이라고 하면 으레 전형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라고 인식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에서나 할 수 있을 거라 여기던 A/B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를 2개 만들어서 메뉴판 1번에 놓아보기도 하고, 8번에 놓아보기도 하는 거죠. 아니면 가격을 3,000원에 팔다가 4,000원에 팔아볼 수도 있고요.


저희는 지난 5년 동안 이런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이 되게 많았고, 한국의 맥주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업체는 이런 고객 경험 측면에서의 역량보다 제조나 유통에 집중하고 계신 거로 알아요. 그게 바로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인터뷰

Q. 미래에 열릴 시장이라는 건 어느 정도 확정적인데, 기존의 전통 업체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요?


기존 업체들은 그대로 하고 계시죠. '소주랑 타드세요', '테슬라(테라+참이슬)' 이런 식으로 계속 어필하는 겁니다. OB는 레트로. 옛날 OB 베어스 곰돌이 같은 걸 여전히 밀고 계시고요.


그 뒤편으로 어떤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계시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근데 아마 기존 업체들은 진짜 전통 제조업 쪽에 가까워서 한두 종류의 제품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팔수록 효율적인 쪽으로 사업 구조가 짜여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는 아마 쉽지 않으실 겁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사람과 돈이 엄청 많이 들 거니까요.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없는 셈입니다. 제가 대기업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죠. 물론, 카테고리 자체도 좀 다르다고 보고요.

출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외에 현재 맥주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가 있을까요? 아니면 이런 또 다른 규제가 풀렸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가능해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 등 다른 이야기도 좋습니다.


제일 큰 변화는 온라인 판매인데, 사실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 음주 때문에 우려가 많죠.


가령 자녀가 어머니,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로 술을 주문하는 그런 거죠. 근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위험은 본인 인증 기술이 발달하면 궁극적으로 해소될 거예요. 황당한 예일지도 모르지만, 예를 들어 맥주 캔에 지문 인식을 부착하거나, 아니면 배달 앱에서 주문할 때 반드시 지문과 안면 인식 등을 통해서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 식일 수도 있죠.


배달 앱 같은 경우에는 사전에 인증한 지문 혹은 안면과 실제 배달 받는 사람의 지문이나 안면이 동일해야 정상적으로 음식을 수령할 수 있게끔 하면서 이중장치를 설치할 수 있겠죠.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 부분만 해결하면 온라인 주문이 오프라인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청소년이 술을 살 때, 편의점에서는 직원이 신분증 확인을 안 하면 그만이잖아요. 근데 기술로 본인 인증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오히려 청소년 음주를 예방할 수 있겠죠. 온라인으로 가면 갈수록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봐요.


일례로, B2B 쪽은 온라인화가 이미 많이 됐는데요. 국세청에서 되게 좋아하세요. 거래가 투명해지니까요. 그래서 기술이 어느 정도 뒷받침해 줘야하겠지만, B2C 쪽에서도 온라인화가 된다면 청소년 음주를 막으면서도 편리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올해가 2020년인데,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포함한 알코올음료를 어떻게 즐길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10년, 15년 후를 예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양은 늘어날 거라고 봐요. 대신 한 번 마실 때 많이 안 마실 거 같아요. 그런 현상이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벌어지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저알코올화된다든지, 무알콜 맥주가 뜬다든지 그런 거죠.


대도시 중심의 생활권에서는 음주가 자율주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현재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가장 걱정하는 게 음주운전이죠. 대리 부르면 될 수도 있지만, 부르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귀찮고 돈도 들어요. 이 부분이 어떻게 해소될 것이냐에 따라 음주 문화가 많은 영향을 받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확실히 소주, 맥주에서 와인 쪽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어요. 도수가 낮아지는 경향은 너무나 명백하고요. 한 종류 안에서만 취향이 계속 머무는 경향은 확실히 없어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나저러나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트렌드인 거 같아요.

* 본 인터뷰는 2020년 1월 2일 공개된 <‘편의점 4캔 만원’보다 더 혁신이라 불릴 맥주시장의 변화>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의 확장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는 성수동 베이스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대표 김태경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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