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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대기업 퇴사하고 면도기에 인생을 걸다

조회수 2020. 12. 11.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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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면도기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면도는 참 귀찮습니다. 안 하면 없어 보이니 매일 해야 하는데, 한 번 하려면 많은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죠. 면도날이 스테인리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관리부터 교체까지 꼼꼼하게 해줘야 하고요. 그러지 않으면 어느 날 턱을 보았을 때 흉측한 '턱드름'이 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면도용품은 비싸기까지 합니다. 싼 면도기를 썼다가는 제대로 안 밀릴 수 있으니 5중날, 6중날을 찾을 수밖에 없는 데다 클리너 같은 용품까지 사면 조금만 사도 금액이 훌쩍 올라가죠. 면도기 구독 서비스가 주력인 와이즐리는 생각만 해도 성가신 이 면도와 면도기 시장을 혁신하려 합니다.


나아가 독과점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생활소비재 시장 전체를 겨냥하고자 하는 와이즐리의 대표 김동욱 님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와이즐리의 창업자 김동욱입니다. 2017년에 와이즐리를 창업해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창업 2년 만에 점유율로 면도기 시장 4위, 면도기 구독 서비스 시장 1위를 달성했으며, 20대 고객 10명 중 1명이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1837년 창립된 전통의 종합소비재 회사 P&G(Procter & Gamble Company)

Q. 어떻게 창업의 세계에 뛰어드셨나요?


저는 경영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문과 대학생이었습니다. 유명한 회사에 가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했고, 첫 사회생활을 P&G에서 인턴으로 시작했어요. P&G는 외국계 회사로 마케팅이 유명했습니다.


'이 회사에 다니면 앞으로 내 커리어가 보장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회사 일이 저랑 맞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제안은 받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정말 이런 삶을 살고 싶은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 '나는 행복한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 그대로 유명하거나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제가 원하는 일을 찾아보자고 결심했죠.


그때 친구가 아는 교회 권사님이 동대문에서 도매상으로 일하고 계셨는데, 그분과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동대문에 들어가 첫 사업으로 유아복 사업을 했죠.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인터뷰

Q. 보통 창업가분들에게 얘기 들어보면 첫 사업부터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던데, 어땠나요?


약 1년 정도 진행했는데, 저도 실패했습니다. 제가 사업에서 단순히 완제품을 도매로 사서 소매로 판매하는 단순한 과정이 전부가 아님을 간과한 겁니다. 판매자는 제품 공정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중국에서 어떤 옷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의 한계가 있어서 제품 공정을 세밀하게 신경쓰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중국 업체에게 속아서 많은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업체는 제가 주문한 제품을 제작 완료해서 선적했다고 말했지만, 실제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제품을 기다리는 고객과 제품을 배송해야 하는 사업자 모두가 손해를 봤습니다. 당연한 비즈니스의 순리를 몰라서 발생한 일이었어요.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Q. 유아복 사업이 실패하고 나서는 어떤 길을 택했나요?


비즈니스의 순리를 어디서 배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가서 2년 6개월 정도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비즈니스 시장을 관찰했어요. 


보통 컨설팅 회사에 가면 여러 산업군을 경험하게 되는데, 저는 소비재 유통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컨설턴트는 때때로 자신이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산업에 들어가서 빠르게 시장을 학습하고,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요.


그 점에서 컨설팅은 사업과 비슷한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에서도 매일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니까요. 실제로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 일하면서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른 것이 이후 사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판매 중인 질레트 면도날

Q. 그러다 어떻게 다시 면도기로 사업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면도기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유아복 사업이 망한 후에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면도기를 고려하는 게 당연했죠.


왜 일찍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냐면, 제가 자취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장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마트에 가면 식자재를 전부 구매한 가격보다 새로 산 면도날 세트 하나가 더 비싼 겁니다. 그걸 보고 소비자로서 면도날이 왜 이렇게 비싼지 의구심을 가졌어요.


이후에 질레트 등 면도기 관련 기업의 정보를 살펴보니 영업 이익률과 시장 점유율 지표에서 독과점 구조가 심각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면도날을 직접 만들어서 이 비정상적인 독과점 시장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지를 고민하게 됐고요.

Q. 면도기 시장의 주요한 문제를 하나씩 짚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면도날이 비싼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기업이 가져가는 과도한 영업이익률이에요. 질레트 같은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30% 가까이 나옵니다. 다른 제조업에서 나오기 어려울 만큼 비장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죠.


이는 면도기 시장이 질레트의 독점하에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한 회사가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으면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을 접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두 번째, 면도기 유통 과정은 복잡하고, 고비용 유통 채널에 의존합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면도날을 구매하는 곳은 대형 마트와 편의점입니다.


그런데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제품 판매가의 약 50%를 유통 마진으로 가져가는 고비용 채널입니다. 유통비가 전가되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면도날이 본래 제품의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진열대에 놓이게 되는 거죠.


세 번째는 면도기 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입니다. 사실 면도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에요. 면도기를 사용하는 남성의 숫자가 다가올 미래에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가격을 올리냐? 면도기 업체들은 주로 신제품을 내면서 가격을 인상합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제품들은 매대에서 사라져버려요. 구제품의 가격이 매대에서 보이지 않고 사라지면 고객들은 인상된 가격의 신제품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와이즐리 면도기

Q. 이제 본격적인 와이즐리 창업 과정이 궁금한데요.


어느 날 제 페이스북에 면도기 서비스 광고가 하나 떴습니다. 그 광고를 보고 들었던 생각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내가 안 하면 누군가 하는구나'였고, 또 하나는 '저 서비스는 고객들이 원하는 게 아닌데' 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광고는 면도기 구독 자체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면도날 사러 나가기 귀찮지 않으십니까? 이제는 집에서 편하게 받아보세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면도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싼 면도날이지, 면도기를 사러 가는 귀찮음이 아니었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면도기 가격을 내리면서 구독 서비스를 결합한 모델을 시장에 내놓으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처음 와이즐리 창업을 준비할 때는 컨설팅 회사에 다니면서 투잡하듯이 혼자 시작했어요. 개인 경비를 들여 면도날 패키징을 만들고, 시범으로 판매를 진행했죠.


결론적으로 그때 한 800만 원 정도를 날렸는데요. 투잡으로 사업을 준비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개발하는 아이템의 경쟁력이 미흡했어요. 그래서 이전에 만들었던 패키징을 전부 폐기 처분하고, 사업을 할 거면 회사에서 나가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17년 3월에 퇴사했습니다.

와이즐리 면도기 패키지

Q. 전업으로 와이즐리를 경영하면서부터는 무엇을 강점으로 밀고 있나요?


저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제품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곳에서 디테일을 포착하거든요. 패키징을 여는 순간부터 여는 방식, 유인물이 들어간 순서, 제품 배치 등 모든 것을 기억하세요.


와이즐리가 고객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요소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패키지를 열었을 때 바로 보이는 창업자들의 편지입니다. 그 편지에는 저희가 왜 면도날 구독 서비스를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글이 담겨 있는데요.


그로써 고객은 단순히 가성비 좋은 면도기를 샀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면도기 시장이 불합리한데, 내가 이 시장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전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매거진입니다. 이 매거진은 고객이 면도기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어떻게 하면 면도를 잘할 수 있고, 면도날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담고 있어요.


저희는 이런 요소들이 고객들의 긍정적인 제품 인식과 실제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작용했다고 봅니다.

와이즐리 면도기 패키지 내에 동봉되어 있는 리플릿

Q. 편지와 매거진, 브랜딩 측면에서 동욱 님이 갖고 있는 고객 관점의 가치관이 강하게 엿보이는 대목인 거 같네요.


저는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일로 완성되지 않음을 유아복 사업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브랜드의 역할은 제품 판매 그 이상으로 기업이 가진 철학을 제품과 서비스에 잘 녹여 전달하는 거예요. 반대로 고객 관점에서 기업 철학이 담기지 않은 광고는 반감을 살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와이즐리가 광고대행사로부터 제안받았던 광고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기존 면도기와 와이즐리의 가격을 비교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와이즐리는 지금까지 면도기 시장의 높은 가격을 문제로 삼고 달려왔지만, 광고 전면에서 가격 비교를 하는 건 지양해 왔습니다. 단순 가격 비교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업과 브랜드의 철학을 담는 그릇으로 너무 자격적이고 공격적인 소재거든요.


실제로 해당 광고대행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가격 비교 광고를 실행에 옮긴 적이 있는데요. 고객센터를 통해 엄청난 항의를 받았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랬어요.


'나는 이 브랜드가 건강하고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고, 불합리한 시장을 바꿔 가는 소비자의 편에 서는 브랜드라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광고는 내가 지지하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너무나 어긋난다. 이런 광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 인식 속 와이즐리의 이미지가 어떤지를 더욱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이렇듯 기업은 고객의 현명한 소비를 위해 매번 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죠.

와이즐리 면도기

덕분에 와이즐리는 리텐션이 좋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고객이 오프라인 유통으로 판매되는 리테일 브랜드의 제품을 1년 내에 재구매하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와이즐리의 재구매 비율은 93% 정도예요.


이 수치가 실현 가능했던 건 고객들의 건강한 면도 습관을 위해 와이즐리가 제안한 구독 방식에 있습니다. 남성들은 평균 4개월에 한 번씩 면도날을 교체합니다. 오래 사용한 면도날은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도날의 비싼 가격이나 면도날을 사러 가는 귀찮음 때문에 많은 남성분이 주기적으로 면도날을 교체하지 않고 있어요. 와이즐리는 이 면도날의 교체 시기에 맞춰 새로운 면도날을 배달해드리는 구독 서비스를 판매했습니다.


개개인의 습관에 맞춰 면도용품과 면도날을 주기적으로 제공해드림은 물론, 더 건강하고 안전한 면도 습관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고요.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 인터뷰

Q.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사업이 잘되어가면서 위기감을 느꼈다고요.


많은 스타트업이 사업이 잘되기만을 바라는데요.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간을 위험으로 간주하지 않고요. 당연할 수 있죠. 사업이 잘되는 것 자체가 그게 리스크일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와이즐리에게 사업이 잘되는 순간은 엄청난 위험이었습니다. 고객들의 제품 주문량이 저희가 예상한 물량의 20~30배로 들어오면서 저희가 지향하는 모든 고객 경험이 망가졌기 때문이에요.


즉, 규모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너무 빨리 알려진 겁니다. 그때 사업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예상치 못한 스케일업은 오히려 회사에 독이 될 수 있음을 배웠던 거 같아요.

질레트 플렉스볼 면도기

Q. 면도기 시장은 말씀하신대로 독과점 경향이 강한데요. 앞으로 더 잘되면 추후 거대 기업과도 경쟁해야 할 텐데, 스타트업으로서 걱정되는 부분은 없나요?


질레트 등 대기업들이 저희와 같은 구독 모델을 출시하거나 제품 가격을 낮추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제가 알기에는 질레트가 국내에서 면도날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가격인하를 준비하는 움직임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외 몇몇 국가에서는 '질레트 쉐이브 클럽'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고, 면도날 가격을 20% 인하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질레트의 이런 행보는 소비자에게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어요. 질레트가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는 정기 배송일 뿐, 높은 가격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시장을 독과점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고가를 형성한 질레트가 스스로 면도날의 가격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국내 기준으로 질레트가 면도날 가격을 인하하면 병행 수입도 발생할 테고요. 기존의 질레트가 제품을 유통해 온 채널이 있기까지 하니 가격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요.


만약 질레트가 와이즐리처럼 D2C 판매를 진행한다고 해도 기존의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이용한 유통 경로를 유지한다면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D2C 채널의 기존 유통사들이 자신들이 가져가야 할 유통 마진을 위해 가격 인하에 반대할 거니까요.


그렇다면 질레트를 비롯한 대형 면도기 회사들은 제품의 가격을 기존 유통 채널보다 더 높이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겁니다.

와이즐리 면도기

Q. 종합해서 보았을 때, 창업자로서 생각하는 와이즐리의 궁극적인 성장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기울이는 집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완성도의 기준은 기본적인 품질과 마감 상태뿐만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며 마주치는 모든 상황이 포함된 고객 경험의 총체라고 봐요. 웹사이트에 로그인하는 순간부터 배송된 패키지를 수령하는 순간까지를 말하는 거죠.


이런 고객 집착적인 태도로 인해 시행착오 없고 빠른 실행을 포기해야 했는데요. 실제로 와이즐리가 처음 면도날을 출시할 당시, 소량의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수천 개 제품을 전량 폐기한 적도 있습니다.


자본금이 열악한 스타트업이지만, 고객 입장에서 내리는 결정이 완성도 높은 고객 경험을 만든다고 믿으니까요.


저희는 마케팅을 할 때도 이런 브랜드의 진정성을 나타내는 방식에 집중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타사와의 가격 비교같이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마케팅은 배제하고요. 저희가 예상한 수요를 한참 초과하는 고객을 끌어들인, 2018년 2월 페이스북을 통해 발행한 카드뉴스가 대표적인데요.


그 카드뉴스는 기존 면도기를 사용할 때의 불편함과 시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시작으로 우리가 직접 제품을 만들었고, 앞으로 남성들의 현명한 소비를 돕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내용이 대기업은 따라 할 수 없는, 와이즐리만의 특별한 메리트이자 고객에게 어필하는 포인트라고 봐요.

Q. 마지막으로 와이즐리의 가까운 계획과 멀게 보았을 때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 계획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면도기를 만져보시고 구매하려는 고객분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일주일에 세 분 이상은 면도기를 눈으로 보고 구매하고 싶어서 저희 사무실에 찾아오시는데요. 만약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면 고객들이 원하는 체험의 니즈까지 충족시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게 보았을 때는 와이즐리를 다음 세대를 위한, P&G 같은 종합 소비재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저희가 면도기를 판매하면서 고객들이 모르는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가 생활소비재 전반에 걸쳐 있음을 깨달았거든요.


이 시장은 사실 혁신으로부터 굉장히 멀어져 있어요. IT, 테크업계처럼 여러 스타트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는 분야가 아니라 수십 년 된 독점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영역이죠.


그러다 보니 고객들은 높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고, 원치 않는 1+1 상품을 소비하게 됩니다. 저희는 이 생활소비재 시장에서 고객들이 사랑할 수 있는 소비재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파격적인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브랜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고요.


앞으로 와이즐리가 내놓을 새로운 대안들이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을 많이 바꿔놓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5월 공개된 <대기업과 경쟁하다 너무 잘돼서 망할 뻔한 스타트업>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저렴한 면도기 구독 서비스로 고객들의 경험을 완성시키려는 와이즐리의 대표 김동욱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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