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CEO, VC와의 드라마 스타트업 주요 3인 Q&A

조회수 2020. 12. 6. 2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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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스타트업> , 고증은 잘 되었을까? 스타트업 미디어 EO가 검증해 보았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지' 현실 고증을 너무 과하게 따지는 사람들에게 흔히 날리는 말이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에이, 저건 너무 갔다'라고 느껴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tvN이나 OCN에서 하는, 전문직이 등장하는 '한드'라면 더더욱 '진짜 저 바닥에서는 저렇다고..?' 싶은 순간이 많을지도 모른다.


전문직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을 보면서도 어쨌든 스타트업이 특정한 영역이기에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르가 스타트업을 바탕에 깔아둔 로맨스라지만, 정말 고졸이 대표인 회사가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팀장 성과급이 연봉보다 7배 이상 많을 수 있는지까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4명의 스타트업 플레이어들에게 현실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회사의 CEO와 CTO, 그리고 멘토였던 VC임에도 무려 삼각관계인 세 주인공에 관한 10문 10답이다.

출처: 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0. 패널 소개


이수지 - 챗봇 스타트업 '띵스플로우' 대표. 캐릭터 AI 챗봇 메신저 '헬로우봇' 운영 중이며, 올해 7월 28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에는 창업한 첫 회사 '호잇컴퍼니'가 웨딩 앱 '웨딩북'을 운영하는 '하우 투 메리'에 M&A된 바 있다.


장영준 - 교육용 AI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뤼이드' 대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AI 토익 튜터 '산타토익'이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세상의 불편함을 제거하겠다는 사명 아래 남미와 중동의 공교육 시장에까지 진출해 있다. 올해 7월에는 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류중희 - 기술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컴퍼니 빌더 '퓨처플레이' 대표. 서울과학고,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기술 기반으로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어 두 번째 회사 '올라웍스'를 인텔에 350억 원 규모로 엑싯했다. 퓨처플레이로는 현재까지 약 130여 개의 회사에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


조가연 - 창업 3년 미만 초기 기업 투자 액셀러레이터 '슈미트' 투자팀장. 벤처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이기도 한 슈미트에서 3년째 근무 중이다. 과거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투자 회사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언론계에서 기자로 일했다.

출처: 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1. 고졸 대표 서달미


- 수십 개의 아르바이트 경험

- 영어, 일본어, 중국어 회화 능통

- 운영과 격려, 설득의 달인

- 부족하면 배우고, 욕 먹으면 고치는 불굴의 멘탈

- 회사를 위해서라면 전국 팔도 어디든 가는 강철 체력


Q. 고졸 비전공자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CEO를 할 수 있나요?


수지 당연히, 충분히 가능하죠. 창업은 보통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팀이 하는 거니까 대표가 고졸이든 여성이든 목표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팀만 구성할 수 있다면요. 대신 인공지능 박사를 딴 CTO 같은 사람이 팀에 있어야겠죠?


Q. 고졸 비전공자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받으러 왔다고 하면 무엇을 체크해볼 것 같나요?


영준 결국 팀이에요. 이 팀에 실제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는 인재가 있는지, 아니면 대표가 그런 인재를 수급할 역량이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투자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왼쪽부터)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와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무릎까지 꿇는 서달미 같은 CEO, 어떤가요?


중희 서번트십이 있는 리더가 21세기 트렌드 아닌가 생각은 하는데요. 근데 대표는 회사를 상징하는 얼굴이잖아요. 그 점에서 회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구성원들도 꽤 있어요.


그러니 너무 잘난 척을 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놓은 것에 비해 너무 과하게 겸손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자랑스러운 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당신이 오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정도가 좋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최선의 태도 아닌가 싶어요.

출처: 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2. 천재 개발자 남도산(+삼산텍)


- 중학생 때 수학 올림피아드 고등부 최연소 수상

- 글로벌 AI 코딩 대회 우승

- 친구, 전 여친 가리지 않고 해주는 랜섬웨어 복구 원맨쇼

- 싱글보드 PC에서 작동하는 사람 인식 AI 개발

- 모든 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잘 모르는 세상 물정


Q. 극중에서 남도산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자로서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현실을 기준으로 보면 남도산은 어느 정도 레벨의 엔지니어인 건가요?


중희 세상에 남도산보다 초월적인 천재는 너무 많아요. 드라마상에서 남도산이 보여준 모습은 천재보다는 훌륭한 개발자 정도에 가깝고요. 요즘은 머신 러닝 관련 프레임워크나 오픈 소스, 오픈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서 딱히 어려운 걸 한 건 아니에요.


그보다 더 천재적인 개발자들은 코딩이나 AI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만 잘하는 게 아니라 사업적인 감각도 있어서 경영도 잘해요. 그걸 다 엮어서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트를 디자인할 수 있어요. 소위 말하는 다중지능, 복합지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하는 건데, 남도산은 그렇다기보다 능력치가 한쪽에 심하게 편중되어 있는 거죠.

출처: 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Q. 초기 삼산텍처럼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분율을 N분의1로 나눈 회사, 투자하시겠습니까?


영준 안 할 거 같아요. 제가 한국에 있는 VC이고, 한국의 스타트업에게 투자하는데, 그런 지분 구조를 보여준다면 말이죠. 왜냐하면, 리더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조직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초기에는 정말 문제와 제품에만 집중해야 하거든요. 근데 저 상태라면 어쩔 수 없이 분열을 걱정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리더는 지속적으로 걱정거리를 끌고 가면서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한 거예요.


또,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상장을 할 때 대표 이사,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일정 비율 이상 되어야 한다는 등 요건들이 많아요. 그럼 초기 투자자가 자기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한국에 펀드를 갖고 있는 후속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상장 걱정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데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로 대표 본인이 마음 편한 길만 생각했다는 걸 생각하면 그 대표는 리더로서 자격 미달 아닌가 싶어요.


Q. 뛰어난 인재 영입을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인 애크하이어가 나쁜 건가요? 또, 드라마 속 삼산텍처럼 계약서에 도장 찍자마자 필요 인력만 남기고 해고되는 경우가 있나요?


가연 실제로는 저렇게 할시(harsh)하게 하지 않아요. 회사의 평판이 있으니까요. 계약 전에 미리 고지하고 진행하죠. 하나 생각나는 게 한국 언론계에서 '기업 사냥꾼' 이런 표현 많이 쓰잖아요. 근데 드라마에서 애크하이어를 해간 투스토 같은 회사가 없으면 VC들은 정말 일하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상장할 수 있는 채널은 정말 좁은데, 대기업들이 인재라도 보고 작은 회사를 M&A해줘야 선순환이 일어나거든요. 그게 아니라 모두가 자신들의 조그만 서비스를 그저 그렇게 유지한다면 누가 투자를 하고, 창업을 하겠어요. '기업 사냥꾼'이라는 타이틀이 자아내는 감정적인 불쾌함이 있을 뿐이지, 논리적으로는 애크하이어가 일어나는 게 시장에 훨씬 낫다고 봐요.

출처: tvN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

3. 럭셔리 투자자 한지평


- 고등학생 신분으로 한두 달 만에 주식 투자 수익률 900% 달성

- 엔젤 아닌 투자 회사 팀장으로 성과급만 15억, 개인 투자는 그 이상

- 집은 한강이 바로 내다 보이는 1박 650만 원 펜트하우스

- 차는 뚜껑 열리는 2억 5천 벤츠 스포츠카

- 창업가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코멘트만 남기는 프로독설가


Q. 주로 어떤 사람이 VC가 되나요?


가연 VC가 되기 위한 정해진 길은 없어요. 물론, 예전에는 경영 쪽이나 대기업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이 투자업계에 많이 계셨죠. 최근에는 실제 사업을 했던 분이나 바이오를 비롯한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긴 높아요. 그런 분들에게는 좀 더 수월하게 면접 볼 기회가 주어지는 거 같아요. 다만, 사회학을 전공하고, 기자 출신인 저 같은 문과생 비전공자들에게는 허들이 분명 있어요.


Q. 한지평이 삼산텍를 비롯한 창업가에게 날리는 막말 수위, 괜찮은 건가요?


영준 드라마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케이스도 많이 봤어요. 한지평의 격앙된 억양만 빼면요. 말의 내용만 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요. 만약 그 말들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 스타트업 하면 안 되죠.


어떤 피드백이든 CEO가 포커싱해야 하는 건 나의 성장이에요. 대표로서 모르고 시작하는 부분이 너무 많으니까요. 창업자는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야만 해요. 그런 피드백을 받는 상황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하고요.

(왼쪽부터)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와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Q. 한지평 같은 연봉 2억 원, 성과급 15억 원의 VC 수석팀장이 실존할 수 있나요?


중희 글쎄요. 일단 함정이 하나 있는 게 한지평이 주로 시리즈 A나 조금 더 나가면 시리즈 B 라운드에 투자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렇게 투자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짧으면 5년에서 길면 10년까지는 걸립니다.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로 투자해도 만기까지 7, 8년이 걸리고요. 30대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한지평의 나이를 고려하면 앞뒤가 안 맞아요. 거의 스무 살에 바로 입대해 스물두 살에 전역하자마자 VC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성과급으로 15억을 받았으면 우리나라 세법상 그중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 나머지 돈으로 한강 뷰 펜트하우스에 살 수 있을까요? 없겠죠.


아마 펜트하우스를 월세로 살거나 개인 투자로는 그 이상을 번다고 했으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일찍부터 많이 사두신 게 아닌가 싶네요.


Q. 1,000개 검토, 30개 투자, 26개 후속 투자, 그리고 투자 안 한 970개 회사는 모두 실패, 투자자 한지평의 타율은 좋은 편인가요?


중희 일단 내가 투자 안 한 회사가 흥했냐 망했냐는 나의 투자 여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직 투자한 회사 중 성공한 회사가 얼마나 많은지만이 중요합니다. 한지평이 이야기한 것만 놓고 보면 오히려 창피한 숫자가 아닌가 싶네요. 투자한 회사 숫자가 너무 적은 데다 투자자라면 투자한 회사 수가 아니라 그중 엑싯을 하거나 유니콘이 된 숫자를 이야기해야죠.


글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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