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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으로 기업가치 3000억 회사를 만든 30대 창업가

조회수 2020. 11. 22.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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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전 인텔 CEO인 앤드루 그로브는 자신의 저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레버리지'를 무척 강조합니다. 매니저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인력으로도 더 높은 생산량과 효율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이 사실을 브렉퍼스트 팩토리라는 가상의 레스토랑에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사장님들에게 귀중한 경영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 캐시노트를 개발한 한국신용데이터는 그 레버리지 측면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는 구성원이 40명임에도 기업 가치 3,000억 원을 달성하며 큰 임팩트를 내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비결이 있기에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인지 한국신용데이터의 대표 김동호 님의 이야기를 EO가 직접 듣고 왔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신용데이터의 대표 김동호입니다. 저희는 사장님들을 위한 매출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이제 한 55만 개 정도 되는데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카드 결제가 발생하는 가맹점이 180만 개 정도니까 전국 가동 가맹점의 3분의 1 정도는 저희 고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서너 번에 걸쳐서 200억 정도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주요 투자자로는 카카오, 신한카드, KT, 쿼드자산운용 같은 PE(Private Equity, 사모펀드)가 있습니다. 다양한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과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1세대 아이폰 프레젠테이션 중 한 장면

Q. 어떻게 창업의 세계에 뛰어드셨나요?


제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는데요. 학교 다닐 때는 창업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습니다. 외국계 기업이나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2010년에 이른바 소셜커머스와 스마트폰 붐이 있었어요.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게 수년 내에 전 국민이 쓰는 플랫폼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거 같은데요. 그때 저는 저와 나이 차이가 몇 살 안 나는 분들이 창업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거 나도 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그게 2011년에 창업한 오픈서베이라는 회사로 이어졌고요. 이후 2016년,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신용데이터를 또 한 번 창업하게 됐습니다.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

Q. 첫 창업이었던 오픈서베이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가요?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인데요. 회사를 시작했을 때 되게 희한했던 게 그 당시 멤버 중에 리서치 회사에 다녀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잘 아는 리서치를 해보자'가 아니라 '리서치는 잘 모르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식으로 무척 기술적으로 사업에 접근했었죠. 오히려 리서치 회사에 다녀봤었다면 수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상하게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오픈서베이는 설문 디자인을 제외하고 뒤에 있는 많은 프로세스를 전자동화하면서 훨씬 더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기업들의 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는데요. 이 부분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됐던 기존의 많은 리서치에 비해 메리트가 있어서 시장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진 거 같습니다. 리서치 무경험자가 시작했기에 더 파급력이 있었던 거죠.


현재 기준으로도 오픈서베이는 1,300개 정도의 기업들의 소비자 조사를 조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인터뷰

Q. 오픈서베이 다음에 어떻게 한국신용데이터를 만들게 되신 건가요?


제가 2016년 1월 말에 오픈서베이 대표를 그만뒀는데요. 서비스를 출시하고, 확장하는 과정에 기여한 노력이 적지 않아서인지 대표직을 그만둘지 말지를 두고 꽤 오래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장고 끝에 고객이 원하는 건 결국 리서치 서비스이니 그에 맞게 훨씬 더 전문성 있고 확장된 조직을 잘 관리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이 회사를 이끄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한 1년 정도 여유를 갖고 또 어떤 기회가 있을지 다시 탐색해봐야겠다는 게 원래 제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다 2010년에 소셜커머스 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2016년 초에 P2P* 회사들이 우후죽순 한국에 나왔습니다. 그걸 보면서 지금의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영국이나 미국을 보면 사업자 대상의 P2P 회사가 크고 다양하고 많은데, 이상하게 한국에는 그런 회사가 적더라고요.

* 'Peer-to-Peer'의 준말로, 개인과 개인이 투자 및 대출로 직접 연결되는 형태를 말한다.


의문을 품고 파고들어간 끝에 그 이유가 영국, 미국과 구조적인 차이가 있는 한국의 신용정보 인프라임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주민등록증 하나만 가져가면 은행에서 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에 대한 금융은 많이 고도화되어 있는데요. 사업자는 서류를 한 8장 떼 가야 은행과 거래를 할 수 있더라고요.


근데 처음부터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건 아니에요. 'P2P 회사가 막 나오네', 'P2P 업은 어떻게 돌아가지?', '이 영역은 비즈니스적으로 어떻지?', '왜 사업자 대상 P2P 서비스는 별로 없지?, '인프라에 이슈가 있구나' 이런 식으로 파악해 갔을 뿐이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낸 결론은 저희가 정보 인프라를 잘 만들어 낸다면 임팩트가 큰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 그대로 한국신용데이터를 설립하게 됐고요.

한국신용데이터의 제품 '캐시노트'

Q. 두 번째 창업의 아이템으로 캐시노트라는 솔루션을 선택하게 되기까지의 초기 과정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무실이 없었는데요. 그냥 제가 살고 있던 오피스텔에서 시작했죠.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도 그냥 카페에서 만나서 일하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우리은행과 창업진흥원에서 낸 공고를 보고 제공되는 센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면서 두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하나는 사업자들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려면 사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모아서 큰 사업자 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나머지 하나는 이미 수십, 수백만 단위의 사업자가 금융기관에서 거래를 하고 있으니까 주요 은행들과 협업하면 지름길로 갈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의 가설을 바탕에 둔 결과물은 캐시노트였고, 후자는 크레딧체크라는 솔루션이었어요. 그중 저희가 먼저 시도했던 건 2016년 12월에 출시한 크레딧체크였어요. 캐시노트는 그로부터 5개월 후인 2017년 4월에 출시됐었고요. 두 가설 중 뭐가 잘될 거라고 단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둘 다 준비했던 거죠.


덧붙여 말하면, 캐시노트를 준비할 때는 사장님들이 저희가 제공한 유틸리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락인되고, 저희 서비스는 이를 기반으로 사장님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자는 가설도 있었습니다. 그 가설이 유효했던 건지, 저희는 어떤 서비스를 더 밀고 나갈지를 단 3개월 만에 결정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크레딧체크는 사업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성장하는 반면, 캐시노트는 사업 계획을 한참 초과하면서 성장했었습니다. 확실히 캐시노트에만 집중해도 되겠다 싶었죠.


캐시노트는 서비스를 출시한 2017년에는 한 달에 2,000~3,000개씩 가맹점을 늘렸고요. 이듬해인 2018년에는 10,000개, 또 그다음 해인 2019년에는 30,000개 정도씩 사업장을 늘렸습니다. 아마 올해 안에 100만 개 이상으로 확장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캐시노트를 안 쓰는 가맹점이 쓰는 가맹점보다 적은 셈이 되죠.

캐시노트를 사용하고 있는 소상공인

Q. 캐시노트를 실제로 소상공인 사장님들에게 어떤 메리트가 있나요?


시작할 때는 매출, 정산 기능만 있었습니다. 어제 매출이 얼마였고, 오늘 얼마나 입금될지, 또 어제 매출을 분석해 보니까 단골 비율이 몇 퍼센트인데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지 줄어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능 같은 것들 말이죠.


아마 큰 기업들에게는 이런 기능이 와닿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장님들 같은 경우에는 통장에 몇천만 원씩 쌓아두고 점포를 운영하시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 현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캐시노트의 기능이 대단하게 다가올 수 있을 거예요.


가령, '내일 부가세 내고, 내일모레 임대료 내려면 700만 원 정도 나가겠네. 근데 나 잔고에 400만 원밖에 없는데, 오늘 내가 카드사한테 얼마나 입금받지?'라는 걱정 어린 생각을 저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산수지만, 그렇기에 자영업 현장에서 더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거죠.


여기에 8개 카드사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산을 하는 국내 상황까지 고려하면, 캐시노트가 사장님들에게 저희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을 드리는 것 같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인터뷰

Q. 말씀하신 카드사 정산 시스템만 보더라도 매출 관리 및 정산이라는 게 해결하기에 어려운 복잡한 문제잖아요.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떤 식으로 이 큰 문제에 접근했나요?


저는 크고 복잡한 문제라고 해서 꼭 크고 복잡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단순한 해결책이 먹힐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희는 큰 문제를 쪼개서 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쓰고요. 근본적인 문제도 파고들어 가다 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 하나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전의 접근 방식과 비교해 보면요. 과거에는 '문제가 1번부터 5번까지 있으니까 해결책을 1번부터 5번까지 만들어서 출시하면 문제가 다 풀리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문제 1번부터 5번까지 있는데, 이 중에 제일 중요한 문제가 뭐야? 그 문제 하나만 풀면 다 풀리는 거 아냐?'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3번을 중요한 문제로 판단했다고 해볼게요. 그럼 그 문제에만 맞는 해결책 하나만 가져오면 되는 건가 싶다가 더 파고들면서 5번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됩니다. 만약 5번이 진짜 문제라면 전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최소 단위는 문제 5번을 해결하는 마이크로 솔루션이 되겠죠. 저는 모든 걸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저희는 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그 핵심을 쉽게 풀어볼 수 있는 작은 가설로 쪼개서 접근합니다. 그러다 보니 3~4일 만에 스프린트를 해서 서비스를 출시한 경우가 있을 만큼 전체적인 속도가 빠른 것 같아요.

직원들과 의논 중인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Q.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떤 사람들과 일하며 성장하고 있나요?


저희는 캐시노트를 출시하고, 4만 개 정도의 고객사를 확보할 때까지 단 한 명도 추가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이 확장할 때, 개개인이 임팩트를 더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를 잡고 늘려야지, 일이 많아진다고 무작정 사람을 뽑으면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 방식이 축적되면 적은 인력으로도 큰 문제를 풀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한국신용데이터는 주니어가 거의 없는 조직입니다. 평균적으로 7~8년 이상 경험을 잘 쌓으신 분들이 모여서 큰 임팩트를 내며 일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에 맞춰 채용할 때부터 같이 창업할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3, 40명이 된 지금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으니 아마 100명이 넘어도 똑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Q. '같이 창업한다'라는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는 구성원을 바라볼 때, 이 사람에게 이 영역의 문제를 믿고 맡길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경험을 의미 있게 쌓으신 분들에게 그런 확신을 갖는 건 대체로 더 쉬운 것 같아요. 이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분과 우리가 풀 문제보다 큰 사이즈의 문제들을 많이 풀어 오셨던 분이 있다면 후자를 쉽게 믿을 수 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실제로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은 창업 경험이 있어서 후자의 타입에 가깝습니다. 저희로서는 스스로 문제를 잘 정의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유연하게 사고하며 일해 봤던 분들을 모시는 거죠.


이런 높은 기준치를 전사적으로 유지했을 때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텐션이 너무 높은 거죠. 다만, 저희는 건강한 긴장감을 전제로 작은 조직으로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더 높게 살 뿐이에요.


왜냐하면, 결국 성과는 곱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곱셈의 중간에 1보다 작은 숫자가 들어가거나 0이 들어가 버리면 아무리 다른 쪽에서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 성과는 0 혹은 1보다 작은 숫자로 귀결돼요. 그런데 모두가 다 1 이상을 해낸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성과를 늘릴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Q. 마지막으로 사업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동호 님이 창업을 또다시 하며 삶을 이어나가는 동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어려움을 맡기면서 그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래, 이거 내가 하기로 한 거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라는 식의 내재적 동기를 강화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방식으로 사업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내면의 동기를 일깨우며 살기 위해서 누구나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분은 회사 내부에 계시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제가 주체적으로 문제를 선택하고, 임팩트가 크게 날 방법을 고민하며,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보는 여건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낄 뿐인 거고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3월 공개된 <40명으로 3000억 가치의 회사를 만든 방법>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사장님들의 매출 및 매입 관리 등 전반적인 경영 데이터를 보여주는 캐시노트를 만든 한국신용데이터의 대표 김동호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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