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 한국의 웹드라마 스튜디오

조회수 2020. 11. 16.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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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로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연,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거나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디즈니라는 콘텐츠 제국의 엄청난 힘에 경외감을 느껴봤을 겁니다. 특히나 같은 계통의 사업을 하는 스튜디오, 프로덕션이라면 자신들의 최종적인 모습을 그들의 현재로 삼을 겁니다.


한국 최고의 웹드라마 제작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플레이리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들은 막연하게 우러러보기보다는 브랜드와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연계된 복합적인 관점으로 디즈니를 꿈꿉니다. 실제로 플레이리스트의 사업 현황을 들여다보면 그런 지향점이 중간중간 보이는데요.


박태원 대표님이 직접 밝히는 플레이리스트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을 EO가 듣고 왔습니다.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자기소개, 그리고 회사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디지털을 바탕으로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콘텐츠를 제작, 개발하고 있는 제작사이자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미디어 플레이리스트의 대표 박태원입니다.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저희 EO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플레이리스트가 지금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개략적으로 나누었는데요. 이번에는 콘텐츠 및 플랫폼 전략을 더욱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선, 플레이리스트는 데이터 측면에서 어떤 지표를 가장 최우선으로 삼고 있나요?


제가 일했던 구글, 유튜브는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목표가 시청 시간 딱 하나였습니다. 그 목표만을 보고 엔지니어링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팀이 달려 나갔어요. 그 이후에 DAU(Daily Active Users, 일간 순수 사용자 수),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순수 사용자 수) 같은 타깃이 생겨서 또 그것들을 위해 온 힘을 다했고요.


저는 그렇게 공통의 문화를 갖고, 그 문화에 구성원이 공감하는 것이 회사의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플레이리스트도 마찬가지예요. 마케팅팀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홍보하고, 영업팀은 브랜드와 함께 작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하죠. 단, 모두가 동의하는 전제는 단 하나, 작품의 흥행입니다.


저희는 많이 보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최우선 지표도 2016년 이전까지의 유튜브처럼 시청 시간이고요. 시청 시간이라는 지표는 곧 사용자들의 미디어 소비 시간을 말하는데요.


저는 그 사용자 한 명 한 명이 하루에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하루 두세 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그중 얼마만큼의 지분을 저희가 가져올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유튜브 보면 무조건 많이 보게 하기 위해 썸네일이나 제목 등으로 과하게 '어그로'를 끌기도 하는데요. 플레이리스트가 그런 방향을 지향하진 않을 것 같아요. 흥행을 최우선 목표로 두되, 기본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콘텐츠 제작 원칙이 있을 것 같은데요.


수많은 고민을 하고도 한 번 더 고민하는 게 '이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입니다.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을 못 할 때를 생각해보면 캐릭터에 붕괴가 일어났을 때, 즉 내가 이해가 안 될 때거든요.


그 점에서 저희는 처음에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소위 'TMI', 백문백답을 만듭니다. 한 명의 캐릭터에 100가지 설정을 적는 거예요. 나이, 성별, 성격부터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자주 놀러 가는 곳 등 여러 가지를 만들고, 그것을 팀이 동의하고 시작해요.


이걸 해야 캐릭터가 스토리나 콘티상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이해가 가는 행동을 하게끔 이끌 수 있어요. 캐릭터에게 공감하게끔 유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커머스 모델을 설명하는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정리하면 '말이 되는 콘텐츠'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구축하고 계시는가요?


많은 분이 알고 계시듯이 저희의 대표적인 BM은 브랜드 제작 지원입니다. PPL이나 드라마 본편과 별도로 나가는 특별편 같은 게 있죠.


두 번째는 라이센스, 즉 국내와 해외에 판권을 판매하는 거예요. 해외 OTT에 선 유통권을 판매하는 식이에요. 그 두 가지 B2B의 메인 비즈니스에서 저희 회사 매출의 60% 이상이 나옵니다.


세 번째는 유튜브나 네이버에 올라간 콘텐츠의 앞에 붙는 광고 수익이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7~10% 정도가 차지하고 있어요. 채널 규모가 구독자 250만 명 이상이고, 조회 수도 20억 회 이상으로 꽤 되니까요.


다음은 음원입니다. 음원 성적이 정말 좋거든요. 멜로망스, 폴킴 같은 아티스트분들은 저희와 만들었던 음원이 잘 되면서 같이 잘 되기도 했죠.


저희는 기존에 아티스트가 음원을 내는 방식과 다르게 저희가 마스터 음원을 가져갑니다. 아티스트에게는 따로 가창, 작사·작곡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프로듀싱을 해요.


그렇게 얻은 마스터 음원을 로엔이나 지니 같은 곳에 유통하죠. 이후에 아티스트에게 수익 분배 조건이 있으면 수익 분배를 하며 음원료를 꾸준히 정산받습니다. 음원 수익은 회사 매출 중 10~15% 정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2018년부터 테스트하는 모델이 커머스 모델입니다. 지금은 굿즈 위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화장품이 1개가 팔리면 그중 몇 퍼센트를 저희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수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 모델을 처음 시도했던 재작년에 기분 좋았던 게 <에이틴>을 하면서 에이틴 에디션으로 립스틱이 나왔는데요. 단상자만 리디자인해서 30,000개를 준비했는데, 순식간에 다 팔린 겁니다. 일본에도 가져가 팔아봤더니 똑같은 수량이 다 팔렸고요.


이외에도 <에이틴>은 10대물이었기 때문에 스터디 플래너같이 학생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아이템도 준비했는데, 그 아이템들 역시 매진됐습니다. 매출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데, 앞으로 많이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 <후아유>의 육성재 PPL 장면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EO 태용 대표와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PPL이나 특별편을 통한 브랜드 제작 지원의 표준 단가를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는 단가가 높습니다. 미디어 패키지 안에서 특별편은 최소 8,000만 원부터 시작하고요. PPL도 1회에 2,000만 원 정도 할 정도로 높아요. 그걸 또 각각 단건으로 팔지 않고 1억 원 패키지, 2억 원 패키지 이런 식으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파는 이유는 작품에 광고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시청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예전에 육성재가 <후아유>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전동휠을 타거나 김태희가 <용팔이>에서 직방을 열어서 집을 찾는 등 그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PPL을 안 하려고 하거든요.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비용, 작품의 질적 수준, 시청자들에게 브랜드가 노출되는 정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저희는 원칙적으로 작품당 두 브랜드 이상 받지 않습니다. <연애포차>라는 시리즈를 방영했을 때, 세 개의 브랜드를 받았다가 작품이 산으로 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아무래도 브랜드별 단가가 높다 보니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전달해야 하는 양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제는 소수 브랜드의 단가를 더 높여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 단가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 같아요.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제작비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웹드라마 중에서 높은 편인가요, 낮은 편인가요?


저희는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다른 데의 2배 혹은 3배 이상도 가요. 근데 사실 이것도 다른 플랫폼, 제작사에 비하면 높지 않아요. 유튜브 탑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때 드는 분당 제작비가 1이라면, 넷플릭스는 10이고, HBO는 100이거든요.


어쨌든 저희는 웹드라마 쪽에서 제작비가 높은 축에 속하고요. 분당 제작비가 적게는 150만 원, 많게는 300만 원까지도 갑니다. 저희는 앞으로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의 경계가 없는 시기가 올 거라고 예측하면서 저희 회사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제작비 측면에서의 투자를 비교적 더 하는 편이에요.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퀄리티와 신뢰를 꾸준히 높이면 언젠가 플레이리스트의 콘텐츠가 넷플릭스에도 나가고, TV에 나와도 가족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되는 때가 온다고 보시는 건가요?


네, 콘텐츠는 유독 더 좋은 걸 보면 별로인 걸 보기 어려워진다는 특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눈이 계속 높아진다고 생각하고요. 저희는 그에 발맞춰 제작비를 회수하는 모델을 개발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말씀하신 그런 상황들을 맞을 수도 있겠죠.

에이틴 팬미팅을 홍보하는 에이틴 출연진

Q. 콘텐츠 산업이 드는 돈에 비해 수익이 나오는 정도가 암울한 분야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태원 님은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넘어서 긍정적이고 해볼 만한 길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콘텐츠가 어려운 분야잖아요. 그럼에도 누군가 '절대적인 수익성이 나올 수 있는 산업이냐?'라고 물으면 저는 맞다고 얘기할 거 같아요. 수익이 나오기까지 드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막대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지, 콘텐츠 자체로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저희는 말씀드린, 지금까지 개발한 다섯 가지 BM 외에도 추가적인 BM 몇 가지를 더 개발하려고 해요. 스토리, IP에 기반을 둔 사업으로서 아시아 중에서도 일본, 중국을 보고 있기도 하고요. 스토리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역량 면에서 일본, 중국의 드라마 산업과 비교했을 때 한국, 그리고 플레이리스트가 경쟁력이 있고 잘하는 편이거든요.


여기에 신규 포맷 개발, 케이팝·케이뷰티를 활용하는 등 글로벌 사업으로 봤을 때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티기만 하면 돼요. 버티는 걸 성공하면 저희가 예측할 수 있는 수익성 있는 모델이 만들어낼 현금 흐름으로 봤을 때, 그렇게 암울한 산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왜 콘텐츠 비즈니스는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버티는 기간이 존재하는 걸까요?


다른 무엇보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스태프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한 제작비가 크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만드는 작품 중 작은 작품은 총제작비가 한 2억 원 정도 들고, 큰 작품은 10억을 넘어가기도 해요. 큰 규모인데, 그 비용이 초반에 엄청나게 들어가고, 나오는 현금은 후반에 쭉 나와요. 길어지면 싸이클이 1년 가까이도 갈 수 있죠.


저희가 운이 좋아서 2년 정도 만에 이름을 알리고 있긴 한데요.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버티는지가 저희 회사에게도 큰 문제 아닌가 싶고요.

플레이리스트 박태원 대표

Q. 지난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꾼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디즈니가 하나의 브랜드이면서도 엄청나게 많은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다 보니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지 한 번 더 여쭤보고 싶은데요.


아마 디즈니라는 회사와 브랜드를 이해하는 방식이 각자 다를 겁니다. 애니메이션, 마블, 디즈니랜드 등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니까요.


제가 그 말을 한 건 일단 브랜드적인 차원이 가장 강했어요. 플레이리스트가 디즈니처럼 믿고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마블의 <어벤져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져 갔잖아요. 사람들을 신나고 기대하게 하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플레이리스트라는 브랜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적인 면도 있는데요. 저는 콘텐츠를 보고 싶고, 소비하고 싶어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의 열망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현금에 연결하는 것이 BM이라고 생각해요. 디즈니가 그걸 정말 잘하고 있다고 보고요.


디즈니 산하에 음원 사업부, 오프라인 사업부, 출판사, 방송국 등 엄청나게 많은 그룹이 있잖아요.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모습을 보면 놀라울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 모습이 지금까지 콘텐츠 비즈니스가 보여준 모델 중 가장 베스트 모델인 것 같아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4월 24일 열린 오프라인 행사 <태용의 the Real: 플레이리스트 대표 박태원>의 토크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 웹드라마계의 새로운 장을 열고,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대표 박태원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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