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500만원으로 창업한 22살 대학생

조회수 2020. 11. 1.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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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지 않으려고 할 때 가장 위험하다', 파운틴 류기백 대표

실리콘밸리의 물가는 실로 엄청납니다. 일반적인 원룸의 월세가 한화로 200만 원을 거뜬히 넘어간다고 하니 아무리 시도와 도전, 그리고 기회로 가득 찬 땅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버틸 만한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단돈 500만 원만 들고 실리콘밸리에 자신을 내던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길게 버텨도 두 달이 최대인 듯한 돈으로 생존에 성공하고, 끝내 블루칼라 워커계의 링크드인을 목표로 하는 파운틴을 상승 궤도에 올려놨습니다. 과연 파운틴의 대표 류기백 님은 어떤 가치관을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는 것 그 이상의 뛰어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걸까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파운틴이라는 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는 류기백입니다. 파운틴은 시간제로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로 예를 들면, 스킬이 좋고 업계에서 오래 종사했다면 곧바로 필즈커피나 블루보틀에 취직할 수 있게끔 하는 고용 플랫폼이 되고 싶은데요.


간단히 비유하면 'Linked in for blue collared workforce', 즉 블루칼라 워커계의 링크드인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올해로 8년 차 스타트업인 저희는 현재 구직자 70만 명의 커리어를 관리하고, 그중 10%인 7만 명에게 고용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화이트칼라를 위한 고용 플랫폼은 많이 봤어도 파운틴 같은 케이스는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런 기회를 발견하게 됐나요?


파운틴을 창업했던 4년 전, 많은 사람이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컨설턴트들이 업워크 같은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을 통해 여러 회사와 동시에 일하며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로써 더 많은 경력을 쌓고 좋은 회사를 찾아가더라고요. 


그런데 리테일이나 레스토랑같이 물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럴 기회가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전체 고용 인력의 60%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쪽 분야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거죠.


파운틴은 우버나 음식 배달 서비스 캐비어, 세이프웨이 같은 마트처럼 많은 직원이 필요한 회사들이 고용을 할 때 필요한 요소를 자동화하고 있어요. 가령, 전화 인터뷰 일정을 짜주거나 운전면허 소지 여부나 범죄 기록 등 신원 조사를 빠르게 자동 확인해주는 식이죠.


파운틴의 장기적인 미션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Fountain opens opportunities for the global workflow'입니다. 고용의 과정을 편리하게 함으로써 남는 시간을 사람들이 다른 데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해요.


저희는 파운틴이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회사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기존의 질서에 큰 균열을 낸 실리콘밸리의 대표주자를 생각하면 그 두 회사를 생각 나는데요.


10년 전만 해도 낯선 사람의 집에 머물거나 차에 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났잖아요.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경계심을 무너뜨리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놨죠.


마찬가지로 저희도, 직원을 고용할 때 인터뷰를 하는 등 매번 똑같은 심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파운틴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창업 초기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행동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창업했을 때, 저는 22살이었습니다. 공동 창업자는 19살이었고요. 사실 창업 팀으로 봤을 때, 저희의 조건은 최악이었습니다. 둘 다 아이비리그 출신도, 개발자 출신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무작정 실리콘밸리로 넘어갔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 '나는 지금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 그러니 창업을 안 하고 풀타임 직업을 구해서 적당히 성공한다면 오히려 후회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에 걸맞게 제 인생 철학도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예요. 저는 모든 걸 다 걸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신념과 믿음이 있어야 남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애리조나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올 돈이 없었는데, 부모님께서 후회 없게끔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하시면서 5,000달러(한화 약 586만 원)를 주셨어요.


그 돈이면 1년 정도는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의 물가가 그렇게 크게 차이 나는지 몰랐어요.

Q. 시작하자마자 자금 관리에 애를 먹게 되신 거네요.


네, 그렇다 보니 창업 첫해에 저희가 엄청 힘들었습니다. 당시에 온보드라는 직원들의 트레이닝을 도와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팔았는데요. 테크크런치를 보면서 최근에 투자받은 회사들에 메일을 보냈어요. 이제 직원을 많이 뽑을 텐데, 우리가 그 새로운 직원들의 트레이닝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캐비어 같은 회사를 비롯해 몇몇 회사에서 답장이 왔는데요. 트레이닝은 괜찮고, 많은 인력을 뽑아야 하는 와중에 고용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방면으로 도와줄 수 있느냐고 역제안이 왔고, 저희는 너무 절실해서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했죠. 이후에 매주 그 회사들에 방문해서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무조건 저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쓰게끔 했습니다.


그 1년 동안은 제가 메인 엔지니어였어요. 그런데 제가 잘 못 하다 보니 업워크에서 독일에 있는 개발자 나디아를 구하게 됐죠. 문제는 5,000달러로 1년을 먹고살겠다고 나왔는데, 나디아에게 한 달에 3,000달러가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개발 실력이 어느 정도는 되니까 업워크를 통해 연락이 온 카페나 레스토랑의 랜딩 페이지를 간단히 만드는 일도 하기 시작했어요. 틀만 잡고 콘텐츠를 어느 정도 작성하고 나서 300달러 정도에 구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 있는 개발자가 다시 워드프레스로 만드는 식이었죠.


그렇게 작업을 하면 한 프로젝트당 1,700달러의 마진이 남았어요. 그 돈을 다시 나디아에게 주어서 현재 파운틴의 앱인 온보드아이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기 자금 관리를 했다 보니 아직도 저희에게 배고프고, 공격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DNA가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Q. 회사가 성장하면서 매년 바뀌는 상황을 대하는 스탠스가 달라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는 각 연도를 대표하는 문구들이 포스터로 걸려 있습니다. 창업 첫해인 2014년의 문구는 '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always do'예요. 힘든 시기는 영원하지 않고 힘들었던 사람들은 영원히 갈 수 있다는 뜻이죠.


2015년은 와이콤비네이터에 들어갔던 해라 문구가 판매에 관한 쪽으로 바뀌었어요. 와이콤비네이터의 문구를 이용해서 'Make something people want'라고 지었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조금 더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와이콤비네이터가 항상 1,000명이 적당히 좋아하는 제품보다 100명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강조하거든요. 저희도 그때 당시 보유하고 있던 소수의 고객이 저희를 사랑하게끔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2016년이 되어서는 연차가 쌓이다 보니 회사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고객들이 원하면 어떤 기능이든 다 만들었는데, 이제는 고객들의 작은 요구 사항에 끌려 다닐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고 혁신을 해야 한다고 봐서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했죠. 'If I had asked people what they wanted, they would have said faster horses',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거라는 거예요.


즉, 무작정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기회가 많지 않다는 뜻이에요. 원하는 바를 듣되, 회사는 그 원하는 바를 그대로 구현하기보다 더 획기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다음 해인 2017년을 시작했을 때는 고객들이 저희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수익도 올라가고, 9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받던 시기였습니다. 그만큼 압박이 있을 테고, 그 압박을 즐길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 점에서 착안해 문구를 압박이 와도 흔들리지 말고 오히려 잘 즐기면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자는 뜻에서 'Pressure makes diamonds'라고 지었어요.

Q.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어떤 포인트에 조금 더 집중하셨나요?


이제는 직원이 50명 정도 되다 보니 제품 디자인보다 조직 디자인을 하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하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튜브나 에어비앤비 창업자가 회사의 문화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게 왜 중요하지? 쓸데없는 생각 아닌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요. 고객이 더 많이 늘어야 하고, 제품 특성을 수집해야 하는 마당에 문화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회사가 크면 클수록 여러 방면의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진행될 때 방향성이 없어지고, 진행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제 생각에 장기적으로 커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려면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회사 전체가 어느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철학이나 체계가 있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구성원 각자의 결정을 일일이 검토하지 않더라도 모든 결정이 회사의 가치관에 따라 비슷하게 내려질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만약 그 믿음이 있으면 모두가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걱정을 덜 해도 되고, 리더인 저도 다른 프로젝트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고, 구성원 개인 역시 최후의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다 보니 주인의식과 보람을 훨씬 더 느낄 수 있다고 봐요.

Q. 창업가로서 그간 혈혈단신으로 부딪히며 느끼는 실리콘밸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건 너무나 많은 기회입니다. 주위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열린 마음의 잠재 고객분들이나 개발, 마케팅,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자분들이 많이 있어요. 게다가 서로 돕는 문화까지 있다 보니 아이디어를 훨씬 빠르게 구성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투자 환경도 좋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있다 보니 100~300만 달러의 시드 펀딩은 한 시간 대화만으로 가능하기도 해요. 스탠퍼드 대학교 박사, AI 엔지니어 몇 명이 모여서 회사를 차린다 싶으면 그냥 미팅 한 번 잡아서 투자받을 수도 있고요.

Q. 무일푼에 가까운 상태로 창업을 한 입장에서 투자를 잘 받아내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저희같이 나이도 어리고, 개발 실력도 별로 없고, 뭔가 내세울 만한 고객이나 제품도 아직 없는 분들에게 드릴 팁이 있습니다. 결론 먼저 말씀드리면, 세 명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해도 열 명에게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해야 해요.


투자자들은 가장 늦게 투자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입니다. 위험 부담을 덜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많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 중에 누가 또 투자했느냐고 자주 물어보고, 첫 번째 투자를 성사시키기가 가장 어려워요.


그 첫 투자만 성사되면 그다음 투자는 도미노같이 들어오는데, 저희는 그걸 몰라서 두세 군데의 VC와만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투자자들이 '너희 회사가 마음에 든다. 근데 한 가지가 걸린다. 미팅 한 번만 더 하자' 이런 식으로 저희를 끌고 다녔어요. 저희는 그 두세 군데 중에 한 군데는 저희의 리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시드 펀딩 때, 투자가 성사될 때까지 절대 안심하면 안 된다는 점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Q. 반대로 실리콘밸리의 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모든 게 비쌉니다. 그리고 저희가 고용 관련 회사임에도 고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실력 있는 분들은 보통 이미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창업가 마인드가 있는 분들은 또 스스로 프로젝트나 창업을 하고요.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생활하다 보면 평소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싶을 때가 있어요.


스타트업이라면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해야 하는데, 너도나도 시드나 시리즈 A 펀딩 등 이걸 하려면 이걸 해야 하고, 저걸 하려면 저걸 해야 하고... 이렇게 같은 틀에서 똑같이 테크 혹은 투자 이야기를 해요. 그럴수록 새로운 철학을 배울 수 없고요.

Q. 결론적으로 창업을 하려면 실리콘밸리에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실리콘밸리만큼 창업에 도움되는 곳은 없다고 봅니다. 기회가 많으니 커리어를 시작하기 좋죠.


그래서 인맥을 늘려가면서 이곳에서 잘 성장한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참고는 하되, 본사를 꼭 실리콘밸리에 둘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대부분 원격 근무 문화가 있다 보니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어도 세일즈, CS, 개발 오피스는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 본 아티클은 2018년 12월 진행된 <500만원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후, 파운틴은 2019년 10월, 2,300만 달러(한화 약 26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블루칼라 워커계의 링크드인을 만들어가고 있는 파운틴의 류기백 대표의 창업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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