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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대학' 낡은 한국 교육이 혁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조회수 2020. 11. 5. 16: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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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바뀌려면 다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유쓰망고 김하늬 대표

기존 제도권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대안학교'를 아시나요? 꼭 국어, 영어, 수학 등 흔히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만을 주입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 방식을 추구하는 학교라고들 하죠.


교육 혁신 비영리단체 유쓰망고는 대안학교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듯 다르게 '체인지 메이커'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삶의 방향을 정립해 나갑니다. 청소년들이 망설이지 말고 고(Go)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유쓰망고, 그리고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김하늬 대표님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유쓰망고라고 하는 비영리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하늬라고 합니다. 모든 청소년에게 '망'설이지 말고 '고'! 하자는 뜻의 유쓰망고는 학생들이 각자 직접 찾은 문제를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Q. 대안적인 교육 체계를 제시하는 입장에서 현재 한국의 교육은 어떤 상태인 것 같나요?


'10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곳은 학교밖에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학생들은 저마다 배우는 속도나 관심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오랫동안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개별화된 교육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통 요소를 담아 사람을 찍어내듯 교육하고, 똑같은 과정을 거쳐 일정 수준의 지식을 채워야만 졸업이 되는 식이죠. 아직도 남아 있는 그런 과거의 시스템이 바뀌려면 저는 과장 조금 보태서 다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체계도 체계지만, 청소년과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어른들이 종종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것 같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고 말하잖아요. 실제로 대화해보면 각자 자기 생각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의 정보를 스스로 모으고요. 깊이 파고드는 주제도 하나씩 다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도 출발선이 대학 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 세대 사이에서 ‘대학까지 가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인정받지 못하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입시 블랙홀'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모든 시도와 변화가 결국 그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고요.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 대학 이후로 미뤄지는 겁니다. 청소년 때 하는 건 전부 딴짓으로 치부되고요. '일단 생각하지 말고 공부해'라는 프레임이 여전하니까 학생 본인도 힘들고, 부모나 학교와의 갈등까지 생기고요.

Q. 한국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떤가요?


미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미국은 공교육이 진짜 무너졌어요. 기본적인 수준이야 우리나라가 훨씬 더 높죠. 그런데도 공교육이 무너진 미국 교육이 좋다고 말하는 게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완전 사립이나 공립이 아닌 공립 차터 스쿨이라는 개념이 대표적이에요. 공립 차터 스쿨은 공립 학교가 갖춰야 하는 기본 요건을 갖추되, 그 외의 요소에서는 자유로워요. 공립으로서 꼭 지켜야 하는 것만 지키면 학교의 철학이나 교과 과정 등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셈인데, 그 점에서 학생 수에 따라 주 정부에서 학교에 돈을 지원해주는 시스템도 한몫합니다. 기존 학교와 다른 모델을 가져가야 아이들이 입학하니까요. 그 새로운 시도들이 다른 공립 학교들의 변화까지 끌어내는 것 같고요.

Q. 미국의 공립 차터 스쿨 케이스에 비추어 봤을 때, 한국의 교육 환경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인 교육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방문한 한 학교가 있는데요. 이 학교 교사들은 교사에게 완전한 자유가 있다고 외쳐요.


대신 매일 교과별 회의 혹은 학년별 회의가 있다고 합니다. 융합 프로젝트를 기획하려면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 같이 회의를 해야 하는 거죠.


그 회의에서 모든 것이 조율되고 결정되니까 정해진 교과 과정이 없어도 교사가 자율적으로 자신의 교과 과정을 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첫 3주는 새로운 개념을 가르치지만, 그 이후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프로젝트로 진행하겠다' 이런 식으로 유연하게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제가 갔던 디퍼 러닝 컨퍼런스도 소개하고 싶은데요. 디퍼 러닝 컨퍼런스는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어가는 학교들의 네트워크입니다. 여기서 관련 사례들을 모아 공통점을 뽑아내고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그러다 보면 기존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적용한다면 다양한 교육 시도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거 같아요. 새로운 모델을 가진 학교들이 연대하면서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Q. 유쓰망고 같은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을 하고 있나요?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잠재력과 힘을 알아봐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한 번쯤 멈추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 안타까워요.


그 점에서 유쓰망고는 학생들이 직접 주변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이 공감하는 문제를 해결해보는 체인지 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어른들이 변해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배움의 환경이 더 올바른 방향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교사들과 함께하고 있고요.

Q. 문제 정의부터 해결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다 보니 흥미로운 케이스가 많을 것 같아요.


저희가 청소년 모임을 1년에 두 번 정도 방학 때마다 하는데요. 한 번은 제가 나눠준 주먹밥을 안 먹는 고1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왜 안 먹냐고 물어보니까 체할 것 같아서 못 먹겠다고 말하며 떨더라고요.


그 친구는 다리에 가로등을 실제로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다니는 학교 앞 등·하굣길이 교통사고가 날 만큼 어두워서 위험한 다리가 있었거든요.


아무 준비 없이 민원 제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는 다리에서 피해를 본 학생들을 비롯한 전교생과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등 다양한 자료를 모아서 설득력 있는 민원 제기를 했었어요. 실제로 시청에서 민원을 접수해서 다리에 가로등을 설치해 주었고요.


놀라운 건 민원인으로서 떨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굉장히 올라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또 다른 어떤 친구는 해방촌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요. 쓰레기 문제를 통해 구청, 주민, 미화원의 입장이 서로 다름을 느끼면서 본인의 진로를 도시계획학과로 설정하더라고요. 그 학과에서 도시 정책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서요.


이 두 친구 외에도 다른 친구들도 활동을 통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교육 환경이 바뀌려면 실질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식으로 바뀌어야 해'라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것 같습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역량 중심, 개별화된 배움으로 가야 한다며 가고자 하는 행선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됐어요. 다만, '그 방향이 학교라는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과도기처럼 느껴져요.


이를테면, '체인지 메이킹'이라는 제목의 교과서가 있는데요. 이 교재는 한 지역 교육청에서 선택 교과로 만든 거예요. 제목이 '체인지 메이킹'이라는 것부터 놀라운 발전이죠.


아쉬운 건 기존의 교과 과정이나 구성 혹은 평가 방법이 바뀌지 않은 채로 선택 교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대로면 그냥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하나의 동아리 활동처럼 전체 시스템에 부수적으로 붙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거고, 그래야 밖에서의 시도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시로만 귀결되는 한국의 교육을 바꾸기 위해 작지만 위대하게 도전하고 있는 유쓰망고의 대표 김하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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