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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대학생이 100억 가치 농업 스타트업을 만들기까지

조회수 2020. 10. 2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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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재배, 기술혁신으로 농업을 혁신하고 있는, 록야 박영민 권민수 공동대표

디스토피아적인 시선으로 보면,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가도 살아남을 산업은 무엇일까요? 그때 즈음에는 산업이랄 게 없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건대 아마 식량에 관한 산업이 최후에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의식주로 따졌을 때 옷은 못 입어도 그만일 수 있고, 집은 없어도 어디서든 잘 수야 있다지만, 먹지 못하면 죽으니까요.


더 좁혀보면, 뇌가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는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농업은 그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산업으로 인식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서인지 기술의 시대에서 존재 의미가 너무 쉽게 간과되는 것이 또 농업입니다.


이를 되레 기회로 포착하고, 낙후된 시장을 개척한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의 공동대표 박영민, 권민수 님을 EO가 만나고 왔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영민 안녕하세요,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의 공동대표 박영민입니다. 록야는 설립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회사입니다. 첫해 매출은 1억 정도였던 것 같고, 2019년에 최고 65억까지 매출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감자 종자를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했어요. 흔히들 아시는 농심이나 오리온의 감자칩에 들어가는 전용 품종을 생산해서 각 분야에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민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권민수라고 합니다. 영민 님의 말에 덧붙이면, 현재 저희는 감자를 넘어서 27개 정도의 다양한 작목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스마트팜, 빅데이터 AI 관련된 비즈니스도 하고 있습니다.

Q.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됐고, 서로에게 사업 파트너로서의 어떤 강점을 느꼈나요?


영민 2006년 농림부에서 처음으로 전국 농대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창업 연수생 과정을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과별로 두 명씩 선발했는데, 거기서 이 친구(권민수)를 처음 만났습니다.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게 술을 마시다가도 "이 아이디어 어때?"라며 의견을 내면 잘 받아주더라고요. 제가 가슴 속에 품고만 있던 창업에 대한 열의를 아주 열정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열정을 쫙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느꼈죠.


민수 저는 세상에 한 번 태어나서 스스로 만든 업 같은 것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그게 농업은 아니었습니다. 원앙새도 한번 팔아보려고 했고, 중국 요리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즉흥적인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리스크가 좀 있는 편이죠.


그런데 이 친구(박영민)는 저랑 완전히 다릅니다. 저보다 침착하고, 공부도 훨씬 잘했고, 인간관계를 굉장히 잘 맺어요. 저는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인데, 박영민이라는 친구는 다들 좋아하는 거예요. 그 점에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서 끌렸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Q. 농대생이라고 하셨으니 분야가 농업인 건 자연스러워 보이긴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록야를 창업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민수 농업이라는 산업을 한번 일으켜 보자는 큰 꿈을 갖고 창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농사를 직접 다 지었는데, 사람이 두 명뿐이다 보니 조건이 제한적이더라고요. 농산물은 무게가 많이 나가서 박스 포장이나 지게차 운전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 걸 하려면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게 다 돈이다 보니 모든 걸 저희 둘이 직접 했습니다. 덩치도 있고 힘도 좋은 이 친구(박영민)가 박스도 많이 나르고, 저는 지게차 운전같이 기계적인 부분을 맡았죠. 거의 4년 동안 생산부터 선별, 유통까지, 관련된 모든 기반을 둘이서 다 도맡았던 것 같아요.


영민 사실 저희도 멋있는 거 하고 싶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만들어놓고 물건 팔면 될 것 같았죠. 하지만 그 이전에 농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또 농가 분들이 저희를 파트너로 삼고 싶을 만큼 산지에서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른 20대 청년 둘이서 회색, 흰색 중고 소나타 하나씩 끌고 다니면서 막 계약해 달라고 하면서 여기저기를 다녔더니 농가 분들이 대놓고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돈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뭘 믿고 너희들이랑 계약을 해줘야 하느냐고요. 초반에는 그분들이 저희를 믿어주지 않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매일 밭에 나갔어요. 지금도 계속 나가고요. 농가 분들이 그 점을 가장 높이 사 주시는 것 같아요. 계속 진심 어린 자세를 취하니까 이제 농가에 저희의 팬덤 같은 게 형성되는 것 같아요.


농가 분들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계약하는 게 물론 좋긴 하지만, 저희랑 하는 것도 좋게 생각해 주시는 데에 그런 이유가 있는 거죠. 어쨌든 저희는 밭에서 감자 하나라도 더 직접 고르고 나르니까요.

Q. 농가 분들에게 진심을 보인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사업적 성과를 낳았나요?


민수 저희는 산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해서 생산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관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그 관계가 결국 가격이 안정적인 B2B 영역, 수미칩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과의 계약 재배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영민 대한민국 농업계에 계약 재배가 안착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이를 통해 저희는 그전까지 상거래상에 있었던 비합리적인 부분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민수 결과적으로 저희가 가격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생산자가 똑같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계약 재배 형태로 형성된 시장을 굉장히 많이 점유하게 됐고요.


영민 그래서 창업 후 첫 5년 동안 저희의 비전은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1등 감자 전문 기업이 되는 거고, 두 번째는 전국 단위의 산지를 록야가 보유하는 것.


전국 단위의 산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되는데요. 저희는 양구 해안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에 있는 모든 산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양구 해안에서도 저희 팀원이 여전히 감자를 캐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농가와 산지를 갖고 있으면 무엇을 하더라도 강한 역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과 체력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너무 길고 지난했던 건 맞아요.


매일 밭에 나가야 하고, 새벽까지 잠도 못 잤어요. 12시, 1시까지 납품한 게 컴플레인 들어올까 봐 일단 대기했다가 컴플레인 들어오면 또 옷 챙겨입고 나가서 다시 작업해놓고 들어왔죠.


그렇지만 그 힘든 과정을 전부 거쳤기에 이후에 저희가 어떤 작목으로 확대하든 간에 빠르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본 코어가 탄탄한 사업 체계를 마련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스타트업으로서 투자를 받은 건 사업 구조를 튼튼히 세운 이후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민 매출 측면에서 탄탄한 성장을 이루는 것을 넘어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시점에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저희가 감자로 할 수 있는 경험은 모든 분야에 걸쳐 다한 상태였거든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감자라는 작목을 계약 재배 형태로 다루는 것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에 사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고,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투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요.


처음 투자를 받은 건 2017년이었습니다. 창업 6년 만에 받았으니 어떻게 보면 늦깎이였는데, 그때 기업 가치를 70억으로 평가받고 3억 정도를 투자받았어요. 그해 연말에 다시 기업가치 100억에 10억을 추가로 받았고, 그다음 연도인 2018년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았고요. 


지금은 프리 시리즈 B로 가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기초 농업을 통해 투자 시장에서 인정받는 일이었습니다. IR을 시작할 때 종자가 뭔지 설명하는 것부터 일단 내용이 길어지거든요. 지금은 조금씩 인정해 주시면서 저희가 생각하는 미래에 공감하고 힘을 실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수 저희가 투자를 받고 나서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는데요. 우선, 온라인 시장에서 월 5억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고, 팜에어라는 인공지능 작물 시세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를 록야와 별도로 설립했습니다. 굉장히 뛰어난 인재들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서 현재 3년 정도 운영하고 있어요.


영민 공유 농장 스마트팜도 있습니다. 민간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귀농을 생각하시거나 기존 농업이 힘들어서 작목을 바꿔 보고 싶은 분들에게 농장을 분양하고, 작물 재배 기술을 이전해드린 다음에 저희가 다시 농작물을 전량 수매해서 유통까지 전부 책임지는 스마트팜 밸리를 만드는 일이에요. 아마 머지않은 시기에 첫 출시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농업이 일차 산업이다 보니 약간 노후하게 보는 시각이 있잖아요. 실제로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고요. 그런 농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입장에서 농업에 대한 산업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민수 모든 산업 중에 인류가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산업을 꼽으라고 하면 사실 몇 개 안 됩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산업 중에는 당장 사라져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농업은 그렇지 않죠.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이 농업 아닐까요?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앞으로도 꾸준히 갈 수 있는, 굉장히 지속가능한 산업이 농업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산업인 농업을 조금은 쉽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게 조금 아쉬워요. 현재 농경지를 임대하거나 매입하는 비용은 굉장히 비쌉니다. 어느 정도 규모화가 되지 않으면 생계 수단으로 삼을 수 없어요.


그래서 물이 있고 산이 있는 환경만 보고 농업에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깃집을 하더라도 실제로 고깃집에 가서 숯도 한 번 피워 봐야 하듯이 나는 무조건 농업을 해야겠다 싶으면 훌륭한 생산자들 밑에서 허드렛일이라도 해본 다음에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영민 반대로 청년들은 대체로 농업을 너무 힘들거나 매력이 없는 분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해요.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민수 님이 말한 것처럼 농업을 로망의 영역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그런 농업에 대한 다소 왜곡된 시선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간 저희가 많은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도 처음에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거든요. 감자 3천 톤 정도면 부자가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데다 오히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농업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즉, 농업도 공부가 필요한 산업으로 여기고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아까 민수 님이 이야기했던 것에 조금 더 첨언하자면, 농식품 시장은 단일 시장으로 국내에서 제일 크기 때문에 정말 잠재 가능성이 엄청납니다. 단일 시장으로 105조, B2B 시장만 47조 정도이고,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보다 클 정도로 규모가 거대해요.


그런데 인프라가 생각보다 많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타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비교해서 많이 뒤쳐져 있어요. 그래도 기간 산업이고, 기초 산업이다 보니까 2차, 3차, 4차 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아요.


여기에 젊은 세대분들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미 학습이 많이 되어 있잖아요. 저는 그런 분들이 농업 분야에서 채울 낙후된 부분이 많이 있다고 봐요.

Q.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농식품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어떨 때 가장 보람찬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산업도 다 똑같겠지만, 농업은 생산자의 물건을 아낌없이 사고팔면서 그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 있습니다.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마트에서 사서 드시는 걸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영민 저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뿌듯함이 있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스스로 더 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커지는 데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체력도 다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아마 내년에도 또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농대 출신으로 전국 단위의 감자왕이 되고, 이제는 농업왕을 꿈꾸는 록야의 박영민 권민수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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