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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미래를 걸어 120억 투자받은 스타트업 이야기

조회수 2020. 10. 21.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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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미래를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는, 엔씽 김혜연 대표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무려 화성에서 감자를 키웁니다. 감자를 키우기 위해 온몸이 타버릴 수 있는 고비까지 넘기며 수분을 만들어내는 등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열심히 만듭니다.


자세한 과학적 근거를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통해 어떤 악조건에서도 적정한 환경을 조성해 먹을 만한 작물을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전된 기술로 그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면 먹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깨끗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고요.


엔씽은 자신들만의 스마트한 방식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농업을 혁신하려 합니다. 그로써 식량 수요 증가, 농업 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인류 전체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엔씽의 김혜연 님을 EO가 만나고 왔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모두가 농부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엔씽의 대표 김혜연입니다. 엔씽은 다양한 먹거리를 더 안전하고 맛있고 신선하게 키우는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크게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모듈형 수경재배 키트인 플랜티 스퀘어와 컨테이너형 스마트 농장 플렌티 큐브 이렇게 두 가지 형태가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엔씽을 시작하셨나요?


엔씽을 만들기 전인 2010년에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농업 회사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같은 해외에 나가서 토마토를 키우는 작기를 몇 번 진행해보기도 했었죠. 문제가 있었다면 농장이나 종자 같은 조건은 늘 동일한데, 키우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심했어요.


첫 번째 작기에는 한국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갔다 보니 농사가 성공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작기에는 그 전문가분이 못 가시니까 잘 안 됐어요. 이런 문제를 IT 기술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실제로 IT 기술을 접목한 실험단에서 농장을 운영할 때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더 디벨롭이 된 건 제가 2012년에 IoT(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처음에는 농장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센서와 솔루션, 조그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IoT 기반의 화분을 생각했어요. 이후에 팀이 본격적으로 모인 건 2013년 즈음이었습니다.


저희는 가장 먼저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데이터에 집중하고 접근했어요.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 재배 일지 애플리케이션이나 그에서 비롯된 사용자들의 재배 방식 등의 데이터를 기반에 두고 화분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화분 제품을 개발하면서 쌓았던 기술들을 모아서 농장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해 왔고요.


플렌티 큐브로 보면 각 컨테이너는 자체적인 모듈형 재배 시스템을 갖고 있어요. 식물 포트는 한 동에 2천 개씩 있고요.


그런 컨테이너가 곧 저희가 지금까지 개발한 LED부터 센서들까지 포함한 하나의 전자제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이 원격으로 환경을 보면서 제어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같이 자동으로 식물을 키워주는 시스템이에요.

Q. 회사 이름은 왜 엔씽인가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을 듯한데요.


회사 이름을 정할 때도 IoT 기술이 모티브가 되어 주었어요. ‘Number of Things’, 수많은 사물을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New Thing’ 새로운 사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N.thing'을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N으로 시작하면 흥한다는 속설도 한몫했어요.

Q. 엔씽이 농업에 기술을 접목해서 해결하고 싶은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난 역사를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달할 겁니다. 그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농업 생산성이 확 늘어나야 해요. 우리나라 농업 인구는 300만 명 정도였다가 지금 100만 명 이하로 내려갔어요.


쉽게 말해서 300만 명이 생산할 작물을 100만 명이 키우고 있는 거죠. 그런데 농업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남아 있어도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과거의 방식대로 농사를 지으면 아마 나중엔 농사를 지을 사람이 아예 없을 겁니다.


여기에 안전성도 최근 이슈와 맞물린 주요 포인트예요. 사람들은 점점 더 안전한 걸 먹고 싶어해요. 내가 사는 주변 자연환경이 좋다면 작물을 자연적으로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감이 있죠.


저희는 기술을 이용해서 이런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 재배 환경이 외부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요. 비료도 작물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으로 사용합니다.


컨테이너 단열이 잘 되어서 다른 온실에 비해서 에너지 효율도 훨씬 좋아요. 기존의 농업에서 작물에 준 물이 대부분 지하로 빠져 나가거나 증발하는 반면, 저희의 수경재배 방식은 물이 손실되는 정도를 90% 이상 절감합니다.


종합하면, 엔씽이 안전 측면에서 집중하는 포인트는 결국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연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작물을 키우는 것, 또 하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작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죠.

Q.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을 기술로 새롭게 풀어내시다 보니 현실적으로 이런저런 제약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정부에서 스마트 팜을 여러모로 장려하긴 합니다. 아쉬운 건 규정이 모호한 감이 있어요. 스마트 팜의 형태가 기존에 온실이 있는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 그 이상으로 뻗어 나가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스마트 팜으로 볼 것인지 그 기준이 없는 거죠.


농지에 농사를 짓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데, 저희는 겉에서 봤을 때 공장처럼 보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새로운 형태의 농장 비즈니스가 가능한 건지 아닌지를 규정을 만드시는 분들도, 저희조차도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최근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 기반의 회사들은 비즈니스를 만들거나 확장할 때 규제 문제로 시장이 들어가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엄밀히 말하면 규제가 있어서 못 한다기보다는 규칙이 없어서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자연히 허가를 내주는 등 지자체에서 실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은 '나는 책임지기 싫으니 하지 마시오'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죠. 시장에 적용되어야 비즈니스가 실행되고, 그렇게 검증을 거쳐야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벌어야 또다시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데 말이죠.

Q. 미래의 농업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이 미디어나 콘텐츠 비즈니스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매스미디어라고 해서 채널 몇 개가 전 국민을 사로잡고 있다 보니 모든 사람이 같은 걸 봤어요. 지금은 OTT의 강세 등으로 환경이 많이 바뀌었죠.


먹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매스미디어의 시대처럼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은 메뉴만 다를 뿐, 그 안에 들어가는 식자재로 따지면 몇 종류 안 돼요.


미디어 환경이 바뀐 것처럼 미래에는 먹거리도 맞춤형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소로만 따져도 어린아이를 위한 채소, 성인을 위한 채소, 노인을 위한 채소가 다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뇨나 신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신선한 채소를 못 드세요. 끓는 물에 데쳐서 흐물흐물한 나물 형태의 저염식 채소만 드실 수 있고요. 질산염이나 칼륨 같은 성분이 아주 적게 함유된 채소를 키우는 기술을 활용하면 그런 분들을 위한 채소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사실 스마트 팜이냐, 기존 농업이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조금 더 다양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냐 아니냐인 것 같아요. 깨끗함과 안전함까지 보장하면서요. 저희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엔씽의 스마트 팜이 그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1월 공개된 <미래에는 우리 모두 농부가 된다>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후 엔씽은 2020년 9월 1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다시 새로워지는 농업의 미래를 꿈꾸는 엔씽 김혜연 대표의 인터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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