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반려동물이 아픈 이유를 알고 싶다면

조회수 2020. 10. 21. 14: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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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는 더 편하고, 반려동물은 더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핏펫 고정욱 대표

반려동물 인구 1,500만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지난 대선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제 반려동물은 완연하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꾸준히 형성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이가 어떨 때 아프고 외로운지, 어떨 때 건강하고 즐거운지 잘 모르고 있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과연 우리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핏펫은 그중 마음은 알기 어렵더라도 몸 상태는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소변 검사 키트, 신원 인식 시스템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핏펫을 창업한 고정욱 대표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펫테크 기업 핏펫의 대표 고정욱입니다. 핏펫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반려동물용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를 판매하고, 반려동물의 신원을 인식하는 솔루션 디텍트를 개발·상용화하고 있습니다. 설립한 지는 이제 3년 4개월 정도 되었는데요. 누적 투자 금액은 70억이고, 매출은 2018년 4억 5천만 원, 2019년 77억을 달성했습니다.


뒤이어 계속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제가 핏펫을 창업한 건 철저하게 제가 키우는 강아지 '제롬이' 때문이에요. 제롬이는 고등학교 3학년인 제가 수험 생활로 힘들어하니까 어머니와 누나가 데려왔어요. 그때 공부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면 가족들이 다 자고 있어도 제롬이는 혼자 뛰어나와서 저를 반겨준 게 많은 위안이 됐죠. 동생이 없는 제게 약간 친동생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핏펫이 첫 창업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의류 사업을 하셨다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옷, 신발 쪽입니다. 나머지 하나가 반려동물 쪽이고요. 어렸을 때, 막연하게 나중에 의류 쇼핑몰을 해봐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유명 브랜드 상품을 값싸게 팔면 많은 사람이 살 거라고 생각했고, 전역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해서 시작했어요.


그때 제가 브랜드 옷을 정가의 20%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사 왔었는데요. 단순 계산으로 30%만 더 붙여서 팔아도 고객들은 절반 가격에 옷을 사는 거고, 저는 30%가 남으니까 이 사업이 잘 작동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객분들이 가격이 싸다고 꼭 옷을 사는 건 아니더라고요.


실패한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고객을 쇼핑몰로 유입시키는 자원이나 제 스킬이 모두 부족했었습니다. 웹사이트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쇼핑몰 페이지로서 완성도가 높지 않다 보니 아마 고객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싸긴 싼데, 이거 가짜 아니야?'라고 느껴졌던 것 같고요. 물론, 다른 무엇보다 '나라면 이 정도 가격에 이 상품 살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첫 창업에 많이 하는 전형적인 실수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대학교 등록금을 당겨서 시작했던 거라 나중에 그 사업을 정리할 때 진짜 난감했어요. 일단 재고를 처분하는 게 가장 우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중고 거래 사이트 같은 곳에 물건을 사 온 가격보다 더 싸게, 완전 염가로 처분했죠. 그렇게 팔고도 안 팔린 물건들은 지인들에게 다 나눠줬고요.

Q. 이후에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두 번째 창업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의류 사업을 접고 나서 제대로 회고·복기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배워야겠다 싶더라고요. 대학교 4학년 때 폐업 신고를 하고, 부랴부랴 스터디에 가입했어요. 자격증을 따고 면접 준비를 하는 등 준비 끝에 삼성SDS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매달 정해진 날에 적지 않은 월급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니까요. 입사 후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내가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이 달콤했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무료함이 컸었던 거 같아요. 야근도 없었어요. 저녁 6시 30분, 7시만 되면 칼퇴근하는 일이 많았는데, 하루하루 반복적인 업무들이 전혀 도전적이지 않았어요. '내가 여기 계속 다녔을 때 성장할 수 있을까? 성장했다고 해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무서웠어요.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반려동물용품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준비하게 됐죠.

Q. 정확히 어떤 비즈니스였나요?


제롬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피부가 조금 안 좋게 태어났어요. 일반적인 강아지용 샴푸로 목욕을 하면 피부가 빨갛게 올라와요. 아무리 약을 발라도 계속 긁고 치료가 안 되더라고요. 그때 만든 제품이 물 없이 씻기는 가루 샴푸, 천연 광목 원단으로 만든 방석이었어요. 철저하게 제롬이를 위한 제품이었던 거죠.


그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6시 30분~7시까지는 삼성에서 일하고, 밤 12~1시까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친구와 또 일했어요. 퇴사하기 전까지 1년 정도를 그렇게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성과는 또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더 많은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검증을 해서 제품을 출시했었던 거 같아요. 고객분들의 만족도는 분명히 높았던 거 같은데요. 마케팅적인 접근이 안일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품을 잘 만들면 알아서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품의 소구점을 잘 못 잡고, 고객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니까 판매가 되지 않았어요. 그 기간이 조금 길어지다 보니까 같이 일하던 분들도 많이 지쳐 갔었던 거 같고요. 재고에 먼지만 계속 쌓여 가니까 '안 되는 상품인 거 같으니 우리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떨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결국 사업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그때 또 한 번 창업할 때 판매 계획까지도 사전에 명확히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죠.

Q. 그다음에 핏펫을 창업하신 건가요?


바로 창업한 건 아니었습니다. 삼성을 퇴사하고, 다음 회사로 P2P 금융 회사인 펀디드에 다녔어요. 그때 즈음 제롬이가 요로결석으로 수술을 받게 됐는데요.


하루는 한밤중에 배변 패드 위에서 제롬이가 처음 들어보는 소리로 울고 있는 거예요. 나가 봤더니 배변 패드 위에서 낑낑거리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더라고요. 패드 위에는 핏방울이 조금 떨어져 있었고요. 그래서 바로 24시간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선생님이 "오줌이 지나가는 통로를 요로결석이 완전히 막았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을 어떻게 주인이 모를 수 있냐?"라며 혼내셨습니다. 제롬이가 수술받는 동안 정말 많이 미안했죠.


그래서 친한 수의사 형과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헤드를 개발하게 됐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집에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는 부분인데요. 강아지들은 요로결석에 걸리면 소변을 보러 배변 패드 위에 갔다가 싸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소변을 보지 못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데, 반려동물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주인이 정확히 왜 그러는지를 알기 어려워요.


그럴 때 소변 검사가 저렴하고 단순하지만,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려줄 수 있는 효율적인 검사 수단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착안하고 나서 전문가, 교수님들한테 자문 메일을 많이 보냈고,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개발자를 수소문해서 제품을 같이 만들 팀을 꾸렸고, 총 개발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 걸렸던 거 같아요.

Q. 창업 초기에 금전적으로나, 인력적으로나 힘든 점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돈이 그렇게 많았던 게 아니다 보니 넣고 있던 주택 청약도 깨고, 정부 지원금도 많이 받으며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개발자를 찾는 것이었어요. 정말 많은 분을 일일이 찾아가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중에 뜻이 있는 분들이 초기에 합류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 뜻이라면 이런 거겠죠. '이 제품을 만들어서 모두가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을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하자. 그래서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보자' 모두 반려동물을 키워봤거나 무지개다리로 건너보낸 적이 있거나, 아니면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니 이런 뜻에 동참해 주실 수 있었던 것 같고, 밤을 새워 가면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핏펫을 창업할 때는 이전과 다른 어떤 확신이 있었나요?


일단 기존에 아예 없었던 시장이다 보니까 숫자 관점에서 깊게 접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장 검증이 꽤 높은 수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개발만 되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전형적인 사례로서 시장에서 잘 작동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또, 이번 사업을 시작할 때는 고객 검증을 철저하게 해서 제품을 어떤 식으로 판매할지에 대한 계획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나아가자고 마음먹었어요.

Q. 어헤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디텍트에 관해서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디텍트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코를 활용해서 스마트폰으로 신원을 인식하는 솔루션입니다. 저희는 신원 인식을 위해 사람의 지문처럼 고유한 무늬가 있는 아이들의 코를 이용하는데요.


실제로 상용화된 DB손해보험의 펫 보험으로 설명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처음 펫 보험에 가입할 때 아이의 코를 한 번 찍습니다. 이후에 보상을 받을 때 코를 한 번 더 찍어서 같은 아이인지 아닌지를 판별합니다. 저희가 이 솔루션을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어요.


그 외에도 건강기능식품이나 위생용품도 현재 판매하고 있는데요. 모두 기존의 상품과 다르게 조금 더 엣지 있는 상품을 선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보호자는 더 편하게, 반려동물은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끔 하려 합니다.

Q. 핏펫만의 독특한 근무 환경이나 문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예전에 저만 생각했을 때는 주당 100시간, 많게는 120시간 정도 일만 열심히 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곧 회사의 성장에 직결된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직원이 많아지다 보니까 실무적인 관점에서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회사가 무조건 성장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인원이 소통하면서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지, 그런 문화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팀이 되는 방법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희는 강아지 고양이를 키운다면 아이들과 함께 출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많으면 다섯 마리 정도 키우시는 분들도 모두 데려와서 아이들끼리 같이 놀기도 해요.


일하다 보면 자칫 스트레스받기 쉽고, 분위기가 딱딱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강아지들이 무릎에 올라타거나 서로 막 노는 거 보면 저를 비롯한 팀원들이 되게 행복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아이를 키우는 팀원이 종일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요. 그러면 회의에도 같이 참석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좋아질 때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을 세 번 정도 해본 사람으로서 창업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보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업을 하면 개인적인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여자친구나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스스로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생겨요.


좋은 점이라면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명확하게 보인다는 점이 또 좋고요. 만약 회사의 성장에 있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즉각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교훈을 바로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꼭 사업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창업의 영역으로 한정 지어서 보면, 실패로 끝나도 창업을 해봤다는 경험 자체가 다음 창업의 자양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패를 복기하고 회고해서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다음 창업이 성공하는 확률은 분명히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봐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10월 공개된 <100억 매출 반려동물 펫테크 스타트업 핏펫 창업 이야기>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후 핏펫은 2020년 10월, 총 6개 기관이 참여한 16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핏펫의 대표 고정욱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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