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직장에서 답답한 이유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조회수 2020. 10. 12. 13: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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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만 하던 조직도 바뀔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전문가 김성준

언젠가 웹 서핑을 하다가 이런 문구를 보았습니다. '좋은 사람이 옆에 많아야 좋아지지. 지옥에서 사회성 좋아봐야 나도 악마 된다'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이었습니다. 근묵자흑의 현대판같이 느껴지기도 하죠. 이처럼 인간의 생각과 감정, 의식과 문화는 강한 전염성이 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나도 내가 과거에 욕했던 사람과 똑같은 나쁜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행복하게 성장하는 집단과 조직은 그 전염이 진행되는 방향을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 줄 압니다. 핵심 가치, 근무 방식 등을 알맞게 만들어가고, 그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고 예방합니다. 심지어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까지 하죠. 과연 성공하는 조직에는 어떤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길래 기쁘고 재미있고 보람 있게 우상향하는 걸까요? EO가 조직문화전문가 김성준 님과의 인터뷰에서 그 비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성준입니다. 저는 리더와 조직을 연구하는 사람이고요. 최근에는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롯데 그룹에서는 임원 육성을 중심으로 일했고, SK 그룹에서는 리더십, 조직문화 같은 것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하는 도구를 만들고, 실제로 측정했는데요. 이를 통해 임원분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Q. 일단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박사로서 조직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요?


조직문화는 한 부족의 세계관입니다. 어떻게 일하는 사람이 우리 부족에서 영웅이 되고 축출되느냐, 문제가 터졌을 때 시스템을 먼저 보느냐 사람을 먼저 보느냐 이런 것들이 세계관에 따라 결정되죠.


나쁜 예를 먼저 들면, 어떤 스타트업은 문제가 터지면 원인을 사람에게서 먼저 찾습니다. 그럼 "야, 이거 누가 잘못했어?"라고 묻고, "쟤가 잘못했어요"라고 대답하게 돼요. 이 스타트업에서는 특정 인물을 징치하는 게 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이자 쉬운 방법인 겁니다. 또 그게 가장 저열하고 열등한 방법이고요.


그런데 어떤 스타트업은 문제가 터졌을 때, 첫 번째로 시스템이나 환경을 먼저 봅니다. '우리가 어떻게 협업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를 고민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거나 소프트웨어를 뜯어고치죠.


이렇게 세계관을 문제 해결에 집중하느냐, 책임 추궁에 집중하느냐 같은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들을 보면 전부 다 서로 다른 각자의 세계관을 갖고 있고요.

Q. 박사님은 어떤 계기로 처음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제가 조직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가 2001, 2002년이었습니다.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시쳇말로 '공돌이' 생활을 하다가 학업에 대한 갈증을 느껴서 느지막이 대학교에 들어갔는데요. 당시에 제가 너무 좋아했던 교수님을 따라서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에서 조직문화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했어요.


인제 와서 돌아보면 우리나라가 조직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결정적인 시기가 그때인 것 같습니다. 1997년 말에 IMF 외환 위기가 터지고 나서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어떤 반성이 일기 시작했거든요.


그 반성의 출발이 많은 조직에서 실행한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략 100만 명 정도가 해고돼서 노동 시장에 나왔다 보니 경영자들이 보기에 조직이 굉장히 침체된 것 같은 거예요. 동료들은 해고되어서 회사를 떠난 와중에 살아남았으니 남은 자들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기가 빠진 상황이었던 건데, 그래서 조직 차원에서 기 살리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단합하고 합심해서 다시 으쌰으쌰 해보자는 거죠. 제 기억으로는 그때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이 '아리랑'이라는 조직 활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12,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수십 차수의 교육을 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한테 조직문화는 그저 '으쌰으쌰'였어요. 어깨동무하고, 할 수 있다며 구호 외치고... 정말 그게 조직문화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의 조직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한 부족의 세계관 혹은 그 부족이 가지고 있는 정신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는 사람, 돈, 시간 같은 자원이 희소한데요. 조직문화라는 세계관, 소프트웨어는 그 희소한 자원에 관한 가정에 따라 형성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두 부족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부족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이며,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존재로 봐요. 다른 한 부족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악한 존재이며, 게으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압박해야만 일을 한다고 여기고요.


과연 두 부족의 조직문화는 어떻게 형성될까요? 순서대로 보면, Y 이론*과 성선설에 근거한 전자의 조직에서는 '알아서 잘해봐', '아이디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그 아이디어 좋다 네가 한 번 직접 해봐' 같은 말이 많이 나올 겁니다. 성악설에 근거해서 인간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후자의 조직에서는 '너 이 XX 이것밖에 안 돼?', '실적이 왜 이따위야?' 같은 말만 나오면서 계속 까고 까이고, 결재 서류가 날아다니겠죠.

* 미국의 경영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가 주장한 조직관리 및 인간에 관한 가설 유형 중 하나.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속성이 인간 본성이며, 조직관리 시에 민주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말씀해주신 예시가 사람이라는 자원에 관한 가정이라면 또 다른 가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간과 돈에 대한 가정이 있는데, 이번엔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볼게요. 페이스북 코리아가 너무 궁금해서 제가 지인을 통해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건 외장 하드, USB, 키보드, 마우스 등 값싼 것부터 값비싼 것까지 웬만한 IT 관련 기기가 들어 있는 자판기였어요.


너무 신기해서 지인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이분이 어떤 말씀을 하냐면, 페이스북의 첫 번째 핵심 가치가 'Focus on Impact'라는 겁니다. 영향력이 큰일에 집중하고, 영향력이 없고 사소한 자투리 일은 최소화하라는 거죠. 필요하면 자판기에 태그 찍고 마우스든 외장 하드든 그냥 가져가도 된대요. 비용을 청구하지도 않아요. 필요했으니 알아서 가져다 쓴 거겠니 여긴다는 겁니다.


보통 조직문화 학자들은 문화의 3단계 위계를 이야기해요. 암묵적 신념, 그 위에 조직이 표방하는 가치, 그다음에 인공물 순으로 위계가 형성됩니다. 이 구조에서 비추어 보면, 자판기는 페이스북이 만들어낸 인공물이죠. 'Focus on Impact'는 그들이 표방하는 가치예요.


그 밑에 깔린 페이스북의 암묵적 신념은 직원이 마우스 사러 나갈 시간에 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엄청난 성과로 돌아올 거라는 가정입니다. 또, 모두가 회사의 돈과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쓸 거라는 가정이기도 하죠.


만약 페이스북의 돈을 마크 저커버그의 돈이라고 가정했다면, 구성원들은 돈을 충분히 쓰지 못하거나 조금은 허투루 썼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아껴 써야 할 우리의 돈'이라는 전제가 있으니 '나도 아껴 쓰니 너도 아껴 쓰겠지. 우리 모두 아껴 쓰니까 일단 서로에게 믿고 맡기자'라는 뉘앙스의 믿음이 피어날 수 있었던 겁니다.

Q. 건전한 조직문화 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흔히 멋지고 개성 있는 복지 체계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여기에 오해가 있다고요.


어떤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조직문화를 왜 챙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조직문화는 성과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조직문화가 정말 좋았는데 어느 순간 사라진 스타트업도 있고, 어떻게 조직문화가 이럴 수 있나 싶은 스타트업인데, 어느 순간 시리즈 A, B 투자를 받기도 하더라"


제가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조직문화는 과연 무엇인가요?" 그랬더니 그 대표님이 "구글에 가면 업무 시간에 해먹에서 잠도 자고, 세련된 카페테리아도 있고, 이런 게 좋은 조직문화 아닌가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조직문화는 복지다'라는,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를 대변하는 케이스죠.


그 오해를 풀기 위해서 저는 조직문화를 2x2 매트리스로 설명드립니다. x축은 조직의 목표 달성, 성과 달성 측면에서 좋은 조직문화이고요. y축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좋은 조직문화예요. 미디어들은 보통 x축보다 y축을 더 많이 조명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의 반향을 모으기가 너무 쉽거든요. 이런 보도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조직문화는 복지다' 같은 인식이 생겨난 거 아닌가 싶습니다.

Q. 지향하는 바에 따라 x축과 y축 중 무엇을 더 신경 쓸지는 각자가 정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올바른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무엇부터 바로 세워야 할까요?


조직문화는 일차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생한 정신 소프트웨어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무엇보다 '우리 조직이 일하고 협업하는 방식에서 이 조직문화가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제가 대기업 구성원들 수천 명한테 조직 내에서 행복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를 묻는 설문을 해왔는데요. 의외로 칼퇴근할 때, 월급 통장에 돈 찍힐 때 같은 때를 얘기하지 않아요. 그보다 자신의 업무에 있어 한 보 한 보 진전이 있을 때 극도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반면, 언제 가장 불행을 느끼냐고 물으면 비합리적인 프로세스로 자신이 무너졌을 때를 꼽습니다. 그때 엄청난 자괴감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요. 여기서 만약 조직문화가 목표 달성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형성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적어도 알 수 없는 기준 혹은 불공정한 프로세스로 내 일이 무너질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만큼 나쁜 감정도 덜 느꼈을 거고요.


즉, 개개인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그 일을 통해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인간다운 삶이 따라올 여지가 상당히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표달성 측면에서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을 활용하는가?'가 조직문화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봐요.

Q. 리더 입장에서는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까요?


실리콘밸리의 많은 회사가 컬처 덱, 핵심 가치를 발표하죠. 우리 부족의 이상적인 지향형을 지정하는 작업인데, 이걸 흔히 이상 문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현실 문화는 현재의 상태를 말합니다. 이 둘 사이에 격차가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상 문화를 내세워 놓고 현실 문화가 점점 뒤로 가면서 격차가 점점 벌어질 때입니다.


격차가 벌어지면 구성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회사 목표가 고객 가치를 최대화한다고 하는데, 갑자기 대표가 의사결정을 내린 걸 보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구성원들은 "야, 이게 맞아?"라며 수군수군하죠. 그런 의사결정이 계속 반복되잖아요? 구성원들은 "아, 저 사람 말뿐이야"라면서 아예 무시해 버려요.


그래서 스타트업이 어떤 핵심 가치를 내세울 때는 진짜 조심해야 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경영자들이 그 핵심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지 혹은 지켜내지 못하더라도 이상 문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요.


사실 구성원들도 성인들이라서 이상 문화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거 너무 잘 알아요. 그래도 '우리 대표님 노력하시잖아, 대표님 정도면 진짜 대단한 거지'라고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대표가 노력하면 구성원들이 긍정해요. 현실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상 문화와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 그게 진정으로 구성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조직문화가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바뀌려면 실질적으로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진 자원이 도대체 뭐냐. 가진 거라곤 오로지 사람밖에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잖아요. 아주 옛날부터 사람 개개인을 키워내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온 이유죠. 근데 너무 지나치게 개개인에게만 집중해 온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요. 집단의 역동성을 끌어내는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조금 간과한 감이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서로 어깨동무하며 으쌰으쌰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방식은 오직 활력만을 충전할 뿐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부서와 부서 간이나 조직과 조직간 시너지를 내는 측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투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실리콘밸리 같은 곳이 너무 부럽죠.


사실 우리가 개인 대 개인으로 비교해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기술적으로나 교육받은 거로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조직으로 엮이면 뭔가 차이가 벌어져요. 그러니 앞으로는 개개인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뿐만 아니라 전체 조직 차원에서 이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조직문화의 큰 화두일 겁니다.

👆🏻롯데, SK를 거치며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연구해 온 김성준 박사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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