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주목한 카이스트 단톡방

조회수 2020. 8. 12.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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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시장에 도전하는 글로벌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라썸 이채린 대표

'대학생 단톡방'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친구들과의 수다방, 학과 공지방, 조별과제 단톡방 등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오늘 EO가 만난 분은 대학생 단톡방에서 시작해, 합계 11억원의 투자를 받고 전 세계에서 유저들을 유치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라썸의 이채린 대표님입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학과공부 질문방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전세계 10조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스타트업이 되었는지 함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클라썸 대표를 맡고 있는 이채린입니다. 클라썸은 수업별로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현재 카이스트, 웅진 등 700개 이상의 교육기관이 클라썸을 사용해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빅베이슨캐피탈로부터 11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Q.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해서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으신데, 중고등학생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중고등학교 내내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혼자서 책을 보면 내용을 까먹거나 공부에 대한 객관성을 잃어서 친구와 늘 함께 공부했어요. 제가 혼자 공부할 때는 3시간 공부했다고 생각해도 사실 10분도 집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가장 친한 친구와 내신 시험 3주 전부터 합숙하면서 교과서 필기본을 다 베끼곤 했어요. 시험대비용 완벽한 필기본을 만든 다음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공부하고, 각자 공부가 끝나면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질문도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공부한 내용을 안 까먹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오니까 동기들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Q. 어떤 과정을 통해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나왔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모든 시험에서 1등급을 받자'고 다짐해서 최선을 다했고, 고등학교 내신 전체 평균 1.00등급을 받아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입학했을 때, 저는 허전함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입학하던 해에 전산학부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때 한 선배가 제게 말하길 '전산학부에 가면 전산 동아리에 무조건 들어가라. 전산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과 정보나 전공 수업 내용도 공유받지 못할 뿐더러 훗날 진로를 선택할 때도 차질이 생긴다'. 실제로 학생들은 소수의 전산 동아리 내에서만 친목을 형성하고 정보 교류를 하고 있었어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이에 정보 편차가 컸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상황들도 발생했습니다. 

제가 학부 2학년 때 과대표에 출마했어요. 전산학부의 소외현상이 큰 문제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동기들과 함께 제가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제가 과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한 것이 학부생들을 상대로 학과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한 거였어요. 조사 결과, '수업에 대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는 게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을 이용해서 과목별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어요. 


시범적으로 전산학부 내에 있는 4가지 과목을 골라서 카톡방을 운영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채팅방을 이용해 수업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도 하고 정보 교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산학부의 과목별 오픈채팅방이 좋은 결과를 보인 후로 카이스트 내에 타학과들도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오픈채팅방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Q. 어떤 한계가 있었나요?


카카오톡 채팅 방 특성상 이용자들의 대화내용이 시간 순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학생의 질문이 묻힌다거나 답변을 찾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고, 카톡 알람이 너무 많이 오거나 혹은 알람을 꺼놓으면 아무런 내용도 알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오픈채팅방은 학생들의 학습 퀄리티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인데, 발견된 단점을 잘 보완해서 더 쓸모 있는 학습 도구를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고민 끝에 클라썸을 창업하게 됐어요.

Q. 대학생 시절에 창업을 결심한 건데,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창업을 결심할 때 두렵거나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가 어떤 일이든 굉장히 열심히 할 것이고, 제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학교에서 생활하며 책임감 있고 훌륭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먼저 창업 멤버로 합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공감하고 이해하는 친구들이 함께 팀에 합류해줬요.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제가 첫 번째로 검증한 것은 학생들이 수업 단위로 하나의 오픈채팅방에 들어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느냐 없느냐 였습니다. 그 다음은 오픈채팅방이 아닌 별도의 앱이나 웹에서도 사람들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 였어요.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커뮤니티 형식으로 웹과 앱을 출시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런 앱이 있으니 한 번 들어와라' 공지했는데 수천 명이 들어왔어요.

Q. 수천 명이 들어왔다면 아이디어 검증에 성공했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요.


사실 새로 구동한 앱 내에 수천 명의 학생들이 들어왔지만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았어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공 공부나 시험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받고 싶은데, 내가 질문을 해도 답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네다섯 명 밖에 없다면 그 커뮤니티는 의미가 없잖아요. 저희 서비스는 한 수업의 수강생 80% 이상이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서비스였던 거예요.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제대로 운영되는 수업이 단 한 수업도 없었습니다. 8개월 동안 멤버들을 모아 열심히 개발해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아 우리는 오픈채팅방 그 이상을 구현하면서 어떤 난관이 있을지 생각하지도 못했구나, 이 서비스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건가봐. 그만 하자'. 팀을 해산했습니다. 


그런데 팀을 해산하고 나서 밤에 잠이 안 왔어요. '우리가 정말 이 문제를 정말 예상할 수 없었나? 이게 우리가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가 맞나?' 저는 분명 학생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학습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형성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목격했는데, 오픈채팅방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든 앱이 사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도 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가을 학기가 반 쯤 지났을 때, 제가 교수님 두 분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교수님께서 클라썸을 공식적인 수업의 툴로 지정해주시면 학생들이 잘 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 한 분이 '그래, 우리 수업에서 한번 써볼게' 라고 답장을 해주셨어요. 해당 수업에서 남은 학기 동안 클라썸을 사용했는데 300개 이상의 학습 관련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클라썸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어요. 수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클라썸을 제공하자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희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했습니다. 이후에 수익모델도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Q. 클라썸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에 클라썸을 커뮤니티 사업으로 구상했습니다. 커뮤니티 사업에서 중요한 건 사람을 모으는 일인데, 저희는 수천 명을 모았지만 수천 명이 그대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어요. 그러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까. 클라썸의 목적은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정보의 격차를 허물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에요. 초기 사업의 모델은 대학생 커뮤니티였기 때문에 클라썸을 대학생들이 자료를 사고파는 중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할지, 취업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클라썸을 카이스트와 같은 교육기관에 판매하면 저희는 학습 효과를 높이는 도구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Q. 사업 아이디어와 수익모델을 모두 검증하셨는데, 클라썸이 시장성을 갖추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한 번은 창업 경진대회에 나갔습니다. 카이스트에서 개최한 대회였는데 유명한 벤처 투자자분이 저희 사업에 대해 피드백을 주셨어요. '클라썸이 타겟하는 국내 대학 시장은 너무 작다. 사업을 다시 고민해봐라'.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투자한 분이 저희 사업에 대해 말씀해주신 게 부정적이다 보니, '우리가 시장의 타겟을 잘못 설정한 건가, 시장이 작으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게 맞는건가?' 여러 고민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투자자분의 의견은 중요하지만, 클라썸은 제가 직접 겪은 문제이고 해결방안으로 고안한 서비스였습니다. 누군가의 의견으로 포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투자자 분의 말처럼 이 시장이 정말 작은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라썸이 두 가지 방향으로 확장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국내 대학이 작은 시장이라면 전세계 대학 시장은 어떨까? 한국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대학의 학생들도 정보 교류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두 번째는 클라썸을 대학 뿐만 아니라 유사 교육 기관에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학원이나 사내 교육 서비스로도 클라썸이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실제로 대표님이 생각하신 타 대학과 유사 교육기관 시장이 클라썸의 현재 클라이언트가 되었는데, 시장성을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요. 


2018년에 클라썸 팀이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 컵 Imagine cup'이라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 한국 대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로 뽑혀서 글로벌 파이널리스트로 진출했습니다. 이매진컵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대회이다 보니 전세계의 수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 모든 국가의 학생들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외국 대학 시장의 니즈가 있겠다고 판단해서 작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현지 대학들을 저희가 순방하고 왔어요. 몇몇 학교에서 클라썸을 대학 전체에 도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국내 외에 해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8년에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이하 정창경)'에 참가했습니다.

Q. 시장을 확인하고 다시 창업경진대회에 도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바로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정창경에 참가했던 이유는 대회 기간 9주 동안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클라썸에 대한 해외 니즈를 확인한 가운데 유명 액셀러레이터나 VC들의 지속적인 멘토링은 저희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대회 기간 동안 클라썸이 유틸리티 툴로서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고, 해외 대학 진출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 교육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판로를 계획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정창경에서 대상을 탔습니다. 그 이후, 회사로 투자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고객 미팅을 갔는데 저희의 수상 내역이 적힌 기사가 테이블에 놓여있기도 했어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아껴줬습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창업가의 근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창업의 근본은 아무도 답을 모르고 심지어 답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도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창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빠른 학습과 지치지 않는 열정이에요. 창업은 무수히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에 대한 일이든, 제품을 개발해내는 일이든, 고객을 찾아내는 일이든 창업가가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 창업가가 할 수 있는 건 빠르게 학습하고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머리 맡에 놓인 책조차 전부 창업 관련 도서로 바꿨어요. 창업가 선배님들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는 지치지 않는 것인데, 창업은 장기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엔 누가 지치지 않고 사업을 계속해서 전개해나갈 수 있느냐가 큰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창업은 극한의 힘듦과 극한의 희열을 함께 줍니다.

Q. 마지막으로 클라썸이 학습 제공자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인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Expert Blind Spot'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전문가는 볼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말을 의미해요. 한 분야의 전문가는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요. 처음 자신이 학습을 진행했을 때 느낀 고민이 무엇인지 잊어버렸기 때문에 초보자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교육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학습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보다 오히려 어떤 지식을 함께 배운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 학습이 더 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클라썸은 학생들에게 단순 학습 도구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학습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클라썸 이전에는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질문을 개인 별로 메일을 통해 하다 보니 교수님이 같은 질문을 여러번 대답해야 하는 번거러움을 느끼곤 하셨는데, 클라썸 내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답변을 공유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질문이 사라져서 교육자들에게도 매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클라썸은 학습 현장의 환경과 학습 방법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플랫폼이 비대면 온라인 수업 혹은 오프라인 수업의 보조 툴로서 활발하게 사용되어 학습자와 학생 모두를 도울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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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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