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마켓컬리에 초기투자한 투자자의 이야기

조회수 2020. 8. 4. 18: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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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새로운 엘리트, '뉴칼라'

오늘 EO가 소개해드릴 분은 대한민국 정부 R&D 프로그램 'TIPS'의 운영사이자 직접 투자사인 캡스톤파트너스의 대표 송은강님입니다. 송은강 대표님은 2008년 캡스톤파트너스를 창업해 현재까지 총 9개의 펀드, 2,21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왔는데요.


1997년 삼성그룹의 미국 합작 투자 법인인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 초기멤버로 합류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벤처 투자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2013년 센드버드에 투자했던 3억원을 지난해 77억원에 회수하며 7년 만에 26배의 수익을 올려 화제가 됐었는데요. 마켓컬리, 스푼라디오, 직방, 당근마켓 등 국내 유명 스타트업에 모두 투자한 송은강 대표님에게 성공하는 창업가와 스타트업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캡스톤파트너스의 대표 송은강입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12년 된 벤처캐피탈 회사로 현재까지 15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최근 잘 성장한 회사로는 직방, 마켓컬리, 당근마켓, 마이쿤 등이 있습니다.

Q.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당근마켓'에 투자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당근마켓은 창업 초기, 직원이 4명일 때 저를 찾아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근마켓을 중고 거래 서비스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 이 회사는 중고 거래 서비스 회사가 아니에요. 당근마켓의 창업자의 김용현 대표님이 처음 저를 만나서 설명한 사업의 목표는 지역 광고, 알림, 커뮤니티 등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러면 지역 기반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사람을 모을 수 있을까. 그때, 당근마켓 팀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가진 물건을 교환하는 서비스로 시작해서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에 당근마켓 멤버가 10명이 안 됐는데, 소수의 인원이 전국을 잘게 쪼개서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당근마켓이 기업가치 3,000억 원이 될 때까지 총 3번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당근마켓이 한국의 넥스트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투자를 받고 싶은 스타트업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캡스톤에서 투자 받고 싶은 사업가가 계시면 먼저 본인이 '뉴칼라'인지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018년에 출간된 '뉴칼라 컨피덴셜'이라는 책에 보면 뉴칼라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기술을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둘째,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 셋째,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넷째,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다섯째,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아는가.


 *디지털 리터러시 :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저는 이 다섯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다섯가지 조건은 모두 개념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실제로 이 역량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에 맞는 인재를 찾아야 하죠. 스타트업은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일해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기존과 다른 신박한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같은 제품이라도 그걸 다르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시장의 제품이더라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저는 선호하고 있어요.

Q. 150개 기업을 투자하면서 잘 될 기업이나 창업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쌓이셨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 한 번 해본 사람들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엄청난 격차를 가져요. 제가 그건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해보지 않은 분들은 미팅을 진행하지 않고 원격이나 전화로 심사해도 부적합 사유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한 번 투자 검증을 진행하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면 기업이나 창업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돼요. 그래서 저는 투자 받기 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규모라도 서비스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시제품이든 시범 서비스든 고객에게 한 번 보여지고 나면 다방면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시범적으로 해볼 수 없는 영역들도 있어요. 그런 것들은 여러 고민을 통해서 비슷한 케이스를 찾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내 사업아이템을 검증해보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시면 좋습니다.

또 한 가지는 객관적인 눈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면 수년의 시간과 노력, 자본 등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리소스를 들이게 돼요. 그런데 그 사업이 '나의 모든 리소스를 들일 가치가 있는가?' 이 고민을 하셔야 합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내 자본을 투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해요. 그 판단이 바로 섰을 때, 투자자도 사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고, 본인과 함께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기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돈 버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습니다. 제대로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가 돈을 벌게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어요. 그런데 돈 버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업 준비를 오래 하신 분들을 좋아해요. 일찍부터 기업가의 꿈을 꾸고 한 방향으로 달려오신 분들을 굉장히 응원합니다.  

안타깝게도 저희가 모든 회사의 사업계획서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보고 사업에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하나 궁금하실 거예요. 저는 창업자의 피칭에 의존합니다. 피칭을 잘 준비하신 분을 보면 '이 분들이 우리하고 소통을 잘하는 것처럼 고객과도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겠구나. 이 분들이 협력자와 소통을 잘하고 회사 내부에 있는 직원과도 소통을 의미있게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투자를 받으러 오시기 전 투자 피칭을 잘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기억에 남는 창업가가 있을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창업자 중에 '타다'를 서비스 했던 VCNC 박재욱 대표님이 있습니다. 박 대표님은 회사 내부에서 피치덱(투자를 위한 설명 자료)을 만들 때, IR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질문을 미리 준비하세요. 


발표 분량이 스무장이면 마흔 장 분량의 예상 질문을 미리 나열한 뒤 벤처캐피탈 회사에 가서 피드백을 받고, 피드백 받은 내용을 회사 내부에서 다시 검증하고 보완해서 옵니다. 그렇게 하면 투자자를 만났을 때 어떤 질문을 해도 '그 문제에 대한 우리의 솔루션은 이것이다'라고 막힘없이 답할 수 있어요. 그 이후에 제가 박재욱 대표만한 사람이면 투자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투자 관련 고민을 하고 계시는 창업가 분들에게 하고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투자사와 피투자사의 합이 맞는지 확인하시길 조언드립니다. 두 번째는 투자 이후에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잠시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자사의 의미 있는 성장을 알아보고 지속 투자를 해줄 투자자를 고르시라고 말씀드려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투자 이후, 자본금 이외에 창업팀이 필요한 도움과 인프라를 제공해줄 수 있는 투자자인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투자자를 고르시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다음이에요.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창업가는 투자자와 한 배를 타는 것입니다. 나랑 같이 일할 투자자가 똑똑하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인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능력있는 투자사와 투자자들을 나열하고 그 중에 자신과 맞는 투자자를 고르는 게 지혜로운 결정입니다.

Q. 벤처투자자의 길을 20년 넘게 걸어오셨습니다. 투자자로 사는 삶에 만족하시나요?

저는 새로운 창업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꿈과 그들이 도전하려고 하는 세상을 듣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선도할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후원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놀랍도록 행복한 일이에요. 


그러나 제가 투자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놓친 성공한 창업가 들과 기업도 많아요. 그분들을 놓친 건 아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펀드를 모아서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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