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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에 걸린 직장인이 자신만의 길을 찾기까지 (취업, 이직, 연봉협상 노하우) |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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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볼 분은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님입니다. 김나이님은 현대카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한국투자증권, JP 모건을 거치며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오다가 격무로 인해 번아웃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찾다가 우연히 청강한 대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것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하는 것을 보고 직무강의를 제안했고, 이것을 계기로 사람들의 커리어 성장을 돕는 '커리어 엑셀러레이터'라는 직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커리어 엑셀러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나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직장인들이 커리어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각자에게 맞는 일을 더 좋은 회사에서 할 수 있을까' 전문직, 대기업, 외국계, 스타트업 가리지 않고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폴인을 통해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 라는 책을 썼고요. 카이스트 MBA에서 강의하고 경희대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폴인과 스터디파이, 패스트캠퍼스, 원티드 등 직무 관련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Q. 커리어 엑셀러레이터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학창시절에는 반장, 학생회장 같은 일을 많이 했어요. 대학에 가서는 경영학이랑 광고홍보학을 복수전공하고, 국문학을 부전공하면서 4년만에 졸업을 했습니다. 첫 직장으로는 현대카드에 갔고요. 회사에 있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100 정도의 레벨이라고 하면, 주어지는 일들이 20에서 50 정도 레벨의 쉬운 일만 반복적으로 주어졌어요. 


이 안에서는 내 실력이 쌓이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부서장님을 찾아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부서장님이 저를 맞은 편에 앉혀 놓고, 30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시고 줄담배만 뻑뻑 피우셨어요. '정말 제대로 키우고 싶은 인재였는데 너무 안타깝다'. 그 말을 듣고도 제 마음이 달라지지 않아서 카이스트 MBA 과정에 진학했고, 졸업하고 나서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어요.

Q. 증권사는 카드사와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한국투자증권에는 수학 박사, 금융공학 석박사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문과인데 수학 공학 박사들 틈에 뚝 떨어진거예요. 고민 끝에 본부장님 사무실에 찾아가 '저를 왜 뽑으셨냐,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냐'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잘 하는 걸 시킬 거였으면, 너를 안 뽑았을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잘 하는 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사람들 만나는 거 좋아하고,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설명하는 능력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다음, 다른 사원들은 하지 않았던 금융 파생상품 관련된 책을 쓰기도 하고, 기자 간담회도 많이 열었습니다. 그 결과 증권시장에서 저희 회사가 1위를 하게 됐요.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외국계 회사들도 비슷한 직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자리로 전화 한 통이 왔어요. JP모건에서 저를 스카웃하고 싶다는 전화였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새롭게 뭔가를 하는 게 즐거운 저에게 흥미로운 연락이었죠. 연봉도 좋길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JP 모건은 굉장히 좋은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다녀보니 어떠셨어요?


JP 모건에는 좋은 동료들이 많았어요. 국내 회사는 동물원이라고 하면 외국계는 완전히 정글이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개인이 독립적으로 활동해서 성과를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의 회사였습니다. 적당한 긴장과 경쟁,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져오고 그것을 시스템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요구했어요. 회사 내에서 그런 부분을 열심히 배워가면서, 제 스스로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강행군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즈음, 금융시장 규제가 강력하게 들어왔어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 때 번아웃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남편에게 '여태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나 잠시 쉬고 싶다'고 말하고 떠났어요. 친한 친구가 뉴욕에 살고 있어서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어느 날, 뉴욕 증권거래소 앞을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증권거래소 앞에서 사람들이 신나게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거예요. '왜 저기서 사진을 찍지? 엄청난 탐욕과 공포가 존재하는 시장인데'. 그 순간 '아, 금융거리를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이제 내가 다른 일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울렸습니다.

Q. 준비 없이 퇴사를 하게 되어서 막막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더니, 저는 회사 밖을 나간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우선 퇴사를 하고 고민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카이스트 MBA 졸업생은 수업을 무료로 청강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 공부도 할 겸 금융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자.' 라는 생각이 들었죠.


교실에는 학생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어요. 교실에서 배우고 있는 것들이 직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시장은 어떤 상황이고, 전공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무는 무엇이 있는지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학교에 먼저 제안을 드렸습니다. '우리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회사에 대해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직무강연을 하자'. 카이스트 MBA에서 여러 번 강연했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가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중앙일보 폴인 팀에 노크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라는 책을 쓰게 되면서 커리어 엑셀러레이터로서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어요.

Q. 커리어 엑셀러레이터로 일하시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세요?


모두에게 좋은 회사는 없습니다. 어떤 분은 대기업이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스타트업이 맞을 수도 있어요. 저는 종종 구직자 분들에게 투자자의 렌즈를 가지라고 말씀드려요. 벤처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의 성장성이에요. 시장이 얼마나 큰 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회사의 대표와 팀을 봐요. 저는 구직자분들도 이걸 꼭 고려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재테크만 투자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직장 생활도 투자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투자가 괜찮은 투자인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요. 


상담 받으신 분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어떤 게임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그 분 이력서만 받아 보고도 '이직한 걸 정말 후회하고 계시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그 회사가 3년째 영업적자였거든요. 매출도 계속 하락하고 있었고요. 회사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실무자들이 회사 내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비용을 통제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의 업무 의지가 계속 꺾이게 되죠. 그 분 얘기를 들어보니 역시나 그 문제가 맞았어요. 업계에서는 유명한 직장인데 실제 내부 인원들은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죠.

Q. 아무래도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봉협상과 이직일 것 같은데 이와 관련된 팁은 없을까요?


이직이나 취업을 잘 하시려면 이력서가 참 중요한데요. 이력서를 잘 쓰려면 상대방에 대한 분석이 잘 되어 있어야 해요. 이력서는 '나는 이런 강점이 있고, 이 회사에서 잘 펼칠 수 있습니다' 설득하는 글이에요. '내가 지금까지 무엇 무엇을 해왔습니다' 라고 팩트를 늘어 놓는 글이 아니에요. 이력서를 작성하시는 분들은 ABCDE를 기억해보세요.


A는 Accurate. 정확하게 쓰시라.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이 했던 일을 내가 했다고 하거나 과대하게 부풀리지 마세요.


B는 Briefly. 짧고 간결하게 쓰시라. 이력서의 양은 한 장에서 한 장 반으로 쓰실 것을 추천해요. 한 장이 넘어가는 경우는 '보려면 보고 말려면 말아라' 이런 마음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C는 Connecting the Dots. 경험과 직무를 연결하라 입니다. 내가 했던 일을 지원하는 직무와 연결해서 쓰셔야 해요. 회사마다 커리어나 채용 페이지에 직무기술서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찾아보시고 거기에 나오는 표현을 개인의 이력서에 담아보세요. 


D는 Detail. 자세하게 쓰라 입니다. 가능하다면 숫자로 성과를 드러내세요. 만약에 내가 한 일이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일을 왜 했는지, 타겟이 누구였는지' 디테일하게 담아주시면 좋습니다. 


E는 Easy. 보기 쉽게 써라. 내가 기존의 직무를 계속 할 것이라면 해당 업계의 용어를 쓸 수 있지만, 다른 직무로 이전하시는 분이라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력서는 영화 예고편하고 똑같아요.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정말 컴팩트하게 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연봉하고 잡플래닛 혹은 블라인드에 있는 회사 평가를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회사의 분위기나 내부 사정은 안을 들여다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바깥으로 보여지는 것, 그런 것들은 너무 많이 고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Q. 연봉협상에서의 팁은 없을까요?


연봉협상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회사 쪽에서 '얼마를 받고 싶으시냐?' 라고 물어보면 연봉 란에 '협의 가능'이라고 쓰시면 돼요. 그러면서, '지금은 회사와 제가 어떤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을지 서로 맞춰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라고 이야기를 먼저 하시는 거죠. 연봉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회사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정보가 적은 사람이 숫자를 먼저 말해버리면, 거기서부터 지는 게임이 돼버리는 거예요. 입사 확정 거의 직전에 연봉 협상을 하게 되면, 그때는 개인이 더 큰 협상 우위를 갖고 가게 되는 거죠. 


이 회사는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나한테 입사 제안을 준 것이잖아요. 만약 나를 채용하지 못 하면 다시 채용과 인터뷰 작업을 해야 해요. 웬만하면 회사도 두번 세번 반복하는 선택은 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연봉 숫자보다는 직무와 관련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게 훨씬 좋고요. '5,000만원 받고 싶다, 6,000만원 받고 싶다, 8,000만원 받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지 마시고, '앞으로 그 회사에 가서 어떤 책임을 갖게 되는지, 그 역할에 맞는 너희 회사의 연봉 구간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시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Q. 커리어 엑셀레이터로서 직장인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올해 그리고 내년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지속될 것 같아요. 조직 안에서 규모의 축소가 일어나고, 그러다 보면 사내 정치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겠죠. 그런데 내가 일을 오랫동안 잘 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변화의 레이더를 회사 내부가 아닌 회사 바깥으로 켜보시면 어떨까요. 그래서 재무제표를 보며 우리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느 산업이 블루오션이고, 어느 팀이 잘 하는지 이런 변화를 계속 눈여겨 보시는 거예요.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파악하는 것과 그냥 회사를 다니는 건 너무나 다른 얘기입니다. 산업의 변화와 시장의 변화, 우리 회사의 변화 그리고 우리 회사의 재무제표, 비지니스 모델을 오늘 꼭 점검 해보시면 좋겠어요.

글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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