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을 개척한 일타 영어강사가 은퇴하고 '정치'를 가르치는 이유

조회수 2020. 6. 10.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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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디 서있든 변하지 않아요"
(반짝반짝~)

'수학의 본좌'라 불리며 십수 년째 전국의 수포자들의 '빛'이 되어주고 있는 한석원. 실은 대학 다닐 때 뼛속까지 운동권이었던 그는, 한 친한 후배를 끌어들여 1997년, 허허벌판이었던 대치동에 학원을 차립니다.


그 후배의 이름은, 김찬휘.

(차니쌤)

김기훈, 김정호와 더불어 이름바 영어 인강계의 '3김(金)'라고 불리며 고퀄 영문법 강의로 이름이 알려진 전설의 영어 강사..

출처: Orthodox Grammar 중 캡처
'영어 선생님'이 듣는 영어 인강으로 유명했던, 오쏘독스 그래머

이들은 인강 시대가 열린 후, 대치동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퀄 강의를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무료 인강★으로 제공하며 '학교 밖 교육'의 재분배라는 실험을 하기도 했죠.

2004년인데 신문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서울 금천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강남구의 57분의 1이라는 거예요. 지금 아마 더 벌어졌을 겁니다. 공교육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크게 하게 되었죠. 그래서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습니다. 인터넷은 지역을 뛰어넘잖아요. 중국 상하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에서도 지금 저희 강의를 듣고 있거든요. 지역적 제약 없이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것이 인강의 장점이자 순기능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어느날 김찬휘는 20년의 영어 강사 생활을 뒤로 한 채 훌쩍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1년이 좀 안 되는 시간을 떠돌다 돌아온 그를 우리는 이제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하심) 


특이한 점은, 그가 더이상 영문법이 아닌 정치강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가 영어 대신 새롭게 파헤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여기서 선생님이 왜 나와요..?"
"학원 다녔던 때가 어제 같은데 유튜브서 뵈니 반갑네요"

정치인이 된 것일까요? 강의 중 현역 정치인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걸 보면 그도 아닌 것 같고(...)


이 이야기는 사실, 다시 1987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첫걸음이었던 1987년 6월 10일 6월 민주항쟁. 그 시작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었습니다.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종철은 독재 정권의 불의에 대항하다 붙잡혀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숨졌고, 이 죽음이 알려지며 범국민적으로 불붙은 시민운동은 결국 그토록 열망하던 대통령 직선제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박종철과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김찬휘는 감옥에서 그의 부고를 듣고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이후 세상은 바뀌었지만, 수감 이력이 남은 그는 굳이 취직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선배의 제안을 받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 겁니다.


학생운동가 김찬휘, 스타 영어강사 김찬휘를 지나 지금은 국회의원... 이 아닌, 국회의원을 뽑는 방법을 조금 더 민주적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며, 전세계 선거제도를 분석하고 있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김찬휘.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이끈 것일까요? 


그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해요.

차니쌤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국회의원을 뽑는 방법은 아주 철지난 제도이며, 구시대적 기존 제도와 타협하다 지난 총선과 같은 괴상한 상황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OECD 36개국 중 22개 나라가 100% 비례대표제로만 국회의원을 뽑으며, 놀랍게도 그중 대다수가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당'뿐만 아니라 '사람'도 뽑는다는 현실 이야기. 


그는 이제 20년 강사 짬밥으로 기본소득, 선거제도, 교육제도를 아주 쉽게 찬찬히 설명합니다.

6월민주항쟁 이후 33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여러 얼굴 중에는 지금 우리에게 낯익은 얼굴도, 낯선 얼굴도 있습니다. 개중엔 빛바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지금의 권위를 붙잡고 있는 사람도,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어 선생님이었던 그가 바라는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우리 각자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인지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씨리얼은 6월 민주항쟁의 달을 맞이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꿈꾸고 일궈냈던 한 사람이, 이제 우리의 '국회의원'을 뽑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가만히 들어봅니다. 꼭 영상을 시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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