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 여자친구와 사귀어도 괜찮을까요?

조회수 2019. 8. 6. 12: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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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들의 인터뷰

이혼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부모님의 이혼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는데, 

무려 452명이 응답을 했습니다. 

이들이 진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엄마 없는 집, 아빠 없는 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해야했던 청소년들은 

지금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 가운데 

네 사람을 직접 만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이 콘텐츠는 한국컴패션 Teens Up 캠페인과 함께 제작했습니다.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나더라도 아이들이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구글에 지금 당장 들어가서 이혼가정이라고 치면, 이혼 가정 여자 친구, 이혼 가정 남자 친구, 이혼 가정 상견례, 여자 친구가 이혼가정인데 사귀어도 괜찮을까요? 이런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저도 약간 불안함이 든 거죠. 아, 나도 나중에 이혼하게 될까? 불우한 가정환경을 내 아이에게 나눠주게 될까? 그렇게 하면서 걱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부모님의 이혼을 알게 된 건, 저는 옛날 어릴 때라 잘 모르지만 집에 빨간딱지가 붙어있는 거예요. 저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압류딱지였던 거죠.

엄마가 갑자기 예나야, 너 계속 할머니 집에 살면 어떨 거 같아? 대신에 엄마는 없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싫다고 했죠 저는 엄마한테 조금 고민을 하다가 “아니 나 그냥 엄마랑 같이 살면 안 돼? 할머니 집에 안 가고 그냥 엄마랑 살래 “ 이렇게 하면서 제가 막 울었어요. 그랬더니 엄마도 막 우는 거예요.

- 홍예나 (23세)
제가 너무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그전에는 나는 아빠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엄마랑 같이 사는구나 정도밖에 인지 하지 못했어요.

근데 초등학교가 되고 나니까 아빠라는 개념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속으로 ‘나는 왜 아빠 없어?’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후에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서 제가 전해 들은 건 그거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서 친자 포기각서를 쓰고 갔다고요.

그리고 새아버지가 생겼어요.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새아빠라고 소개할 때마다 본의 아니게 계속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준거예요. 중학교 1학년 때 왔던 사람, 중학교 3학년 때 왔던 사람, 고등학교 때 왔던 사람 전부 달랐던 거죠.

너는 왜 아빠가 계속 바뀌어? 정말 악의 없는 친구의 질문이었지만, 그 말에 아무 말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쟤는 엄마 없어서 그래, 아빠 없어서 그래.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저희 엄마가 쫓아갔죠. 흔히 그림에 나오는 몽둥이 들고 쫓아가는 것처럼 저희 어머니도 쫓아갔죠. 항상 그 말을 해주셨어요. 당당해, 할 만큼 했잖아 라고 하셨어요. 어머니의 그 말이 지금까지도 힘 나는 말인 것 같아요.

- 24세, 여
저는 저희 부모님들을 보고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내가 과연 누구를 만나서 한 가정을 꾸리고 그 사람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 자신이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가끔 들어요.

스무 살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어요. 집에는 저랑 어머니 단둘이서 있었던 상황이었고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나가봤더니 어머니가 큰 가방을 들고 나오시면서 나 더 이상 너희 아버지랑 못 살겠다 하면서 집을 나가셨어요.

어머니를 붙잡아야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맨발로 오백 미터를 쫓아갔던 것 같아요. 그 후에 항상 아버지 입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너희 엄마 찾아와라 였어요.
정말 동생이랑 둘이 온 친척 집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외가 쪽 친척 집을 다 돌아다니면서 저희 엄마 보셨냐고 엄마 좀 찾아달라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가 정말로 필요했던 순간은 군대 입대할 때였어요. 그날 같이 입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부모, 형제랑 다 같이 그 장소에 온 거예요. 저는 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갔었어요. 입대 전에 훈련병들 소집하고 마지막에 다 같이 한 바퀴 돌면서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들어가잖아요.

그때 가족을 안 찾았어요 분명히 제 아버지가 저기 있구나, 내 동생이 저기 있구나 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그쪽을 쳐다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 모두 내 등밖에 안 보이겠다고 느낀 순간 처음에 미친 듯이 울었던 것 같아요.

- 33세, 남
저는 부모님이 작년에 이혼하셨고 지금 올해로 일 년 정도 이혼가정의 자녀로서 삶을 지속하고 있는데 동생이 이거 설문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아마 저는 할 의지가 없었겠지만 동생이 부탁해서 들어줘야겠다는 마음에 영상까지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형 너무 무서워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그랬더니 수화기 너머로 부모님이 싸우시는 소리도 들리고 일단 당장에 가지 못하니까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부모님께서 이제 두 분이 각각 나 이제 네 엄마랑 이혼하겠다 네 아빠랑 이혼하겠다고 선언을 하시더라고요. 이번에도 싸우시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정말 이혼하실 줄은 몰랐죠.

이혼 후에 부모님이 많이 나약해졌어요. 특히 아버지가 우울증이 심하게 오셔서 병원에 가서 같이 약도 받고 그랬어요. 그런데 군대 휴가 때 와서 보니까, 아버지가 약을 하나도 안 드신 거예요. 그래서 동생한테 너는 왜 안 챙겼냐, 한 번씩 가서 아버지 약 잘 드시는지 봐야지 밥도 챙기고 청소도 해드리고 왔어야지 라고 말했는데 그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동생에게 편지로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미안하다고 썼어요. 앞으로 서로 많이 격려하고 지내자고, 사랑한다고 썼던 것 같아요.

동생이 너무 빨리 성숙해졌어요. 빨리 어른이 됐어요. 저는 그게 무서워요. 속상하고.

-23세, 남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에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과 가족의 깨어짐에 대한 상처를 끌어안고

현재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그 후론 피해 의식에 절어 있어서 내가 이렇게 우울한 거는 다 엄마, 아빠가 없고 다 그런 것이기 때문이야. 속으로 엄청 탓을 많이 했죠.

그랬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잘살아 보지 우리를 위해서라도 왜 그걸 못 참았을까. 그래도 저도 많은 경험을 하다 보니까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죠.

특히 엄마를 여자 대 여자로 보게 되었을 때 더 잘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드디어 이혼을 하고 나서 드디어 엄마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거라고 보거든요. 그게 되게 가장 마음에 와 닿았고 가장 멋있었던 점이었어요.

저는 확신이 있어요. 더 많이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가족을 꾸릴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이게 유전이 되거나 그게 아니라는 걸 저는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저희 엄마 아빠는 뭐 태생이 그래서 이혼을 할 사람이었나? 그건 전혀 아니잖아요

혹시라도 탓을 하는 분들이 계시겠죠. 내 탓이 아닌가, 혹시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된 건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저도 그랬지만, 전혀 여러분의 탓이 아니라는 것.

- 홍예나 (23세)
더 이상 두 분은 남편 아내가 아닐지라도 저희한테는 아버지고 어머니잖아요. 가족이 붕괴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두 분에게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녀들 입장에선 부모님이 더 걱정스럽거든요. 두 분의 현재 상태가 본인의 아픔을 잘 견뎌내셨으면 좋겠어요.

- 23세, 남
엄마는 그럴 것 같아요. 뭘 해줘도 용서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제가 느낄 때는 그래서 항상 가끔 전화가 오면 항상 첫마디가 딸, 이라고 한 번 불렀다가 말이 없으세요.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하면 미안해, 라고 먼저 항상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좀 마음에 걸려요. 계속 미안하다 하시는 게요. 근데 그럴 때마다 말을 못 했어요. 미안해하지 말라고요.

-24세, 여
정말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고 원망스러웠던 감정도 있었고 누군가에겐 정말 고마웠던 순간도 있었고 다 생각을 해보면 나 왜 이리 힘들었을까? 왜 모든 걸 나 혼자서 떠안으려고 했었을까 난 왜 이리 불쌍한 걸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실 거예요.

부모님의 이혼은 나에게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가 움츠러들거나 주눅 들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 33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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