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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리얼

승객들끼리 안부 묻는 6411 버스의 새벽

우리의 당연한 아침은 누군가의 새벽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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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버스가 한 대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첫차가
15분 만에 좌석이 다 차고
40분이 지나면 만원이 되는 버스입니다.

또, 승객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어디서 타고 내릴지도 아는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는 구로구와 강남구를 연결하는

6411번 버스입니다.

(6411버스 노선도)

출처다음 지도

6411번 버스는 故 노회찬 의원의 연설로

최근에 알려졌습니다.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수락 연설


어느 평일 새벽,

6411번 버스를 타러 길을 나섰습니다.


(영상으로 보려면 ↓)

(이어서 보려면 ↓↓)


아무도 없던 한적한 정류소에

하나둘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4시 정각에 맞춰

첫 버스가 운행을 시작합니다.


15분만에 좌석이 가득찼습니다.
승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Q. 어디로 가세요?


A1. 역삼역이요.

A2. 선릉역이요.

A3. 코엑스 앞에 가는데, 고속터미널에서 환승해야 해요.

Q.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세요?


A1. 청소. 빌딩.

A2. 청소해요. 여기 타는 사람 (거의) 다 빌딩 청소해요.

원칙대로는 아침 6시에 일이 시작하는데

그렇게 하면 늦어져서 자진해서 일찍 가요.


좌석은 물론, 서 있는 공간도 가득한 만원 버스가 됐습니다.


Q.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나요?


A1. 이거 안 많은 거예요. 

원래는 발 디딜 데도 없어요.

A2. 그나마 휴가철이라 사람이 빠진 거예요.

그런 와중에 승객들끼리 서로
비좁은 자리를 나눠 앉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방을 대신 들어주기도 합니다.

Q. 원래 아시는 분이세요?


A1. 그건 아닌데 한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다 알죠.

A2. (거의) 가족이에요.



Q. 버스를 몇 년 타신 거예요?


A1. 10년.

A2. 5년.

A3. 18년.



가족이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과언이 아니네요.


승객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류소에서 또 다른 버스로 환승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네요.

가방을 챙겨주고,
카드를 대신 찍어주기도 합니다.

"잘 다녀와"
"돈 많이 벌어와"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승객이 내렸습니다.
빈 버스가 종점으로 향합니다.


새벽 4시,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시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타고 다녔는지도 몰랐어요.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일터의 당연한 아침이

누군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노회찬 의원의 연설 내용 전문으로 대신합니다.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수락 연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첫 버스와 4시 5분경에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지 15분쯤 지나 신도림과 구로시장을 거칠 무렵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안 복도까지 사람들이 한명한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각 같은 정류소에서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거의 다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탑니다. 어쩌다 누가 결근이라도 하게 되면 누가 어디서 안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시간이 되고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퇴근길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 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위에 올라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3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다섯 분도 투명인간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 있었습니까. 그들 눈 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정당이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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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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