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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야근, 주말엔 축구..군대가 나아요"

조회수 2021. 1. 1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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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애들 장난?..대표는 '사단장님'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주말에 뭐 했냐"고 묻는 게 많은 회사의 월요일 풍경이라던데요. 제게는 생경한 모습입니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직원들이 대표님 명령에 따라 '축구'에 투입됐거든요. 다들 주말에 축구하러 모인 걸 뻔히 아니까 물을 필요도, 의미도 없는 셈이죠.

처음엔 윗분들이 "축구하러 나오라"고 엄청 강요했어요. 그때는 그나마 축구하는 시간에 수당까지 주길래 참고 뛰곤 했는데, 지금은 회사가 어렵다고 수당도 안 주네요. 한번은 경기 중에 사달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느 직원 십자인대가 파열됐거든요.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회사가 돈 한 푼 안 보탰다는 건 비밀입니다.

그 사건 이후로 눈치를 좀 보는지 '무조건 참석'이라고 하진 않지만요, "할 거 없으면 오라"며 '답정너'식으로 강요합니다. '자전거 일주' 행사까지 있을 때는 정말 회사를 어떻게 다녔나 싶어요. 축구에, 자전거에, 회사를 위한 행사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투입하는데, 이마에서 땀 대신 피가 흐른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요.

사실 제가 입사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매달 꽤 많은 금액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인사 평가'라는 명목으로 매달 이루어지는 평가에서 'C' 이상만 받으면 전액을 지급한다기에 '그게 어렵겠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대리급 이하는 아무리 잘해도 'C'조차 받기 힘들었어요. 내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직원은 대표에게 '식은 커피'를 대령한 이후로 눈 밖에 났다고 하더라고요. 한 여성 직원은 화장이 진하다는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았대요. 인센티브를 깎는 거니까 법 위반도 아니라고 떵떵거리는데, 돈을 빌미로 직원들을 마음대로 부리려는 속셈이 훤합니다.

업무 강도라도 약하면 말이라도 안 하겠는데, 이거 원 말을 안 할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출근 시간보다 20~30분 일찍 나오지 않으면 눈치 주는 건 다반사고, 평균 퇴근 시간은 밤 9~10시예요. 야근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근태'에 야근이 포함되는 놀라운 곳이거든요. 야근 시간이 적으면 그놈의 '인사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면할 수가 없답니다.

'자율 복장'이라고 말은 하지만, 대표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복장이나 머리스타일을 하고 회사에 가면 지적받기 일쑤입니다. 청바지나 후드티, 치마는 못 입는다고 보시면 돼요. 여성 직원들 화장과 매니큐어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건 당연하고, 언제는 무채색 옷만 입으라더니 또 새하얀 운동화는 신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군대 같다니까요. 아, 요즘은 군대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하죠. '쌍팔년도 군대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한참 모자랍니다.

대표님이 부서에 온다는 소식이 돌면 직원들은 "사단장님 납신다"며 웃픈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그날은 전쟁 준비를 하듯 사무실을 쓸고, 닦고, 정리하고… 회사에 있다 보면 군대는 애들 장난 수준입니다. 군대는 제대라도 하면 자유의 몸이 되는데, 회사에는 왜 그런 게 없는 걸까요. 이놈의 코로나만 끝나면 당장에라도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네요. 자유의 몸이 될 그날만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

장명성 기자 luke.jang@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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