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의사를 밝혔더니 회사에서 업무용 노트북 사용료 내라는데..

조회수 2020. 12. 1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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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다니 3년 쓴 노트북 감가상각비 내라고?
"3년 다닌 회사를 퇴사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3년간 회사 노트북을 썼으니 그 기간만큼 감가상각을 계산해서 노트북 비용을 주고 가라'고 하네요. 회사에서 준 노트북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반납하는데, 사용한 기간만큼 감가상각한 금액을 회사에 줘야 하는 건가요?"

잡플래닛에 한 퇴사 예정자가 질문을 남겼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왜 이 회사를 퇴사하려고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요. 

긴말은 치워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줘도 됩니다. 근로계약서를 쓸 때 '퇴사할 때 업무 용도로 회사에서 지급받아 사용한 노트북의 감가상각비를 보상한다'는 식의 계약을 따로 맺지 않았다면요.

근로자에게 근무 장소,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입니다. 회사가 근로자가 일을 하도록 노트북, 즉 사무용품을 지급한 것이고, 근로자는 회사의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사용한 거잖아요. 업무를 하느라 사용한 노트북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은 언뜻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죠.

법대로 따져볼까요?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맺을 때 근로자에게 △임금 △근로시간 △휴일 △유급휴가 △근로조건 등을 명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명시해야 하는 근로조건에는 △취업 장소 △업무 △취업규칙(근로자의 작업 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 퇴직에 관한 사항 등) 등이 있는데요. 만약 취업규칙 중 '작업 용품' 부분에 노트북에 관한 사항이 있다면, 근로계약을 맺을 때 회사는 근로자에게 이를 알려줬어야 합니다.


이주경 변호사는 "입사하면서 사무용품과 관련한 계약이나 얘기가 없었다면 취업 장소 등 근로조건에 사무용품 제공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무엇을 근거로 청구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회사가 '노트북 감가상각'을 이유로 퇴직금이나 급여에서 이 금액을 빼고 지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근로자 동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 물론 법에 위반되는데요.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109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형을 받거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할 수 있죠. 꽤 큰 범죄인 셈입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임금, 퇴직금 채권과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상계가 불가능하다"면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상계하는 경우,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할 때에는 상계가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어려운 말이지만, 회사가 근로자에게 줄 돈과 받을 돈이 있을 때, 줄 돈은 주고, 받을 돈은 따로 받아야지, 회사가 마음대로 이 둘을 '퉁'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근로자가 동의했다면 가능하지만, 근로자가 회사의 협박에 억지로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확인이 돼야 한다는 얘기인 거죠. 

그래서 결론은 입사할 때 따로 합의한 사항이 없다면, 노트북 사용료를 낼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무쪼록 기분 상하지 않는 '안전한 퇴사' 이루시길 바랍니다.

이주경 변호사・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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