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평, 잡플래닛 리뷰까지 조작? "그만!"
저는 지난달 드디어 '취뽀'에 성공한 사회초년생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화장품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업체로, 나름 규모가 있는 기업입니다. 제가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종종 묻는데요. 그때마다 저는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느라 잠깐 할 말을 잊곤 해요.
무슨 일을 하긴 하죠. 그게 남한테 말하기 껄끄러운 일이라 그렇지.
지난주에 전 입사 선물이라며 회사 제품을 받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원분들도 회사에서 제조하는 '공짜' 선물을 받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당장 손에 선물이 들어왔을 땐 이것도 나름 좋은 복지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얼이 빠졌어요.
"받았으니 잘 써보고, 사진 찍어오는 거 잊지 말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말엔 이미 적응했어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사용하도록 대표님 선에서 지침이 내려오고 있거든요. 처음 들었을 때는 꼰대고 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표님이 자기보다 나이도 많은 직원들에게 대뜸 '야'라며 욕설도 서슴없이 하는 걸 보고 반말은 양반이다 싶더군요.
아니, 그런데 웬 사진? 무슨 말씀이신가 했더니 '포토 후기'용 사진을 찍어오라는 거였어요. 이건 상품평 조작이잖아요.
농담이시겠지 생각했지만 선배에게 들어보니 농담이 아니고 선택사항도 아니었어요. 사진을 찍어오지 않으면 인사 평가에까지 반영이 된다네요.
동료들은 아이디까지 돌려가며 제품을 구매하고 좋은 상품평을 쓰고 있어요. 전 원래 뭘 구입하고 상품평을 쓰는 편이 아닌데요. 문장에 영혼을 갈아넣어 몇 번 사용해보지도 않은 크림이며 스크럽에 별 다섯 개를 줬습니다
조작하는 건 상품평뿐만이 아닙니다. 잡플래닛 후기도 조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철천지원수의 자식이 간다고 해도 말릴 회사'라고 한다는 1점짜리 기업이거든요. 모든 리뷰가 똑같은 단점을 적으면서 절대 이 기업만은 안 된다 아우성을 치니 이대로는 채용이 안 되겠다 싶으셨나 봐요. 선배 말로는 위에서 직접 리뷰를 쓰고 있는 것 같대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되겠어요? 정의는 승리한다고, 남 시켜 쓰게 한 리뷰는 티가 날 뿐더러 좋은 리뷰 한두 개로는 점수도 안 올라요. 우리 회사가 군대 문화에 쩔어서 대표님이 들어오실 때마다 전 직원이 벌떡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해야 한다거나, 상급자가 보이면 회의를 하다가도 인사를 해야 한다거나, 막말은 기본, 신입들은 '월화수목금금금'에, '짬' 찰 때까지 업무가 끝나고 나서 구역 나눠 청소를 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란 말이죠.
진짜 경악스러운 것들은 리뷰에 적지도 않습니다. 괜히 퇴사자들이 "차라리 군대를 가라"고 하겠냐고요. 평점 조작할 시간에 문제를 하나라도 더 해결해주시면 좋겠는데, 제가 이 회사에 많은 걸 바라는 거겠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제 선임은 곧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다고요. 제가 입사하고 떠나보낸 동료들만 다섯 명이 넘는데, 이렇게 또 떠나가네요.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오늘도 사직서를 품에 안고 잠처럼 찾아드는 '현타'를 맞이합니다. 사회생활이란 다 이런 걸까요?
홍유경 기자 yk.hong@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