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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 어떤 직군이 가장 빠를까?

조회수 2020. 9. 25.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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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vs. 26년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2018년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상여금, 성과급 등을 포함한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근로자 수는 49만 명이다. 전체 근로자의 3.2%에 해당하는 숫자다. 수능으로 치자면 안정적인 1등급인 셈이다. 연봉 우등생이 되기 까지 가장 오래 걸린 직무는 무엇일까? 반대로 단기 속성 코스를 탄 직무는?

잡플래닛에 2019년 제출된 연봉 데이터를 분석하여 연봉 1억만 모아 직무와 평균 연차를 살펴 봤다. 제출된 연봉 개수가 너무 적어 신뢰도가 낮은 경우는 제외했다. 참고로, 잡플래닛에 제출된 연봉 데이터는 실적 인센티브 등은 빠진, 계약서상 연봉 금액을 의미한다. 그럼 가장 빠르게 연봉 1억에 도달할 수 있는 직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 순간을 기다렸다… 기를 모아온 ‘회계사’가 1위

가장 빠르게 연봉 1억에 도달한 직무는 회계사로, 1억까지 평균 7년 정도가 소요된다. 회계사의 연봉이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한때 그들은 '저소득 전문직'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사'자 직업이라고 하는 의사, 변호사에 비해 평균 연봉이 높지 않기 때문이었다. 회계사 자격증이 없어도 금융업계가 전반적으로 연봉 수준이 높은 것도 비교 대상이었다. 그런 회계사가 어떻게 1위를 차지하며 금의환향할 수 있었을까?

2018년 11월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한 '신외감법'이 판을 바꿨다. 신외감법이 도입되면서 '감사 품질'이 강조되었고 이는 회계법인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수익성이 좋아졌으니 일할 회계사를 많이 뽑아야 하는데, 공급이 문제였다.

2018년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의 채용 규모가 1300여명 정도였는데, 당시 최종 합격자는 904명이었다. 2019년 역시 비슷한 규모를 채용하고자 했지만, 작년 최종 합격자 규모도 1009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부 회계법인은 사이닝 보너스(입사 조건으로 지급되는 특별 보너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주는 보너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를 내걸며 '채용 영업'을 해야 했다

신규 회계사 확보만큼이나 현역으로 활동해 주어야 할 젊은 회계사들의 법인 이탈도 막아야 했다. 결국 작년 6월경, 4대 회계법인은 회계사들의 연봉을 일제히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회계사 초임이 5000만 원대 수준으로 인상된 것으로 안다"며 "실적 인센티브 등 각종 수당을 합치면 5년차 즈음에 이미 전체 소득이 1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52시간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중견 회계법인들의 초임도 대폭 상향되는 등 법인들의 인건비 지출은 커졌지만, 덕분에 젊은 회계사들의 이탈도 줄어들고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회사가 주니어 회계사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파트너급의 처우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주니어 회계사를 돌보기 위해 좀 더 신경써서 팀을 관리하는 것은 파트너의 몫이 됐다. 여기에 신외감법의 도입으로 감사 품질을 높여야 하는 미션까지 받았다. 실제로 영업뿐만 아니라 실무에 직접 투입되는 파트너 회계사도 많다. 결과적으로, 파트너 회계사는 연봉은 그대로지만, 업무량이 늘어난 셈이다.


정해진 수순… 꾸준히 상승한 결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2위

소프트웨어엔지니어가 2위로, 연봉 1억이 되기까지 10.8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상위권에 IT엔지니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가능하다. 최근 20~30년 간 커리어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지속적이고 압도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직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소프트웨어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2016년 3459만 원, 2017년 3672만 원, 2018년 3878만 원, 2019년 4317만 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성장폭은 물론 평균 연봉값도 전체 평균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

하지만 '잘나가는' 직무 종사자라도 고민은 있다. 대체로 성장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40대 개발자가 갈 곳은 치킨집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보여주는 것처럼, 빠른 기술의 변화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되는 상황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박에는 범접할 수 없는 '천재'들에게도 지분이 있다. 노하우나 지식 축적보다 이해와 발상에 기반한 직무이다 보니 나이와 경력에 무관하게 '그냥 잘하는’ 천재들이 있는데, 심지어 이들은 일을 즐기기까지 한다. 7년차 개발자가 쓴 리뷰에서 말하듯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천재들의 영역 옆에 있다 보면, 일반적인 개발자들에게는 억대 연봉의 삶이 곧 사라질 신기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어서 그는 "문제는 이런 천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센티브 비율이 높은 일부 IT 기업에 종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보다 빨리 연봉 1억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등 전통적으로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간 가파르게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IT 업계 관계자는 "연봉 1억은 대기업에서는 비직책자의 천장이다"고 표현했다. 비직책자란 팀장이나 리더 등 책임자 자리가 아닌 실무자 직급 전체를 말한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이러한 비직책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이 연봉 1억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에 따라 비직책자라 하더라도 연차가 쌓이면 어떻게든 실수령액을 높여주는 방법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으나, 근로자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의 경계를 가르는 상징적인 숫자가 '연봉 1억'이다"고 설명했다.


3위는 경영학도의 자존심을 지켜준 '컨설턴트’

인텔리의 대표 주자, 프로페셔널의 상징, 오직 스마트함을 무기로 하는 경영학도의 꽃인 컨설턴트가 최단 기간에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는 직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봉 1억을 받기까지 평균 11.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컨설팅 업체별로 살펴 보면 빅3(맥킨지, BCG, 베인앤컴퍼니)와 그렇지 않은 회사 사이에서의 차이가 크다. 연봉 1억을 받는 10년차 미만 컨설턴트들은 대체로 빅3에 집중되어 있다.

비밀은 초봉에 있다. 빅3의 학사 출신 1년차 컨설턴트 연봉은 5500~7000만 원 수준으로, 다른 컨설팅 회사의 1년차 컨설턴트 연봉이 3000만원대 중반에서 500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것과 비교된다. 직장 경력과 해외 유명 대학의 MBA 졸업장을 가지고 빅3에 입사한 컨설턴트의 연봉은 1억 2천 전후로 형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연봉 상승 곡선이 다른 직군보다 가파른 컨설턴트가 초봉까지 높다 보니, 비교적 빠른 속도로 연봉 1억 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살인적인 수준의 업무 강도도 컨설턴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잡플래닛에서 총만족도가 4.3점에 달하는 맥킨지조차 업무와 삶의 균형 평균 점수는 2.3점이며, 총만족도가 4.0점인 BCG, 총만족도가 4.1점인 베인앤컴퍼니 역시 워라밸 점수는 2.1점 수준이다. 애석하게도 빅3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은 컨설팅펌들이라고 해서 워라밸 점수가 좋은 것은 아니다.

컨설턴트들의 리뷰를 보면 업무 강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업무 시간이 정말 길다. 최악의 케이스에 걸리면 거의 반죽음", "잠을 많이 못 자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개인 생활이 거의 없다", “국내에서 가장 근무시간이 긴 직장 중 하나일 듯"과 같이 건강과 일상을 우려해야 할 수준으로 업무 강도를 묘사한다.

그러나 '멋진'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현업에 몸 담고 있으면서 컨설팅 '뽕'이 차오르지 않게 스스로를 제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리뷰 중에도 "허세에 취하지 않도록 주의",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할 때마다 새벽까지 앉아 있는 내 자신의 시급이 맥도널드 알바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연봉1억이 오래걸리는 직무들은 숫자보다 안정성으로 승부… 평균 직무 수명이 길다는 의미이기도

반대로 연봉 1억 도달 평균 연차가 높은 직무는 고객지원(CS), 생산직, 인사관리직이다. 연봉 1억까지 오르려면 평균 20년 이상 소요된다. 연봉 1억까지 가는 길은 멀지만, 몸값 못지않은 장점도 많다.

이들 직무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을 위한 '필수 직군'이다. 제조업에는 생산직, 서비스업에서는 고객지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모든 기업에게는 인사팀이 존재한다. 필수 직군인 만큼 종사자의 수도 많다. 업계가 좁거나 진입 제한이 높은 회계사나 컨설턴트와 달리, 누구나 준비하면 진입할 수 있는 직군이다.

연봉 1억에 도달하는데 20년이 걸린다는 말은 해당 직무의 수명이 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무 전환 같은 커리어 고민 없이 한 우물만 깊게 팔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연봉제보다는 호봉제에 따라 꾸준히 오르는 경향이 있어, 기업에 따라 연봉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터'를 잘 잡는 것이 연봉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지예 기자 jykim@companytimes.co.kr

그래픽=박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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