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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왕국 비결은? '덕업일치' 드립맛집

조회수 2021. 4. 9.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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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애드립이 키우는 빙그레우스..업계최초 '실버'버튼
출처: (왼쪽부터) 이병욱 프로, 유지담 프로, 홍예솔 사원, 김선모 사원

빙그레가 빙그레우스 세계관을 앞세워 새로운 인사를 건넨 지 1년이 지났다.

학창시절 몰래 보던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이 왕, 집사, 농사꾼 등 설정으로 각각 빙그레 제품을 홍보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든지 1년, 빙그레의 현실 세계 속 이미지도 같이 '영'해졌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약 15만 명, 유튜브의 구독자는 약 11만5000명이다. 

많은 기업의 SNS가 구독자 모으기에 실패하고 투자 대비 낮은 효과를 보이는 상황에서 식품 업계 최초로 10만 구독자를 돌파해 유튜브 실버 버튼을 받은 빙그레의 사례와 행보는 업계에서 계속 공유된다.

그래서 <컴퍼니 타임스>는 궁금해졌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추억의 상징으로 등장하던 '바나나맛 우유'와 함께 메로나, 꽃게랑, 비비빅 등 오래된 효자 상품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꽉 채운 빙그레가 어떻게 파격적인 마케팅 결정을 내렸는지, 직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함께했는지 알고 싶어졌다. 

이 질문에 답할 4명의 마케터를 한 자리에 모았다. 붕어싸만코와 펭수를 연결하고, 꽃게랑을 꼬뜨게랑으로 해석해 지코가 모델인 명품 패션 브랜드를 만들며, 바나나맛 우유를 요술단지로 새롭게 보고, 커피 제품인 아카펠라에 스페셜티 원두를 접목한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일 만난 그들에게 물었다. 

"빙그레 웃음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출처: 2020년 2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의 인스타그램 첫 등장 모습. 사진=빙그레 인스타그램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병욱/ NC(New Category)팀 마케팅 담당, 6년차 이병욱 프로입니다.

지담/ 음료디저트팀 마케팅 담당, 6년차 유지담 프로입니다.

예솔/ 냉동BM팀 마케팅 담당, 4년차 홍예솔 사원입니다.

선모/ Dairy제품팀 마케팅 담당, 4년차 김선모 사원입니다. 

Q.

각자 맡고 계신 직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예솔/ 아이스크림 마케팅 팀에서 '끌레도르'의 마케팅을 맡고 있어요.

선모/ 제품의 온도마다 다르게 팀이 꾸려지는 Dairy(유제품) 파트에서 '바나나맛 우유'의 마케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병욱/ 빙그레의 미래 먹거리 사업 등을 추진하는 뉴 카테고리팀의 스낵 파트에서 '꽃게랑'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지담/ 커피, 주스 등의 음료디저트를 운용하는 팀에서 '아카페라' 커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Q.

지난해 빙그레가 빙그레우스로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 뒤, 마케터로서 기존 제품을 세계관에 녹이기 위해 거친 아이디어 구축과 실행의 여정은 어땠나요.

A.

병욱/ 일단 꽃게랑은 1986년 출시 이후 30년 넘게 효자의 자리를 지켜온 제품이기에 특별히 마케팅 활동을 한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죠. 가장 크게 고려한 부분은 '인지도를 젊은 층으로 옮기기'였는데요. 평범한 것으로는 절대 옮기기 어렵다는 생각에 명품 컨셉을 도입해 꽃게랑을 프랑스식으로 '꼬뜨게랑'이라고 읽고 로고를 브랜드화시켜서 새 패션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기획 초기에는 모델을 쓸 계획조차 없었는데 빙그레의 세계관을 키우는 여정에 동참하면서 대행사와 함께 논의한 연예인 중 제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지코'를 얼굴로 세웠습니다.

지담/ 저희 팀은 작년에 아카페라 스페셜티 출시를 진행했는데요. 많은 소비자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국내 커피 시장은 꾸준히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있거든요. 몇 년 전까지는 드립 전문 카페 등에서만 가능했던 본인의 기호에 따라 원두를 골라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모습이 그 증거예요. 이에 따라서 편의점 커피 시장도 많이 변하고 있어요.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게 포장된 음료) 커피 시장에서 단 맛이 늘 상위권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원두로 그 흐름이 옮겨가요.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총 2종의 스페셜티 원두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커피 맛의 차별화를 강조했죠. 이런 기조의 신제품 출시는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에티오피아가 산미를, 탄자니아가 바디감에 초점을 맞춰서 커피의 기본적인 풍미를 키웠다면, 올 여름에는 우유와 잘 어울리는 원두를 사용한 라떼를 시장에 내놓을 것 같습니다.

예솔/ 저는 작년에 붕어싸만코를 마케팅하면서 펭수와 콜라보레이션을 해냈는데요. 펭수가 손흥민 선수의 슈퍼콘 광고 속 댄스를 따라하는 슈퍼콘 챌린지에 참여한 모습을 보고 펭수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이전까지 다소 올드한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던 '붕어싸만코'가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는 확신도 들었고요. 영 타겟에 대한 의지가 막 커지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나왔고 임원들의 자녀들이 이미 펭수의 팬인 점과 펭수가 가진 EBS 캐릭터의 힘이 연차가 낮은 제 기획에 날개를 달아줬어요.

선모/ 어떻게 보면 제가 가장 힘든 마케팅 기획을 이어간 것 같아요. 저는 '바나나맛 우유'를 담당하는데요. 이 제품이 곧 빙그레로 여겨질 정도로 저희가 원하지 않아도 드라마, 예능 등에 계속 언급되거든요. 추억의 상징 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민을 이어가다가 바나나맛 우유를 '요술단지'로 새롭게 봤어요. 지금은 슬프게도 다들 적응한 듯하지만, 지난해에는 낯선 코로나19에 다들 고생했잖아요. 억눌린 소망을 단지에 빌어보라며 전화를 유도했죠.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낯설고 전화를 거부하는 '콜 포비아'라는 신조어도 있는 MZ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면서 전화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죠. 그런데 이 전략이 예상 외로 유효했고 10만 명이 참여를 했어요. 그렇게 모은 사연으로 쓴 곡을 가수 '비비'가 부르고 일러스트레이터 '람다람'이 그린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바나나맛 우유 통에 영상 속 그림으로 얼굴을 입혀 새롭게 다가갔죠. 




Q.

잡플래닛에서 빙그레는 평점 3.1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지도'라는 장점 키워드와 함께 '마케팅 사관학교'라며 소통을 높이 평가하는 리뷰들이 보이는데요. 빙그레의 소통 문화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예솔/ 저 같은 경우에는 요즘 역주행으로 핫해진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을 마케팅 상무님에게 들었으니까 말 다했죠, 뭐. 팀 안에서 직급이나 연차, 나이에 관계없이 본인이 최근에 재미지게 본 콘텐츠나 트렌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상당히 일상적인 일입니다. 붕어싸만코와 펭수의 콜라보도 입사 2년이 채 안 됐을 때 해본 일인데요. 이렇게 트렌드에 대한 소통이 오가다가 누군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도전해보라고 밀어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담/ 모든 회사가 팀바팀(팀 바이 팀)으로 문화가 다르겠지만, 빙그레 안에서 마케팅 조직이 가장 좋은 소통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 지쳐서 '이제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팀 안에서 모두가 서로 웃기기 위해 애드립을 치고 농담을 던지는 분위기거든요. 그러다보면 저희가 마케팅할 제품과 걸리는 애드립이 나오고 소비자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도출됩니다.

병욱/ 저희 팀은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무조건 한 달에 한 번은 나가서 회의를 했어요. 같은 주제로 회의를 하더라도 장소가 주는 힘이 분명히 있거든요. 저희의 타깃인 젊은 세대가 주로 모이는 신촌, 홍대 등의 지역에서 요리가 가능한 방을 빌리거나 공유주방을 활용했어요. 마트에서 소비자 패턴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자사와 경쟁사 제품을 함께 구매해 요리를 하면서 회의를 진행했죠. 이렇게 회사가 아닌 힙한 공간에서 모여 같이 장 보고 요리를 하다 보면 집단지성이 저절로 발현되더라고요.

선모/ 제가 속한 데어리팀은 마케팅 조직 안에서도 가장 젊은 팀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팀장님과 사원인 저와 거리도 별로 안 느껴지고 팀장님이 어려운 상사가 아니라 같이 열심히 일하는 동료로 느껴져요. 




Q.

빙그레의 리뷰에는 소통에 대한 호평과 동시에 '군대식' '보수적' 등 다소 경직된 사내문화를 지적하는 표현 또한 함께 등장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직자들의 방안이 궁금합니다.

A.

지담/ 직급 체계가 올해부터 폐지*되면서 호칭의 평등이 주는 장점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러한 회사의 변화 시도 자체가 빙그레가 오래된 식품 기업으로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선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빙그레는 2021년 대리 이하의 사원은 님, 직급 없는 대리 이상의 직원은 프로라고 부르는 새로운 호칭 체계를 도입했다.

선모/ 2018년 7월에 도입된 4주 동안 160시간의 근로 시간을 채우면 되는 유연근무제도를 경험하면서 저 역시 입사 이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딱딱함' '보수적'이라는 키워드가 내 편견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입사하기 전에 이 회사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겠다는 각오로 입사했고 젊은 느낌의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다니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조직입니다.

예솔/ 저도 선모님과 같이 2018년에 입사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2019년 초에 시행된 파티션 높이를 낮춘 점이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데요. 파티션 외에도 과거에는 암묵적으로 출입문 근처나 복합기 옆이 신입사원의 자리라고 여겨졌던 일에서 벗어나 팀내 소통을 통해 자리를 정하게 된 점도 사내의 수평적인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고 느껴져요. 




Q.

빙그레는 올해 상반기 채용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잡플래닛 면접 후기에는 "회사 제품 중 하나를 골라 마케팅 방안을 말해보세요"라는 질문이 보입니다. 현직자가 줄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한 팁 부탁드립니다.

A.

지담/ 저는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했다가 마케터로 직무를 옮긴 경우이기 때문에 입사 당시 이런 질문을 받지는 못했는데요. 일단 면접 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면접관인 현직자도 소비자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답하시면 좋을 거예요. 현직자는 늘 트렌드를 읽으면서 타사와 어떻게 차별점을 둘지 고민하고 있거든요. 특히 요즘은 '구독'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퍼진 상황이라 끌레도르 외에 어떤 제품의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어갈지 회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병욱/ 저는 '참신함'을 강조하고 싶어요. 많은 취업준비생이 회사에 대해 사전 공부를 많이 하고 오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시장과 동 떨어지고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일단 참신함이 주는 무기가 확실히 있거든요. 본인만의 색이 드러날 수 있는 전략으로 승부를 던지면 설득력이 생깁니다. 제가 지금 저 질문을 받는다면 꽃게랑의 모양에 집중해서 답변하겠어요. 스낵 시장에서 신제품은 계속 나오지만, 꽃게랑처럼 과자의 모양이 특징적인 경우는 여전히 드물거든요.

선모/ 제가 지금 바나나맛 우유를 마케팅하고 있지만 입사 면접에서 바나나맛 우유로 답변하기는 솔직히 어려워요. 부모님과의 목욕탕 추억과 바나나맛 우유를 엮은 같은 사연이 너무 많아 빙그레가 2014년 입사지원서 질문에서 '지원 동기' 항목을 제거하고 변별력 있는 답변을 유도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저라면 작년에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온라인 매출이 상승한 점은 가능한 답변에 반영할 겁니다. 빙그레가 가진 메가브랜드를 세계관과 연결해 세계관 확장을 이어갈 방법 역시 같이 답변에 담아야 합니다.

예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끌레도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끌레도르는 하겐다즈, 나뚜루 등의 브랜드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경쟁자로 삼고 목표를 높이 설정했는데요. 폴딩카트, 서머 레디 백 등의 판촉물과 연계해 3달 단위로 연장 가능한 끌레도르 구독 상품을 출시한 점 자체가 프리미엄에 점점 더 집중하는 식품 업계를 보여주거든요. 커피 제품들이 스페셜티 원두로 차별화를 꾀하는 점 역시 프리미엄 전략이랑 연결되고요. 이런 상황들을 내가 면접에서 준비한 답변에 즉각적으로 적용하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Q.

끝으로, 회사에서 나를 빙그레 웃게 만드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선모/ 저는 회사 밖에서는 마켓에서 제가 맡은 제품이 매대에 깔린 것을 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고요. 회사 안에서는 사내커플로 만난 남편과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일이 가장 저를 웃게 합니다. 빙그레 안에 사내커플이 많은 편인데 그 결실을 이룬 것도 회사 덕이죠.

예솔/ 저는 솔직히 회사가 주는 혜택을 누릴 때가 제일 만족스러워요. 출시된 신제품을 받을 때와 2019년에 사내 해외연수에 뽑혀서 말레이시아를 회사 돈으로 다녀왔던 일이 정말 좋았습니다. 회사에서 경쟁을 통해 인원을 선발하고 팀이 계획한 일정에 따라 해외연수를 보내주거든요. 평소에는 속한 조직의 동료들만 알고 함께 일했다면 해외연수 사내 공모전에서는 여러 팀의 다양한 인원이 모여서 해외 식품문화 연수를 위한 계획을 짜요. 이때 사내에서 처음 알게 된 이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는데, 실제로 뽑혀 다같이 체험하고 오니 더 웃음이 나더라고요.

지담/ 저는 지금 직무 자체가 '덕업일치'라서 행복해요. 커피가 너무 좋아서 입사 지원서에도 특기를 커피 제조라고 썼고 대학 때 2년 반 동안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이후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다가 마케팅으로 직무가 바뀌면서 아카페라, 커피 제품을 마케팅하게 되었죠. 커피가 제 운명인 것 같아요.

병욱/ 저는 작년에 꼬뜨게랑 옷을 지하철에서 입고 있는 이들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꼬뜨게랑 프로모션이 상당한 성공을 거둬 제가 접촉하지 않은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스르로 꼬뜨게랑을 공유하는 모습에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출처: 빙그레 사옥 내 제품 등의 모습. 사진=오승혁 기자

오승혁 기자 sh.oh@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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