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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영화

'봉준호가 미투 가해자?' 논란 총정리

영화 '마더' 현장에서 있었던 미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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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미투?

‘기생충’이 개봉 5일만에 손익분기점 320만 명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어쩌면 영화의 초반 흥행을 마냥 기분 좋게 즐길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1주일동안 그가 일종의 ‘미투’ 고발 대상이 됐던 논란 때문이다.


한 주간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봉준호_사과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기생충’ 관람 거부 운동이 일었다. 


영화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찬사 및 흥행 속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가려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와 관련된 논란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였다. 



대체 무슨 일일까?

출처영화 '마더'

이 논란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주어진 혐의는 이랬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 촬영 당시, 당사자인 김혜자의 의중을 묻지 않고 성적 수치심이 들 수 있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해당 장면은 극중 엄마(김혜자 분)의 아들인 도준(원빈 분)이 술에 취한 채 귀가한 뒤 이미 잠든 엄마 옆에서 자려고 눕는 장면이다. 여기서 도준은 엄마와 마주보는 방향에서 모로 누워서 한 손을 엄마 가슴에 얹고 잠을 청한다.

출처영화 '마더'

도준은 어릴 때 겪은 사고로 지능이 10살 미만의 어린이 수준에 멈춰있는 지적장애인이다. 여기에 혼자서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아들을 위한 엄마의 무조건적인 헌신이 더해져, 도준은 여전히 아기처럼 엄마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 큰 어른이 아직도 젖을 못 땐 아기처럼 엄마 가슴을 만지는 모습은 이들 모자의 특별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 두 사람에 대한 연민을 자아내는 동시에, 도준의 억압된 욕망과 금기(근친상간)의 선을 넘는 긴장감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표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관객들 또한 큰 문제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촬영 당시에는 도준이 이 장면에서 엄마의 가슴을 만질 예정이라는 디렉션을, 정작 엄마 역의 김혜자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었다. 


김혜자의 의도치 않은 폭로

출처영화 '마더'

지난 5월,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기념하고 수상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봉준호 감독 전작을 상영하는 영화제가 국내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렸다. 


5월 9일에는 ‘마더’의 상영과 함께 봉준호 감독, 주연배우 김혜자가 관객과 함께 영화의 뒷이야기 등을 나누는 대담 이벤트가 함께 진행됐다. 그리고 문제의 ‘폭로’는 바로 이 자리에서, 당사자 여배우인 김혜자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김혜자는 봉 감독이 ‘마더’에 단지 모자의 끈끈한 사랑과 이들의 비루한 삶, 욕구불만에서 비롯된 폭력과 미스터리 스릴러만 담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 비극(오이디푸스)과도 같은 터부(금기)와 아이러니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감독이었다고 칭찬하며 예의 그 장면과 거기에 담긴 여러 의미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소한 촬영 뒷이야기라며 “(대본은) 가슴 만지는 게 아닌데, ‘무슨 까닭이 있겠지’ 하고 가만히 있었다. 근데 자기(봉 감독)가 만지라 했다고 그러더라고”라고 말했다.


남자 감독과 남자 배우가 여배우 모르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스킨십 연기를 모의하고, 그대로 촬영을 진행하면서 이에 당황하거나 거부하는 여배우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담으며, 이러한 기만에 대해 ‘리얼한 연출’이라 포장하는 것은 ‘위계에 의한 성추행’일 수 있다. 

가까이 한국영화에서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배우가 그랬고, 조덕제 배우 관련 사건 역시 그랬다. 멀리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나 이번에 칸 영화제에서도 문제작으로 꼽힌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매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가 그랬다. 


‘마더’의 경우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문제였다. 김혜자 본인은 그것을 성추행 문제와 연결짓지 않고 웃어넘길만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며 가볍게 이 얘기를 꺼냈을지 모르지만, ‘몰랐던 디렉션이다’라는 말과 ‘당황했다’는 말로 추행은 성립될 수 있었다. 

출처영화 '마더'

당시 같은 무대에서 김혜자의 이야기를 듣던 봉 감독의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사회자가 웃으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신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질문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고,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 영화의 모든 것들이 감독에 의해서 컨트롤된다는 환상을 가지기 쉽지만, 많은 일들이 현장에서 그냥 벌어진다”라고 말했다.

이날 봉 감독의 이러한 반응도 성추행 가해자의 파렴치한 발뺌으로 보일만한 일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 상황이 복잡했다는 핑계, 어쩌면 원빈 혼자 저지른 일인 양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보일만한 발언이었다. 앞서 예로 든 여러 사건들에 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가해자의 발뺌과 비슷하게 들릴만 했다.


많은 네티즌이 이 영상을 여러 SNS 및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퍼 날랐다. 그리고 ‘#봉준호_사과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생겨났다. 봉 감독이 김혜자에게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봉준호는 확신범? ‘마더’ 외에도 많다고?

출처영화 '괴물'

이와 함께 봉 감독이 다른 영화를 찍으면서 여러 매체들과 가진 여러 인터뷰 기사들 중 과한 성적 상징의 표현, 또는 일그러진 성적 욕망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들이 발췌되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예컨대 미성년자인 여자(특히 학생)에 대한 성인 남성의 시선이 빈번하게 반복되는 것도 봉 감독을 잠재적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는 데 한 몫을 더 했다. 우선 ‘괴물’, ‘마더’, ‘살인의 추억’에서 가장 중요한 희생자도 교복 입은 여학생이다. 또한 ‘마더’ 에서는 동네 건달 진태(진구 분)와 여고생 미나(천우희 분)의 상반신 노출이 있는 정사씬이 나오고, ‘기생충’에서는 병역을 마친 성인 남자 과외 선생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여고생을 연애 상대로 보고 키스씬이 등장한다.


그런데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대중은 이러한 논란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내 주요 매체 어느 곳도 6월 5일 이전에는 이 논란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의 반응이 없자 이는 봉 감독을 포함한 영화계 전반의 남성 권력 및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혐오 기조가 반영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출처영화 '기생충' 촬영현장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에 언론이 이 사안을 공론화 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짐작하건대 이 논란이 피해자의 뚜렷한 주장 없이 시작되어 당사자들간 입장 표명이 분명하지 않았고, 따라서 무리한 추측성 보도가 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한국영화 100주년에 한국영화사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국민적 영웅’으로 여겨진 봉 감독에게 섣불리 흠집을 냈다가 돌아올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론은 착각, 성추행도,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었다

논란은 5일, ‘마더’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엔에이가 이와 관련한 해명이 담긴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급격히 정리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바른손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사안은 애초에 성추행과 피해 폭로의 여건이 성립되지 않는 사안이었다.


가슴을 만지는 디렉션을 몰랐고, 모른 채로 가슴이 만져졌고, 그래서 당황했지만 어쩌지 못했다고 한 김혜자의 발언은 ‘본의 아닌 폭로’가 아니라 ‘기억의 오류’였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른손은 발표문을 통해 “김혜자 선생님 본인께 확인해 본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해 선생님 본인의 기억에 잠시 오류가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김혜자가 “생각해 보니 촬영 전에 봉 감독이 ‘도준이 엄마 가슴에 손을 얹을 수 있어요’라고 했고 내가 ‘얹으면 어때요, 모자란 아들이 엄마 가슴 만지며 잠들 수도 있겠지’라고 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혜자가 “(모자란 아들 걱정에 늘 파묻혀 사는)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데 (대중이) 이렇게 오해하시니까 제가 봉 감독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이 상황이 무섭습니다”라고 덧붙였다는 말을 덧붙였다.


바른손은 봉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 무대에서 이 점을 바로잡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봉 감독은) 선생님 기억이 틀렸다고 할 경우 김혜자 선생님이 민망해 하시는 상황이 될까 싶어, 감독님도 미처 현장에서 더 이상 말씀을 하실 수 없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린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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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소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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