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영화

조던 필 감독은 촬영 전 배우들에게 숙제를 냈습니다. 감독 자신이 ‘어스’를 준비하면서 스타일과 세계관에 영향받은 공포영화 10편을 보고 오라는 것이었는데요. 여러분은 이중에 몇 편이나 보셨나요?

한 기억상실증 환자가 악몽에 시달린다. 그런데 그 악몽은 전생에 겪었던 살인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가위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나오는데, ‘어스’에서 가위는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 겨울철 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 호텔에, 해직당한 문학교사 잭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관리인’으로 들어간다. 잭은 고립된 환경에서 소설을 완성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점점 미쳐간다. ‘어스’에는 ‘샤이닝’을 오마주한 장면이 있다. 

싱글맘 아멜리아와 아들 사무엘이 동화책 ‘바바둑’을 읽은 후, 주변에서 수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여성감독 제니퍼 켄트가 ‘싱글맘’을 통해 사회가 강제한 모성신화를 들여다본 수작이다. 

굵직한 고전들 사이에서 조던 필 감독이 강력 추천한 최근작이다. 낯선 남자와 섹스한 후, 제이는 알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음을 느낀다. 자극적인 장면을 경쟁하듯 나열하는 요즘 공포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집요하고 느긋한 리듬으로 관객을 몰아세운다. 

조던 필 감독이 배우들에게 참고하라고 한 영화 중에 김지운의 ‘장화, 홍련’도 있었다. 시골로 요양 온 한 가족이 일본식 가옥에서 겪는 괴담을 그렸다. 꼭 명작 공포영화의 가치가 아니더라도, 한국영화의 미장센을 업그레이드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서스펜스의 왕 ‘알프레드 히치콕’의 고전. 어느 날 새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공격한다. 영화는 끝까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지만, 오히려 주목할 점은 이 대재앙 속에서 요지경이 되어가는 인간들의 ‘관계’다. 

별장을 찾은 한 가족이 이웃의 청년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끔찍한 폭력이 이어지다가 탈출할 기회가 생기지만, 청년들은 ‘리모컨’으로 모든 상황을 뒤로 돌린다. 폭력의 마왕 ‘미카엘 하네케’가 만든 이 황당한 설정은 ‘미디어의 폭력’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지나친 신체 훼손 장면으로 논란을 만드는 공포영화가 많지만, 이 작품은 순전히 ‘정서적인 충격’이 너무 강력해서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맨손으로 사람을 패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람을 썰어대는 슬래셔 무비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의 공포를 선사한다. 

뱀파이어 소녀와 왕따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스웨덴 공포영화. 작품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할리우드에서 국민여동생 ‘클로이 모레츠’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작 특유의 그 서늘하고 애틋한 정서를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아동 심리학자 말콜 크로우가 유령을 보는 능력 때문에 고통받는 소년 콜 세어를 만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유령 중 하나였음을 깨닫는다. 우리나라 영화팬들 사이에서 ‘반전 영화’라는 신조어를 만들게 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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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기성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