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말릴 수록 더 쿨한 웻 헤어

조회수 2020. 3. 27.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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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머리를 쿨 키드 헤어로 보이게 하려면 어떤 트릭이 필요할까?

불현듯 싸한 기운이 온몸을 스친다. 지나치게 고요한 이 적막. 9시 15분, 망했다. 오늘도 지각이다. 알람처럼 울리는 스팸 메시지에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이 순간만큼은 양치도 사치다. 초라한 얼굴은 마스크로 가리면 되지만 ‘추노’ 버금가는 산발을 하고 나가자니 중요한 점심 미팅이 기다리고 있다. 초인적인 속도로 샴푸만 대충 하고 나서는데 왠지 낯설지 않은 이 상황.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간을 돌린 듯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은 반복되는 일상이다. 다시는 늦지 않으리라 마음먹고도 지각을 반복하는 알고리즘은 각양각색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진하게 한잔 마셨다거나, 전날의 야근 탓에,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둔 휴대폰의 전원 꺼지는 ‘웃픈’ 상황은 왜 나에게만 일어나는지! 무려 33년을 이렇게 살았으니 ‘이건 타고난 하드웨어의 오류’라 겸허히(?) 받아들인다 해도 스타일을 포기하는 건 뷰티 에디터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한때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으로) 완벽한 스타일이 아니면 문 밖에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았는데, 나 이렇게 삶에 찌든 건가? 자존감이 고꾸라지는 찰나에 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웨트 헤어인 척 어디 한번 잔머리를 굴려볼까?

웨트 헤어는 올봄에도 어김없이 메가 트렌드로 두각을 드러냈다. 아크네, 랑방, 끌로에, 아뇨나, 페라가모, 베르사체, 데이비드 코마 등이 모두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연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손으로 대충 쓸어 넘긴 듯한 텍스처를 만든 다음 양쪽 귀 뒤 부근의 머리카락 한 가닥씩 꼬집어내어 뒤로 묶은 랑방의 룩이 단연 으뜸이다. 이 컬렉션은 1970년대 관광객에게서 영감을 얻은 만큼 파리 16구에 위치한 몰리토 수영장에서 런웨이를 펼쳤는데, 예상치 못한 장맛비 탓에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델들이 쿨 내음을 폴폴 풍길 수 있었던 건 모두 헤어 덕분이다. 이를 위해 헤어 스타일리스트 더피가 한 건 어마어마한 손기술도, 특별한 스타일링 제품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저 머리가 마르기 전 키엘의 ‘실크 그룸 세럼’을 바른 것뿐! 반면 자로 잰 듯 날렵한 형태의 로에베 헤어는? 1920년대를 풍미한 매니시 헤어에 웨트 텍스처를 적절히 버무려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의상도 젠더리스의 무드로 보이게 만드는 귀도 팔라우의 연출력으로 다수의 굵직한 매거진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떤 의상에 매치해도 좋아요. 여성스러운 의상을 입어도 이 헤어를 매치하면 단숨에 쿨한 뉘앙스로 변신하죠.” 그런가 하면 도대체 어떻게 연출한 건지그 과정을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건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하이더 아크만의 헤어 역시 젖은 머리를 바탕으로 연출한 스타일이다. 런웨이 밖에서도 웨트 헤어의 존재감은 수직 상승 중이다. 벨라 하디드와 가이아 거버의 스트리트 씬, 빌리 아일리시가 SNS에서 공개한 짤, 방탄소년단 뷔의 공항 룩에서도 젖은 머리가 포착됐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실전이다. 늦잠으로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를 활용해 웨트 헤어를 연출하려면? “일상 속 웨트 헤어는 일단 자연스러워야 해요. 샴푸를 한 직후 머리가 젖은 상태라면 80%는 완성된 셈이죠.”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구현미에 따르면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다. 꼬리빗 하나만 있으면 셀리 라포인트의 스타일을 단숨에 완성할 수있다. 일단 5: 5 가르마를 탄 뒤 두피에 머리카락을 붙인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깨끗하게 빗어준다. 그런 다음 빗의 뾰족한 부분을귀 뒤로 꽂아 머리카락 한 꼬집씩 꺼내주면 끝이다. 앞머리도 마찬가지로 한두 가닥 내어주면 끝이다. 얼굴형과 두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걱정이라면 텍스처를 한껏 강조한 페라가모 스타일을 참고해보자.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딱 10분 정도만 평소와 반대 방향의 가르마를 타주는 거다. 빗도 필요 없다. 손가락으로 슥슥 쓸어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본래의 가르마 방향으로 되돌려준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빗 대신 손가락으로 빗어 올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너무 완벽한 헤어는 매력이 없잖아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장혜연의 조언이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부분부분 잡아서 손가락으로 배배 꼬아주면 완성이다. 그런데 젖은 머리가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고? 르네 휘테르의 ‘에센스 인 컬링 젤’처럼 끈적임이 없이 고정되는 헤어 스타일링 제품이 있다면 좋겠지만 촉각을 다투는 출근 전쟁에서 이를 챙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럴 땐 가방 속에서 굴러다니는 핸드크림이 유용한 대안. 미니어처 사이즈의 스킨이나 로션, 페이스 오일도 괜찮다. 손에 비벼 머리에 쥐어짜듯 발라주면 시간이 지나도 촉촉한 텍스처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골고루 바르지 않으면 떡진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자신 없다면 머리끝에서 점점 타고 올라가는 느낌으로 여러 번에 걸쳐 발라보자.

여기서 잠깐, 웨트 헤어를할 때 볼륨은 무조건 포기해야 하냐고? 절대 아니다. 손으로 브이를 그린 다음 가르마를 중심으로 두피를 스치며 쿡 찔러 넣고 손가락을 붙였다 뗐다 반복하면 드라이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봉긋한 실루엣을 만들 수 있다. 손가락 대신 집게핀으로 집어두는 것도 좋지만 이건 출근 후 모니터 뒤에서 숨어서만 하길 권한다. 사실 처음부터 런웨이 속 모델들처럼 완벽하게 연출할 수 없다. 하지만 반복되는 지각만큼 조금씩 요리조리 방향을 틀어가며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에게 꼭 맞는 느낌을 찾아갈 수 있을 거다. 10분 더 자고 웨트 헤어로 쿨 키드 느낌 폴폴 풍기고, 이만하면 시도해볼 만한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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