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동 노을집
번동 협소주택 '노을집'
집 짓기를 목표로 두고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부부.
일상에서 늘 여행을 꿈꾼 부부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되는 집을 짓기를 원했다. 무엇보다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한 여행에서 만났던 자연과 아름다운 저녁노을의 추억은 부부에게 집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이에 부부에게 '집'이라는 공간에서 매일 저녁노을을 담아 여행을 선물한 건축가. 서쪽 하늘을 향해 낸 창과 테라스는 부부로 하여금 이러한 하늘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땅의 모양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디자인이 돋보이도록 고민한 집
16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삼각형 모양의 땅. 이런 작은 땅에서의 건물 배치는 사실상 거의 정해져 있다. 다만 작은 땅 안에서 법이 허용하는 최대 건축면적과 용적률을 찾기 위해, '노을집'은 출입구의 위치와 실내공간 구성에 더 중점을 두었다. 또한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의 형태와 이미지 역시 이러한 출입구의 위치와 내부공간 및 계단의 배치를 따랐다.
무엇보다 건물의 규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인 주차장은 대지가 너무 작은 땅이기에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1층에 위치한 작은 상가는 임대소득에 대한 기대와 주택의 면적(50제곱미터 미만)을 최소화해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작은 땅에 여유가 없다 보니 사실 주거로서의 기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반시설이 집을 짓는데 제약조건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와 다락 등의 설치를 통해 내부의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였으며, 2층에서 1층으로 벽이 사선으로 꺾이는 부분에는 정화조, 계량기 등을 설치할 땅의 면적을 확보했다.
좁은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1층 상가와 주택 출입구는 경사진 도로에 접한 땅의 특성을 이용해 서로 다른 높이에 나누어 형성했다.
1층 근린생활시설
1층은 임대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상가로 구성된다. 집과는 독립적으로 분리된 작은 공간으로, 작은 카페나 소규모 사무실의 입주를 기대한 공간이다.
부부의 생활공간
'노을집'을 짓는 과정에서 반영된 부부의 취향과 선택은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선호하는 것들과는 달랐다. 서향에 창을 크게 내어 저녁 하늘을 감상하는 것이 집 짓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내부를 어두운 톤으로 마감하여 ‘집 같지 않은 집’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층으로 용도가 구분되어 있지만, 벽을 없애 막힘없이 연결되어 있는 내부 공간들 역시 부부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2층은 서재 겸 주방으로 구성되며, 3층의 경우 침실 대신 작은 소파를 둘 수 있는 거실공간으로 활용하였다. 2층과 3층에서 가장 큰 창인 서향창은 이 집에서 중요한 창으로, 외부에 전동 롤링셔터를 설치하여 여름철 뜨거운 서향의 햇빛은 막고, 일몰 후 서측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상부에 위치한 다락은 주로 잠만 자는 공간으로, 경사진 지붕의 천장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천장고는 낮지만 침실로 활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특히 다락에서도 외부로 바로 나갈 수 있는 옥상 테라스가 위치하여 언제 어디서든 집에서 저녁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