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곳
선흘아이
어린 시절을 보낸 제주 선흘리. 한라산을 등진 채 제주의 자연에 안긴 이곳에 의뢰인은 자신의 가족을 위한 집과 더불어 부모와 제주로 여행 온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작은 민박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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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닮은 대지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경계가 사라진 실내는 수영장에 반사된 햇빛이 일렁이며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 비일상의 공간으로 떠나온 부모와 아이들에게 이 작은 집이 선흘리의 질감과 추억을 담은 건축으로 기억되길 바라본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놀러 와 독립된 공간에서 쉴 수 있는 조용한 공간과 세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이 연결되면서도 분리된 공간을 갖길 희망한 의뢰인을 위해 건축가는 한라산을 등지고 멀리 바다를 내다보며 언덕과 귤밭이 인상적인 대지에 자연이 배경이 되고 건축이 무대가 되는 작은 놀이동산을 상상했다. 특히 대지가 갖는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하여 아이들을 위한 동산, 단독주택과 농어촌 민박 공간을 구성했다.
단지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건물의 입면은 개구부가 적은 콘크리트 벽면이 담처럼 길게 형성되어 외부(현실)와 공간을 가르는 듯하다. 진입로를 따라 양쪽으로 갈라져서 보이는 단독주택과 농어촌 민박의 출입구는 콘크리트 벽면의 수직 패턴과 동일한 패턴으로 계획하여 마치 벽을 열고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하였다.
진입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단독주택은 민박동과 동선이나 시선이 겹치지 않게 45도 틀어서 남향을 바라보도록 배치했으며, 민박동과 면하는 면에는 최소한의 개구부만을 계획하고 다용도실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동선을 계획하여 관리의 효율을 높였다.
남쪽으로 독립된 정원을 갖는 주택은 ‘모여동산’의 언덕 지형에 의해 완벽히 시선이 차단되어 거실과 식당 전면에 큰 창들을 계획하였음에도 시선의 간섭 없이, 아이들이 거실과 마당을 오가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주택의 오픈된 공용공간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주방이다. 주방에서는 거실과 식당, 다락, 침실로 이르는 넓은 복도 겸 아이들의 독서공간 등 주택의 모든 공용공간이 한눈에 인지되는데, 삼각형의 평면과 박공 조형으로 형성된 사선 요소들이 공간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연출했다.
민박 룸을 통해서 외부로 나가야만 마주할 수 있는 건물의 정면은 진입할 때 마주하는 건물의 인상과는 다르게 풍부하고 동화적으로 표현된다.
건물의 지붕선은 곡선을 살린 박공 형태로 산·파도·바람 등 자연을 연상시키며, 건물의 표면은 목공 각재를 이용하여 콘크리트에 수직 패턴을 적용해 돌담이나 현무암 등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을 표현하였다. 삼각형의 건물 조형은 코너부를 둥글게 하여 모서리를 없앴는데, 콘크리트의 수직 패턴이 곡면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가며 건물이 면의 결합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느껴지도록 한다.
숙소의 체크인 시간이 오후 네 시 경인 것을 고려하여 룸에 들어섰을 때 부채꼴 형태의 큰 창들을 통해 오후 햇살이 길게 들어올 수 있도록 남서쪽으로 긴 면이 형성되게 건물을 배치하였다. 문을 열었을 때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는 수영장에 햇빛이 비쳐 반짝이는 모습은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첫인상을 준다.
내부 공간은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이 한눈에 인지된다. 수영장 벽체도 가볍게 구획하여 놀이공간과 거실, 식당, 부엌 등의 공간이 경계 없이 한 공간을 이루도록 했다. 더불어 외부와는 상반된 하얀 공간에 파스텔톤 색감을 덧대어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내부 공간은 외부와의 극적인 반전으로, 비현실적이며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들어서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건축가는 아이들의 섬세한 행동과 감성의 변화를 존중하고, 공간을 규제하거나 동선을 통제하지 않아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며 다양한 행위들이 유발될 수 있도록 했다.
'모여동산'은 제주도 특유의 지형인 오름의 형상을 본뜬 야트막한 언덕으로 아이들이 오르내리며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어졌다.
언덕 위에는 바람을 표현하는 갈대류 식재를 능선을 따라 식재하고, 중앙에는 나무 한 그루를 심어 각 호실의 거실 큰 창에서 봤을 때 부드러운 언덕의 곡선 위로 넓게 펼쳐진 하늘과 한 그루의 나무를 프레임 안에 담았다.
선흘아이의 단독주택과 민박동은 삼각형 형태의 평면구성으로 전면을 길게 확보하고, 건물 규모에 비해 큰 면을 형성하여 두 건물이 이어지듯 대지에 펼쳐지며 지형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건축개요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용도: 단독주택 , 농어촌 민박
규모: 2동 / 지상1층
대지면적: 1,575.00㎡ (476.44py)
건축면적: 316.85㎡ (95.85py)
연면적: 296.19㎡ (89.60py)
건폐율: 20.12%
용적률: 18.81%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사진: 류인근
시공: G.A.U 아키팩토리
설계: ㈜요앞건축사사무소 / 070.7558.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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