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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은신처가 된 집

조회수 2020. 8. 4. 0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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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회색집

Gray House

성북동 산자락, 풍경 좋은 대지.

동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반대편 어딘가에서 풍경의 하나로 나와 나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이에 외부의 시선과 소음으로부터 최대한의 프라이버시를 요청한 의뢰인.

이렇게 신축이 불가능한 낡고 협소한 벽돌집을 고쳐 의뢰인의 온전한 은신처가 된 성북동의 작은 건축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만의 집을 갖고 싶어요.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과 가파른 경사지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땅은 성북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북한산까지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가진 곳이었다. 이곳에 집을 짓고자 건축가를 찾아온 의뢰인은 50대 독신자로,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가득한 집과 건물을 보며 살고 싶어 했지만, 자신이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 골목길에서 바라본 전경 / 기존 주택 창문에서 바라본 전경

협소한 도로와 높은 경사도는 신축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었고, 따라서 우리는 원래 있던 집의 기초만 남기고 구조보강을 통해 일부 증축 및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었다. 


30평가량의 협소한 대지에서 건축법규를 적용하고 전면부의 오래된 보강토 옹벽에 의한 구조적 부분을 반영하니 사용 가능한 건축면적은 약 15평 내외. 면적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2층으로 올리고, 현장여건을 감안하여 1층은 철골조 보강, 2층은 경량목구조로 결정되었다. 

△ 모형 사진 / 대지 경사 방향을 따라 지붕을 계획하여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 오래된 10M 석축 위에 계획된 주택

소음과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집

△ 전면으로 열린 테라스. 옆집과 맞닿은 측면은 최소한의 창문을 계획하였다.

동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반대편 어딘가에서 풍경의 하나로 나와 나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이에 건축가는 소음과 시선에서 벗어난 집을 요청했던 건축주의 요구사항대로 골목길로는 작은 창 하나를 내고 완전히 닫힌 형태로 계획하였다. 

△ 도로에 면한 외벽에는 최소한의 창만 있다.
△ 포치공간

거친 재료가 만들어내는 혼자만의 공간


1층 거실, 주방, 화장실, 드레스룸, 전면마당으로 구성하고, 2층에는 작은 서가와 침실, 화장실, 테라스를 두었다.

△ 주방
△ 내부 바닥은 투명 에폭시, 벽면은 시멘트 블록으로 계획하여 내부 마감재료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다.

건축주는 방의 개수 등의 물리적인 요구사항보다는 작지만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을 요청하셨는데, 특히 집 전체가 단일한 무채색 톤이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의견을 따라 성북동 주택은 일반적인 주택에서 쓰는 마루, 벽지, 페인트 등의 재료가 아닌, 에폭시 바닥, 시멘트 블록, 콘크리트 계단판, 콘크리트 주방가구 등이 사용되었다.

△ 건식 세면대
△ 욕실
△ 남서쪽을 향해 열려있는 전면창과 테라스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지켜 달라고 요구한 건축주를 위해 도로에 면한 부분과 옆집과 맞닿은 곳은 시선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창만을 계획하는 대신, 아무런 시선의 제약 없이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남서쪽으로 전면창과 테라스를 만들어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고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집과 맞닿은 곳은 시선을 고려하여 창을 작게 내었다.
△ 책이 많은 건축주를 위해 벽면을 따라 만든 2층 서가.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책장 중간에 테라스로 향하는 창문을 계획했다.
△ 독서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2층 작은 거실
△ 침실과 화장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화장실 상부에는 작은 창고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다락이 위치한다.
△ 테라스와 마주 보고 있는 침실
△ 옆 벽을 길게 뻬고 오픈을 최소화한 2층 테라스
△ 2층 테라스의 삼각형 지붕은 1층과는 다른 전망을 담아낸다.

건축가는 외부의 시선과 소음은 차단하되, 성북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북한산까지 보이는 대지의 멋진 전망을 최대한 살린 집을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옆 벽을 길게 빼고 오픈을 최소화하여 외부의 시선을 차단한 테라스는 아무런 시선의 제약이 없는 전면으로는 완전히 열어 서울 시내를 한눈에 담았으며, 경사지붕의 일부가 내려와 만든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1층과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 기존 주택 지붕 슬래브와 남겨진 지붕 슬래브의 모습
오래된 주택과의 짧은 만남

오래된 주택의 리모델링은 건축가에게 있어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그 안의 사람과 함께 지낸 건물에 대한 존중, 이를 꺼내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간과의 조화에 대한 고민은 의미 있는 건축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재료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분위기는 그 시간만으로도 깊이와 안정감, 따뜻함을 전달한다.

그러나 성북동 회색집의 경우, 협소한 대지와 현행 법규에 맞춘 인허가 과정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인해 아쉽지만 기존 건물의 상당 부분이 철거되었다. 그나마 나무 거푸집 무늬가 그대로 남아있는 지붕 슬래브가 옛집의 기억을 가져간다.
①주차장 ②포치공간 ③주방 ④거실 ⑤드레스룸
①베란다 ②침실 ③거실


건축개요 


위치: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2층   

대지면적: 109.00㎡ (32.97py)

건축면적: 41.62㎡ (12.59py)

연면적: 77.42㎡ (23.42py)

건폐율: 38.18%

용적률: 71.06%

높이: 8.27m   

구조: 경량목구조, 철골구조(보강)

사진: 이한울

시공: 이하루건축

설계:㈜건축사사무소무드에이 / 02-332-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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