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지붕집

조회수 2020. 7. 23. 0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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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다정동 단독주택

물결지붕집

이제 막 태어나 아직 여물지 않은 동네, 아파트를 벗어나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선택한 부부. 어린 세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는 마치 한편의 단편소설과도 같은 글로 집에 대한 생각을 적어 건축가에게 건넸다.

차단과 반복, 수평적 한계가 명확한 아파트와 달리 집의 구성 원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이 집은 물결치는 지붕과 그 아래 공간감을 통해 성장하는 그들의 삶을 담고 배려와 공감을 위한 작은 틈을 내어 여물지 않은 동네의 풍경에 온기를 더한다.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에서의 삶이라는 큰 결단을 내린 의뢰인을 위해서 건축가는 단독주택이기에 가능한 건축의 가능성, 또는 건축 요소의 새로운 구사 방식은 무엇일지 고민하였다.


아파트는 집합주택이기에 개체(unit)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고, 수직으로 반복되어 쌓여 각각의 유닛은 평평한 지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파트의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독주택만의 가능성을 지붕의 조형과 지붕 아래의 공간감에서 찾았다. 

△ 그래픽 이미지 (1층 -> 2층 -> 고창 -> 지붕)
△ 현관문을 열어 오른쪽으로 돌면 보이는 모습. 움직임에 따라 시선의 방향이 달라지는 곳에는 창을 설치하여 갑갑함을 해소하였다.
△ 바닥에 낮게 깔린 창은, 나가기 전 외부상황을 미리 짐작하게 해준다.
△ 현관 전실에서 가족실을 바라본 모습
아파트보다 더 살기 편하면서,
가족들이 우연인 듯 필연적으로 마주치며 서로를 새삼스레 발견할 기회가 자주 생길 수 있는 집.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와 어린 세 자녀를 위한 집인 만큼 가사노동 부담을 최소화하는 공간구성이 첫 번째 목표였다. 따라서 가족의 모든 옷장을 1층의 큰 드레스룸으로 통합하여 귀가하면 모두 일단 1층 세면실을 거쳐 드레스룸으로 이동,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2층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도록 계획했으며, 이는 부부의 오랜 고민이 담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었다.


그렇게 형성된 강제적인 동선과 시선이 가장 긴밀하게 교차되는 곳에 가족실을 배치하고, 실내공간이지만 뻐꾸기창을 통해 연결되는 인근 침실들에 대해서는 마치 옥외공간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동선과 시선이 모이고 교차하는 가족실. 계단으로부터 연장된 벤치와 테이블, 부부 침실의 뻐꾸기창이 보인다.
△ 손님방에서 현관 전실을 거쳐 가족실을 바라본 모습

더불어 실내공간의 갑갑합을 해소하기 위해 복도와 문, 창은 최대한 일직선상에 정렬하여 '시선의 거리'를 길게 만들었다.


△ 가족실과 연결된 계단을 올라와서 바라본 2층 모습
(ⓒ사진. 천경환)

‘물결지붕집’의 지붕구조는 중목구조로, 지붕 아래 2층에서 보이는 중목 기둥(일부는 철제로 보강)은 장식이 아닌 실제로 기능하는 구조체이다. 이러한 중목 구조체는 집의 구성 원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아무런 조명이나 센서류 없이 순수하게 하얀 면으로 연출된 천정면에 대조되어 긴장감을 준다. 


반면 입면의 경우, 단열층과 구조층을 겹쳐 지붕 단면 깊이를 대폭 줄임으로써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다 날렵하게 연출할 수 있었고, 중목 업체의 3D기술 지원을 통해 나무와 금속 보강재를 결합한 성능과 의장 효과를 겸비한 정확한 사양의 부재를 사전 제작 및 현장 조립할 수 있었다.

△ 공사중인 딸 아이 방 모습 (ⓒ사진. 천경환)

방은 각각의 천정 윤곽과 고창(clerestory) 형태를 가지며, 이는 그 방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벽지 문양 같은 감재가 아닌, 공간의 윤곽과 창 모양으로 방의 정체성이 규정된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더불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용자를 고려한 눈높이의 작은 창과 달리, 사방으로 시원하게 뚫린 고창(clerestory)은 갑갑한 대신 압도적인 개방감을 연출한다.

△ 공사중인 아들 방 모습 (ⓒ사진. 천경환)
△ 고창(clerestory)을 통해 창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과, 반사되어 보이는 실내풍경이 겹쳐 보인다. (ⓒ사진. 천경환)
(ⓒ사진. 천경환)

큼지막하게 접힌 천정은 실내 고창을 가로질러 크게 굽이치며 뻗어 나가는데, 이는 각자 흩어져 자신의 방을 점유하는 가족들이 사실은 하나의 지붕을 공유한 공동체임을 암시하며, 집 전체를 묶어내는 하얀 천정 면은 밤에는 빛의 얼룩을 담아내는 반사판이 된다.

(ⓒ사진. 천경환)

고창(clerestory)은 집과 바깥 동네를 이어주는 소통의 가능성이다. 눈높이에서 아무리 커다란 창을 뚫는다 해도 밖으로부터의 시선을 의식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커튼 등으로 닫아 두거나, 외부로는 닫혀있고 오직 집 안에 자리한 중정이나 마당을 향해서만 열린 집들도 많다. 그 결과, 신도시 단독주택 동네 밤 풍경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대체로 어둡고 황량하다. 


그러나 '물결지붕집'의 경우 사용자를 고려한 눈높이의 창은 작은 크기로 뚫려 있지만, 사방의 고창 덕분에 어둡거나 갑갑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으며, 밤에는 고창을 통해 실내의 빛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고 사생활 노출과 큰 연관 없는 내부의 천정면 일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이제 막 태어나 아직 여물지 않은 동네의 풍경에 온기를 더해준다. 

①주방 및 식당 ②가족실 ③드레스룸 전실 ④드레스룸 ⑤다용도실 ⑥현관 전실 ⑦현관 ⑧손님방 ⑨현관 창고
①아들 방 ②딸 아이 방 ③가족 욕실 ④안방 ⑤파우더룸 ⑥서재
①옷방 전실 ②욕실 ③계단 하부 공간 ④현관 ⑤손님방 ⑥안방 ⑦파우더룸 ⑧샤워실
①주방 및 식당 ②가족실 ③계단 하부 공간 ④옷방 ⑤보일러실 ⑥아들 방 ⑦딸 아이 방 ⑧2층 복도 ⑨가족 욕실


건축개요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2층 

대지면적: 315.00㎡ (95.29py)   

건축면적: 119.90㎡ (36.27py)

연면적: 199.50㎡ (60.35py)   

최고높이: 8.5m

구조: 철근콘크리트, 중목구조 

주차대수: 2대 

사진: 윤홍로

시공: 하우스컬쳐

설계: 깊은풍경 건축사사무소 / 02.5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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