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동 고양이집

조회수 2020. 4. 1. 17: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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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도시 풍경에 풍자적 유머를 더한 다세대주택

성산동 고양이집

각종 건물들이 내뱉는 아우성에 둘러싸인 막다른 대지.

분양을 위한 다세대주택을 짓기를 원한 의뢰인을 위해 건축가는 건물의 존재를 부각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게 부각된 건물의 존재감은 거주자가 느낄 집에 대한 고유한 인상이 될 뿐만 아니라 분양 측면에서도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모형 사진

마포구 성산동의 대지. 서울 내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인해 젊은 층과 신혼부부들이 대거 몰리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각종 개발로 불규칙한 건물들이 혼재된 모습을 지닌 곳.

건축가는 어둡고 불규칙한 주변 풍경과 대비되는 밝고 편평한 입면을 계획하고 그 위에 풍자적 유머를 더함으로써 한국 부동산 시장이 만든 획일화된 도시 풍경에 하나의 대안적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였다.

△ 모형 사진

풍자적 위트를 더한 입면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의 면적과 수익을 원하는 건축주의 당연한 요구에 따라 평면은 대지에 맞춰 자연스레 요철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단면 또한 사선 제한선에 따라 생성되며 건물 전체 형태가 조절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다수 서울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태생적으로 가진 '작은 땅에 최대한 많은 세대를 수용해야 하는 경제적 필연성과 일조 사선이 만들어낸 전형적 결과로 귀결된다.

이러한 한국 부동산 시장이 낳은 자본과 기능 위주의 덩어리는 그 민낯을 입면 뒤에 숨긴 채 도시 속에서 얼굴을 맞대며 공존한다. 이는 마치 가면을 쓴 사람처럼 건물 또한 욕망 덩어리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쓴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성산동 고양이집’의 도로 측에서 보이는 하얗고 평평한 입면은 더욱 형태와 분리된 과장된 가벽이 되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모더니즘의 명제를 부정하고, 형태와 기능의 전형적 유착을 단절시킨 일종의 '장식된 헛간(Decorated shed)'으로 나아간다.

더 나아가 이제는 진정 '파사드(Façade)'라 불린 만한 표상적 입면은 어떠한 모양 혹은 모습을 연상시키게 함으로써 풍자적 위트를 더 한다. 어느 날 문득 그 주변을 지날 때 집채만 한 고양이 혹은 부엉이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동네에 또 다른 활력과 재미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