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을 맞으며 숨 쉬는 집
숨집(Breath)
제주에는 여자, 돌, 바람이 많다고 했던가...
땅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도 바람은 많았고, 그 검은 돌도 발에 채일 듯이 많았다.
자주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일상적으로 대면할 때의 불편함이 익숙해질 수 없는 정서인 것처럼 난폭하고 무례하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제주의 많은 바람도 제주 사람에겐 참 지긋지긋한 일이지 않을까.
제주의 돌로 성기게 쌓인 돌담이 그 무례하게 찾아드는 바람을 순화시켜 맞듯이 이 곳에 자리할 집도 바람에 단단히 맞서기보다는 제주의 돌과 돌담처럼 성기게 있어 센 바람도 한 숨의 공기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를 바랐다.
대지는 제주 노형동의 점포주택지 중 공원에 면해 앞이 열려있는 비교적 경관이 좋은 위치였으나, 남쪽 인접대지에는 이미 가까이 주택이 자리하고 있어 향보다는 경관에 무게에 두고 진행이 되었다.
상가주택의 배치에서 가장 큰 제약은 주차방식으로 보통은 주차의 효율을 위해 연립 주차를 선택하지만, 도로에 면한 대지 폭이 좁은 상태에서 상가의 전면 폭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주차장을 안쪽으로 들여와 배치했다.
남측으로 계단과 공용복도를 두고 한 층에 세 채의 집을 나란히 배치하여 모든 집이 공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세 채의 집을 한 층에 배치하고 공원의 조망을 확보하다 보니 좁고 긴 형태의 단위세대가 만들어졌다.
남측은 거실이 들여다보이는 인접 건물이 있어 주택의 공용홀과 계단을 구성했다. 덕분에 주택의 진입부는 상가와 분리된 곳에 독립하여 위치하고 계단과 공용홀은 밝고 투명해졌다.
바람을 순화시켜 숨처럼 맞아들이기를 바랐던 것처럼, 빛 또한 스미듯 집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북측에 위치한 2층 발코니는 길 위의 사람과 손잡을 만큼 가까이에 발코니가 자리한다.
3층과 4층은 복층으로 구성된 3가구가 나란히 배치된다.
건물은 네 방향 모두에서 옥상정원, 발코니, 중정 등 숨구멍 같은 외부와 만나는 공간들이 자리해 있다.
센 바람에 벽으로 맞서 바람으로부터 완벽히 단절되고 그 지긋지긋한 바람을 잊으려 하는 집보다는, 들숨과 날숨으로 사람이 숨을 쉬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순화된 바람으로 자연과 조우하는 집이 되길 바란다.
건축개요
위치: 제주시 노형동
용도: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6가구)
규모: 지상4층
대지면적: 297.60㎡(90.02py)
건축면적: 178.52㎡ (54py)
건폐율: 59.99 %
용적률: 167.29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주차대수: 6대
사진: 홍석규
시공: 스타시스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https://blog.naver.com/ftw18 / 02.6959.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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