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행성이 모인 집

조회수 2020. 10. 5. 13: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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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단독주택 우주(宇宙)

가족이라는 행성이 모인 집.
우주(宇宙)

“집을 관통하는 목적도 기능도 없는 빈 공간”

벽 대신 무중력으로 채워진 정사각형 공간에 스며든 시간과 자연은 집 구석구석을 흐르며 다양한 관계맺기를 시도한다. 가족 개개인의 시공간을 담은 또 하나의 작은 우주. 그 속에서 가족이라는 각각의 행성들은 수많은 삶의 이야기로 그들의 우주를 채워간다.


하나의 작은 우주, 집


우주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 · 공간 · 시간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단어이다. 그러면 한 가족의 물질과 공간, 그리고 시간이 담기는 집이라는 존재는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우주와도 같지 않을까? 


우주라는 단어의 한자어가 宇(집우) 宙(집주)로 구성된다는 점이 우리의 생각에 더욱 의미를 부여해 줬고, 건축주를 위한 13.4m X 13.4m의 정사각형의 작은 우주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가족이라는 각각의 행성들이 다양하게 관계하고 그들만의 시공간이 담기는 집이 되길 바란다. 


가족의 우주에 

시간을 녹여내다.


이 집의 주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자연과 맞닿은 외부 입방체에는 나무의 질감을 살린 송판 노출 마감과 사람이 사는 내부의 작은 중정 마당들은 다양한 사각 패턴의 거푸집 노출 마감을 했다.  

△ 외부 입방체의 송판 노출 마감

다양한 재료의 비교와 검토 끝에 가족에게 작은 우주와도 같은 이 집이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변해갈 수 있는 물성을 가진 노출 콘크리트를 선정했다.


별도의 마감재를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마감이 투박하고 거칠긴 하지만 뽐내지 않고 가장 순수하게 자연과 빛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재료라는 점과 노출 콘크리트 특유의 정적인 심상이 가족의 시간성을 녹여내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공간을 나누는 무의 공간


우리가 그동안 생활해온 공간은 항상 벽이라는 물질로 구분되어왔고 그로 인해 개인의 이야기는 규정되고 한정된 공간 속에 담겨 왔다. 개인의 시간은 닫힌 정육면체(방) 안에서만 흐르고 기억되어 온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벽 대신에 공간과 공간 사이를 마치 우주의 무중력 공간과도 같은 목적도 기능도 없는 비워진 무의 공간으로 나누도록 계획했다. 정확하게 단절된 벽과 달리 비워진 이 공간은 각각의 공간과 소통하며 개별 공간들 사이에서 모호한 관계 맺음을 제공함으로써 집을 구성하는 모든 공간이 마치 하나의 우주처럼 흘러가고 느껴지게 하며, 시간은 공간과 공간을 흘러 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함께 기억될 것이다.


비워진 공간에 스며든 자연


건축주는 마당이 넓고 살아가는데 넓게 느껴지는 집이자 자연을 조망하기 좋은 집을 지어달라고 했고, 그들의 요구 조건을 도식화해봤을 때 나온 형태는 남쪽으로 넓은 마당을 내어준 일반적인 주택으로 전면에 멋진 경치가 있으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대지는 70~80평 내외의 분할된 땅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신도시로. 이런 공공 분양 필지에서 이 두 가지 명제를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다행히 전면에는 도로와 작은 소공원이 있어 인접 필지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땅이었다.  

외부 조건이 부족하다면 되려 집으로 자연을 끌어들이자는 역발상의 시도로 우리는 넓은 전면 마당이 아니라 마당을 쪼개어 집 곳곳에 작은 마당들을 만들어 넣었고 이 비워진 마당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과 관계하는 건축적인 도구가 되었다.


사방이 열린 곳에서의 하늘은 항상 머리 위에 있는 당연한 존재이지만 중정에 누워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보이는 특별한 하늘이 되며,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우리 일상의 배경이지만 가로로 길게 뚫려진 벽을 통해 바라보는 자연은 한 폭의 그림처럼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다가온다. 


△ 현관
△ 마당(2)에서 바라본 모습
△ 마당(1)
△ 거실
△ 복도에서 바라본 마당(1)
△ 식당

△ 2층 올라가는 계단
△ 서재
△ 안방 드레스룸 화장대
△ 안방 화장실
△ 아이방 (2층)


비워진 공간에 스며든 자연,

자연 속에 스며든 사람.


외부에서 볼 때는 사방이 막힌 정육면체의 건축물로 보이는 이 주택은 사실 가운데 중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열린 비워진 공간을 가지고 있다. 


집을 관통하는 십자 모양의 비워진 공간은 집 안 깊숙이 자연이 스며드는 것을 허락하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로 그 비워진 공간을 연결한다.

벽만 지나면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존의 형식화된 주택과 달리 이 집은 자연이 담긴 비워진 공간을 지나가야 한다. 공간의 이동 중간에 스며든 자연을 필연적이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해 가면서 조금씩 자연과 동화되어가는 삶은 자연을 좋아하는 건축주에 대한 건축가의 작은 바람이다.

①거실 ②주방 ③아이방(1층) ④손님방 ⑤입구 ⑥화장실 ⑦다용도실 ⑧마당(1) ⑨마당(2) ⑩마당(3) ⑪마당(4)
⑫안방 ⑬드레스룸 ⑭안방 화장실 ⑮서재 ⑯화장실 ⑰아이방(2층) ⑱마당(5) ⑲마당(6) ⑳브릿지
①아이방(1층) ②손님방 ③마당(2) ④아이방(2층) ⑤서재 ⑥마당(6)
⑦마당(4) ⑧마당(1) ⑨마당(2) Ⓒ복도


건축개요


위치: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54.80㎡

건축면적: 127.37㎡

연면적: 207.55㎡

규모: 지상 2층 

건폐율: 49.66%

용적률: 81.46%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사진: 정우철

설계:HB 건축사사무소 / 02.6462.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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