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경주 W주택
경주 W주택
우리가 살았던 한옥은 건축이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주변의 배경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며 힘들이지 않고 자연과 다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주자와 그들이 머물 건축이라는 주인공을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흥분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주변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W주택은 단선적이고 일방적인 모습의 건축이 아닌 우리의 한옥이 지녔던 다방향 소통을 통한 지속적 변화를 갖기를 원했다. 이러한 지속적 변화의 주체는 자연이기에 자연스레 자연과 상호적 관계를 맺으며 거주자는 이곳에 살아가게 된다. 사람과 건축이 자연에 의존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새롭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에 의존하고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경주에 위치한 대지는 주변에 각종 문화재와 한옥 형태로 지어진 건물들로 켜켜이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남쪽으로 완만하게 흐르는 경사가 있는 드넓은 대지는 저 멀리 벽도산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을 가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변환경과 이곳에 들어설 집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 건물을 남쪽으로 길게 배치하고 남쪽과 북쪽 입면 각 끝부분에 건물 일부를 돌출시켜 안정감 있는 마당과 후정을 만들었다.
남쪽 마당을 중심으로 주요실을 집중 배치하고, 남쪽으로 열려진 개방된 창을 설치했다. 반면 북쪽으로는 욕실과 화장실. 드레스룸 등 서비스 공간을 배치해 주요실의 편리성과 독립성을 높여주었다.
W주택의 처마는 한옥의 처마와 비슷한 비례로 길게 내밀었다. 남쪽면에 설치된 처마는 긴 시간 강하게 내려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언제라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 등 다양한 기능적 역할을 담당한다. 형태가 자유로운 처마는 주변의 산세를 한옥 처마의 안허리와 같이 부드럽고 우아한 선으로 크게 감아 주변과 결을 같이 함으로써 경관을 건물 깊이 끌어들이고 밖으로는 배경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변과 더 깊고 세밀한 관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처마 면에 한식 암키와 크기와 같은 곡선을 노출콘크리트 면에 패턴화 시켰다. 암키와 패턴으로 안허리선을 채워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은 다양한 표정변화를 만든다.
또한 빛의 움직임은 암키와 패턴으로 인해 그림자로 투영되고 곡선들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빛의 움직임과 존재를 더욱 선명하고 명확하게 알려준다. 이처럼 빛의 움직임은 건축으로 표현되고, 건축은 빛에 의해 표현되는 상호 의존적 관계는 W주택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1층은 현관을 중심으로 거실/다이닝룸/주방이라는 공적인 영역과 침실, 욕실, 드레스룸이라는 사적인 영역으로 구분된다. 특히 거실에는 남쪽 마당을 향해 설치된 통창과 2층까지 개방된 높은 층고 그리고 천창을 통해 햇빛이 스미며 실내를 밝게 비춘다.
주요실과 서비스 공간 사이 복도에는 천창을 길게 두어 빛이 양쪽 공간을 구분하게 하고, 거주자가 이동하는 동안 항상 빛과 함께 하도록 디자인하였다. 이처럼 W주택은 예측하기를 멈추고 자연과 함께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건축개요
위치: 경주시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258㎡ (381.0평)
건축면적: 237㎡ (71.8평)
연면적: 298㎡ (90.3평)
건폐율: 18.86%
용적률: 23.65%
규모: 지상2층
주차: 3대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구조설계: 은구조
기계설계: 세연이엠씨
전기설계: 새서울기술단
사진: 박영채
설계: 오드건축사사무소
www.odearch.com / 02-2202-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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