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에 대한 상상이 만든 나비지붕집

조회수 2019. 10. 27.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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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젊은 부부의 원주 단독주택
출처: 최지현 작가
사각 필지가 늘어선 블록의 끝자락.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뚜렷했던 젊은 부부는 개성 넘치는 그들의 삶을 담아낼 집을 원했다. 수많은 만남과 고민의 시간들. 그렇게 여러 대안들을 수정해가며 조금씩 나비지붕집을 만들어 갔다.
출처: 최지현 작가

원주 반곡동 단독주택

나비지붕집

직장으로 인해 거처를 옮기게 된 부부는 원주 반곡동 택지지구 끝자락에 부부를 위한 집을 짓기로 한다. 네모반듯한 필지들 가운데 유독 사방으로 일그러진 땅.


여러 디자인을 고심한 부부는 결국 정사각형 평면을 대지 한 가운데 놓기로 하였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남편의 뚜렷한 라이프스타일과 부부의 취향은 단순한 조형 속에 온전히 담기며, 이를 통해 공사비를 절약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커다란 마당이 아닌 여러 개의 작은 마당을 선호했던 부부의 요구를 만족하면서도, 사방으로 열려있는 대지에서 구심력을 갖는 건축을 통해 마을의 탄생을 알리는 선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출처: 최지현 작가
▲ 1층 식당풍경
상부 유리바닥을 통해 2층 가족실의 공간 분위기가 1층 거실과 식당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덕분에 정사각형의 통통한 공간이지만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 1층 세면실을 겸하는 욕실로 통하는 복도. 둥근 거울과 조명은 부부의 센스이다.
출처: 최지현 작가
▲ 낮은 계단은 수납공간이 있는 목계단으로, 높은 계단은 캔틸레버 철판으로 날렵하게 연출했다. 사진 좌측에는 아이들 놀이방이 보인다.
▲ 2층 가족실 풍경
▲ 2층 옷방, 욕실, 안방을 잇는 복도 겸 파우더룸

나비지붕이야기


사방이 열린 대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채광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단위계획지침(경사지붕)과 수평의 실루엣(평면과 앉음새에 어울리는 조형)을 모두 만족하기 위해 평지붕을 여러 번 접은 나비모양의 지붕을 집 위에 얹혔다.

덕분에 지붕과 벽 사이에는 예리하게 찢어진 고창이 생기며 계절에 따라 채광과 온도를 조절하고, 수평의 세련된 실루엣은 동네풍경을 정돈한다. 특히 접힌 지붕의 아랫면, 2층 천장은 모든 센서와 조명이 벽 상단에 간접방식으로 설치되며 순수한 백색의 조형성을 강화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부는 별다른 인테리어 연출 없이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CONCEPT DIAGRAM


'경사지붕’이라는 지침이 마련된 대지. 그러나 정사각형 평면 위 일반적인 박공지붕은 특정한 방향성을 만들며 집의 구심점을 무너뜨리고, 공간의 위계를 형성하여 부부의 다양한 활동을 담아내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듯 새롭게 제안된 지붕은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박공지붕에 대한 비평과 재해석이라 볼 수 있다.

1층 평면도

①현관 ②거실 ③주방 ④팬트리 ⑤세면실/화장실 ⑥작업실 ⑦아이들놀이방

2층 평면도

①가족실 ②욕실/화장실 ③드레스룸 ④자녀방 ⑤안방 ⑥발코니


2층 가족실의 유리바닥은 평면의 갑갑함을 해소하면서 1층과 2층 사이의 빛과 인기척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공간의 효율(바닥면적)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원하게 열린 느낌을 원했던 건축주의 바람이 담긴 것이다.


덕분에 날씨와 시간의 흐름이 집 한가운데에서도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접힌 지붕 사이로 들어온 빛은 공간을 관통하고, 부딪히고, 부서지면서 공간 구석구석으로 흩어진다. 해가 지면 유리바닥은 빛의 바닥이 되고, 지붕에는 빛의 얼룩이 드리워진다.

▲ 해가 지면 유리바닥은 빛의 바닥이 되고, 지붕에는 빛의 얼룩이 드리워진다.

▲ 손상을 대비해 삼중으로 겹친 유리바닥. 덕분에 이 집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기대하지 않았던 시선이 열린다.
출처: 최지현 작가

이렇듯 새로운 삶에 대한 상상은 벽, 기둥, 바닥, 계단, 지붕, 그리고 빛과 같은 건축 요소 하나하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세상에 없던 새로운 집을 만들었다.


숫자로 나타나는 면적이나 생활의 편리함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가치.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부부의 개성 넘치는 삶. 그 삶을 담아내는 무난한 배경을 넘어, 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영감을 주는 집이 되기를 바란다.

건축개요


위치: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2층

대지면적: 285.60m² (86.39평)

건축면적: 85.00m² (25.71평)

연면적: 153.30m² (46.37평)

건폐율: 29.76%

용적률: 53.68%

주차대수: 2대

구조: 벽-철근콘크리트, 지붕-경량철골

에너지원: 도시가스

구조설계: 김수경 구조기술사

기계전기: 무진엔지니어링, 시대전기

시공: 건축주 직영

사진: 천경환, 최지현(별도표시)

설계: 깊은풍경 건축사사무소 / 02-5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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