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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대지는 전면으로는 계곡, 후면으로는 야생 녹차밭이 보이며,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간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대지 내 존재하는 4m의 단 차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설계의 화두였다.

어떻게든 자신을 나타내려 하는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이곳 대지에서는 마치 자연의 일부분인 듯한 집을 짓고 싶었다. 따라서 건축물의 외관은 최대한 작아보이도록 1층과 2층을 살짝 어긋나게 분리한 뒤, 이질적인 입면재료의 사용으로 물성과 색을 달리 하였다.

1층의 거친 쥐색 벽돌 위로 앉혀진 흰색의 2층은 지붕까지 일체화된 디자인을 통해 안정감과 동시에 시선을 2층으로 모아 집은 한층 작아 보이도록 만든다.

주요 생활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2층으로 구성한 것은 대지 뒤편 녹차밭의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고 가족/손님 모두가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거실 양쪽 약 7m의 넓은 창은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액자를 제공한다. 매스의 어긋남으로 만들어진 옥외데크는 2층 거실 공간의 활용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마당과의 소통을 만들어 준다.

다실은 거실에서 실내동선이 연결되지 않는다. 창문을 열고 나가 외부데크를 지나 별채인 다실로 들어가게 된다. 다실만큼은 불편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고자 했고 클라이언트도 받아들였다. 이곳 주택의 공간이 그렇지만 특히 다실은 속도가 주가 되는 공간이 아니다. 느림이 지루함이 아닌 여유로 다가오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실 공간이 녹차밭과의 관계성에 주목하였다면 침실 공간은 의도된 창으로 보이는 밤하늘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었다. 하동은 군에서 공기를 채집하여 판매할 만큼 청정지역이다. 그렇기에 밤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을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경 역시 건축의 한 부분으로 계획하였다. 반듯한 건물의 모습을 약간 부드럽하게 만들어줄 장치로 마당의 선형을 전체적인 볼륨감을 갖는 곡선으로 계획하여 상충시키고자 하였다.

대지를 구분 짓는 담장은 터파기 및 대지 조성 작업 시 나온 돌들로 만들었다. 이곳 하동은 대한민국 녹차 시배지이다. 녹차가 처음으로 재배되고 지금까지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땅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기에 그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땅속 돌들을 활용하여 담장을 만들어 줌으로써 지역의 정취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고자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