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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서 강병휘가 직접 타 본, 전기차 포르쉐 타이칸 터보시리즈 시승기

조회수 2021. 1. 20.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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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가 없는 터보

포르쉐에서 터보라는 이름은 단순히 선풍기 모양으로 생긴 컴프레서 장치를 뜻하지 않습니다. 터보 장치 자체보다 터보로 인한 막강한 힘과 성능, 그리고 몸값이 비싼 최고급 등급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죠. 포르쉐는 터보 엔진 스포츠카를 꽤 오래 생산해 온 메이커입니다.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유일하게 가변 지오메트리 터빈을 적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터보의 장인이라 부를 만한 포르쉐에서 터보가 없는 터보 모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바로 타이칸입니다. 타이칸은 4도어 전기 스포츠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포르쉐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품고 있기에 당연히 터보차저도 달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내는 최고 등급 트림에 터보라는 이름을 그대로 물려줬습니다. 포르쉐에게 있어 터보는 '엄청난 파워의 럭셔리'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타이칸 터보와 터보 S, 그리고 4S까지 세 가지 종류의 타이칸을 주행해 봤습니다. 

외관은 911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파나메라보다 타이칸이 스포츠카의 유려한 라인을 훨씬 아름답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칸은 파나메라보다 길이는 짧지만 더 넓고 더 낮습니다. 보다 스포츠카에 유사한 비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물론 아름답고 날렵해진 만큼, 실내 크기는 파나메라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계기판은 커브 디스플레이로,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좌석은 스포츠카처럼 낮게 배치되어 있고 낮은 후드 덕분에 전방 시야와 측면 시야도 훌륭합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는 순간, 아니 전원을 켜는 순간 미래 자동차에 앉은 듯 한 느낌이 다가오죠. 모든 게 다 좋았던 건 아닙니다. 포르쉐는 원래 운전대 좌측에 키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 전통이었는데, 타이칸은 그걸 없애고 전자제품의 전원 스위치 같은 동그란 단추를 달아놨습니다. 뭔가 게임기 전원을 누르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계기판 중앙에 RPM 바늘을 배치하던 전통도 사라졌습니다. 전기차 최초로 전기모터 회전수 표시창을 마련해 주었다면 참 멋졌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실내의 인체공학적 배려는 나무랄 곳 없었고 빠른 페이스의 운전에도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들의 배치도 똑똑했습니다. 911보다 더 육감적인 펜더 라인이 앞유리 너머로 보이는 점도 타는 내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터보 S는 761마력, 터보는 680마력 그리고 국내 판매를 시작한 4S는 571마력을 발휘합니다. 모두 대형 배터리팩과 론치 컨트롤 모드가 조합되었을 때 뿜어내는 출력입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무게가 상당하다고 해도, 2.3톤의 덩치를 끌기에는 차고 넘치는 힘입니다. 비슷한 출력을 발휘하는 560마력 파나메라 4S E 하이브리드(2330kg)와 비교할 때, 그렇게 무거운 무게도 아닙니다. 타이칸 터보 S는 0-100km/h 소요시간이 단 2.8초로 발표되었습니다. 허나 실제 측정에는 그보다 더 빠른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급가속시 지구의 중력가속도에 달하는 파괴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밀어내는 힘의 크기가 무자비한 건 물론이고 그 힘이 터져 나오기까지의 스로틀 반응이 '너무' 빠릅니다. 네, '너무'라고 표현한 건, 이 차의 가속력이 누군가에겐 정상적인 사고를 잠시 멈추게 할 수준이라는 뜻이죠. 가장 힘이 약한(?) 4S 모델도 발표치인 4.0초보다 빠른 3.6초 정도의 계측 결과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본격적인 고성능 타이어가 아니라 사계절 타이어를 장착한 채로 말이죠. 다시 말해 세 가지 모델 중 어느 타이칸을 선택하더라도 비현실적인 가속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무수히 반복할 수 있죠. 다른 고출력 전기차들은 급가속을 몇 차례 반복하면 배터리 온도를 관리하기 위해 출력을 제한합니다. 타이칸은 배터리 온도보다 운전자의 체온과 심박수가 더 빠르게 올라갈 뿐입니다. 급가속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가상 스포츠 사운드도 재미의 한 요소입니다. 우주선의 이륙 소리처럼 들리지만 실은 전기 모터가 내는 고유의 소리를 재해석하고 스포티하게 강조한 결과물이라고 하더군요. 독특한 구성의 후륜 2단 변속기 역시 가속시 스포티한 감성과 성능 모두 극대화합니다.  

다른 고출력 전기차와의 차이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타이칸은 빠른 페이스로 주행 속도를 올릴수록 더 큰 재미를 줍니다. 방점은 빠른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 '스포츠카'에 있는 것이죠. 코너링에서 네 바퀴가 보여주는 끈끈한 접지력은 그 한계점이 생각보다 높아 최신 고성능 차량들의 핸들링 성향과 궤를 맞추고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서도 급격하게 차의 움직임이 변하지 않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줍니다. 사륜 조향 시스템은 운전자가 실제 차의 크기보다 작고 민첩한 차를 타는 듯 한 마법을 부립니다. 브레이크 또한 과격한 감속 조건에서 중량을 충분히 잘 다스리는 용량을 갖추었습니다. 감속시 운동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도 똑똑합니다. 전방에 차가 없는 경우 관성 주행으로 회생 제동을 줄이고, 앞 차가 가까워져서 감속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회생 에너지 회수율을 높여 바퀴에 저항을 걸어줍니다. 덕분에 타이칸 4S의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환경부 인증 받은 수치보다 한참 여유가 있습니다. 교통 흐름을 따르는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400km에 근접하는 주행 반경을 보여줬고, 일종의 절전 모드인 Range 모드를 설정하고 연비 운전을 한다면 한 번 완충에 500km까지도 운행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전폭이 워낙 넓어 주차 라인을 가득 메운다는 점과 크기에 비해 예상보다 작은 트렁크 공간이 아쉽긴 합니다만, 에어 서스펜션이 주는 안락한 승차감 덕분에 일상용 자동차로의 만족도는 꽤 높아 보입니다. 아울러 800V 전압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향후 고속충전기 시설이 늘어날수록 충전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쓰기 편한 자동차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주행을 원하는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기차이기도 하죠. 엔진 소리가 없는 포르쉐 스포츠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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